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시골 장독대와 잘 어울리는 오월의 첫 주말에 둘째와 셋째를 데리고 충북 옥천군 청산면에 위치한 고향 부모님 댁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린카를 이용했다. 2일로 K3를 빌렸고, 대여료 10만 원, 운행요금 6만 원, 통행료 2만 원 해서 총 18만 원으로 다녀왔다. 아쉬웠던 것은 차에서 담배냄새가 많이 나고 직전에 탔던 사람이 해변을 다녀왔는지 바닥에 모래가 많았다는 점이다. 실내 청소가 되어 있었으면 카쉐어링에 대한 친근감이 더 커졌을 텐데 안타깝다.
딸아이가 반년만에 방문한 할아버지 할머니 댁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는다. 특히 파란 하늘이 예쁘단다. 무슨 사진을 찍었나 보니 옥상의 장독대, 지붕과 녹음이 짙어지는 나무들이다. 모두가 아파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보기 힘든 장면들이다.
옥상에서 찍은 주황색 사랑채 지붕이 하늘과 뒷산과 마당을 가르고 있다. 정면에 있는 건물은 소 막이 었다. 네 마리의 소가 자라고 있었다. 창문처럼 보이는 세 곳으로 소들에게 여물을 주곤 했다. 소를 먹이기 위해 부모님은 춘하추동 한결같은 새벽시간에 여물을 준비하셨다. 소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다. 지금은 창고로 쓰인다. 소를 키우지 않으면서 부모님은 자유로워지셨다.
지붕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을 살짝 비치며 하늘을 찍었다. 멀리 보이는 산과 하얀 구름을 품은 파란 하늘에 매료되었다. 실제로 보기에도 좋았지만 사진으로 보는 것도 아름답다.
동일한 위치에서 각도를 아래로 내려서 찍었다. 집안을 들어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감나무가 작은 정원수처럼 보인다. 왼쪽에는 주황색의 소막지붕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본채의 파란색 지붕이 보인다. 마당과 길을 오가며 보이지 않았던 화려한 옥상 풍경이다.
오른쪽으로 앵글을 옮겼다. 본채 지붕 너머로 아랫집의 슬레이트 지붕이 보인다. 아랫집 윗집으로 서로 왕래하며 교류하던 어르신들도 모두 돌아가셨다. 호탕하시던 아저씨가 먼저 세상을 등지셨고, 홀로 농사를 지시던 아주머니는 그렇게 부지런하셨는데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이 쇄약 해지셔서 요양원에서 돌아가셨다.
본채 지붕 오른쪽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마을회관이다. 마을에 중장년층이 많던 시절에 2층으로 지어서 2층에는 당구장도 만들어놓았는데 지금은 대부분이 80세를 넘는 노인층이셔서 1층만 사용하신다. 코로나로 인해 마을회관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 하던 즐거움도 2년째 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고추를 심은 밭에서 지지대를 세우고, 고추밭 고랑에 검은색 비닐을 까는 작업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왔을 때 딸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며 남긴 장면이다. 석양의 붉은색 하늘이 검은 구름에 살짝 가려진 모습이 그림 같다. 한적한 시골 마을을 관통하는 길이 자연과 인공의 조화를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배려로 둘째 아들이 경운기 운전에 도전했다. 처음이라서 1단부터 4단까지 서서히 기어를 올리며 변속하는 방법과 클러치를 이용해 방향 바꾸는 연습을 했다. 시작하기 전에는 주저하더니 막상 움직이는 경운기를 운전한다는 재미에 빠져 신이 났다.
하지만 경운기 운전에서 내리막이나 오르막에서는 클러치를 조작할 때 주의해야 한다는 점은 주지시켰다. 특히 급경사 지역에서는 가능하면 클러치 조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추밭에서 일을 하는 도중에 소나기가 왔다. 잠시 소낙비를 피해 주변에 버려져 있던 하우스안으로 들어갔다. 하우스 안은 색다른 풍경을 보여줬다. 하늘에서는 비닐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우스 안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장면처럼 딴 세상에 와있는 기분을 주었다. 아들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지지대를 세우고 고랑 사이에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검은색 비닐을 깔기 전에 고르는 작업을 하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다. 평생을 농사로 살아오셔서 비가 내려도 피하지 않고 우비를 입고 작업하신다.
지지대를 박을 때는 망치를 사용하지 않고 그림과 같은 도구를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 박는다. 무게가 5kg 정도 되는데 수백 개를 박다 보면 땀이 난다. 시골일은 요령도 있어야 하고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한다. 급하게 하면 몸이 상할 수 있다.
방문할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는 시골이 있어 행복하다. 누구나 바라는 일이다 부모님이 건강하시고, 가족들 모두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며 만족하고 가끔씩 연락하며 챙겨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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