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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229_시인의 정신적 고통이 담긴 시들_빈 배처럼 텅 비어_최승자_문학과지성사_2017(200524)

by bandiburi 2020. 5. 24.

저자 : 최승자

시인 최승자는 1952년 충남 연기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독문과에서 수학했다. 1979년 계간 <문학과지성>에 시 <이 시대의 사랑> 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이 시대의 사람> <즐거운 일기> <기억의 집> <내 무덤, 푸고> <연인들> <쓸쓸해서 머나먼> <물 위에 씌어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굶기의 예술> <워터멜론 슈가에서> <빈센트,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 <죽음의 엘러지> <침묵의 세계> <자살의 연구> <상징의 비밀> <자스민> 외 다수가 있다. 대산문학상, 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최승자는 여성이라는 주체가 얼마나 아프게 탄생되어야 했는지를, 사랑의 서사를 통하여 아픈 모습 그대로, 실패한 모습 그대로 드러냈던 시인이었다. 아버지를 초월한 여성, 남성의 타자가 아닌 주체로서의 여성,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여성으로서 출생신고를 한, 우리 시대의 첫 번째 시인이었다. 시인은 악을 쓰며 산고를 치르는 어미였고, 동시에 공포 속에서 태어나고 있는 아기였고, 동시에 아기를 받아 안던 산파였다. 혼자서 그렇게 태어났다. 


소감

지식의 습득만을 위해 나의 독서가 편식을 하는 것 같아 남양주정약용도서관 개관을 맞아 방문한 차에 시집 코너를 둘러보았습니다. 워낙 많은 책들이 나를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듯했습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발간한 것이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 싶어서 제목이 <빈 배처럼 텅 비어>로 끌리는 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이성과 감성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요. '시'라고 하면 학창 시절 시험을 위해 억지로 참고서에 나와 있고, 선생님이 강조하는 해석에 공감해야만 했던 경험 때문에 어려워하고 멀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작은 시집을 집어 시를 소리 내어 낭독해 보면 시인의 마음이 전해집니다. 어떤 상황에서 지었을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토요일 오후 나른한 시간에 소파에서 아내에게 소리내어 시들을 읽어줬습니다. 첫 번째 시는 '빈 배처럼 텅 비어'였습니다. 


 내 손가락들 사이로
 내 의식의 층층들 사이로
 세계는 빠져나갔다
 그러고도 어언 수천 년

 빈 배처럼 텅 비어
 나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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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밝지 않고 Dark Gray의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서 10편 정도를 읽어주며 어떤 느낌이냐고 물으니 역시 동일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일 뒤쪽에 있는 저자 소개란을 읽어보니 시인 최승자 씨의 힘들었던 삶이 공감되었습니다. 정신분열증으로 정신병원 생활을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낙태를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 살짝 추측을 해봅니다. 구글링을 통해 어떤 분이었는지 사진도 검색해 봤습니다. 이렇게 나는 시인의 삶을 간접 체험했습니다. 

다른 장르의 책을 읽을 때와는 달리 시는 독자의 상상을 요구합니다. 짧지만 시를 통해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를 추측해보며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 주에 시집 하나 정도는 낭독해가며 건조해지는 삶에 윤활유를 부어줘야겠습니다. 

<동아일보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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