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독서습관226_건축과 건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을 제공하는 책_어디서 살 것인가_유현준_을유문화사_2019(200524)

by bandiburi 2020. 5. 24.

 

저자: 유현준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및 (주)유현준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미국 건축사. 공간마케팅/브랜딩 컨설턴트. 하버드대학교, MIT, 연세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하버드대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세계적인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 사무소에서 실무를 하였다. MIT 건축연구소 연구원 및 MIT 교환교수(2010)로 있었다. 그는 2017년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 독일 디자인 어워드, 아이사건축가협회 건축상, 아시아 시티스케이프 어워드, 서울시 건축상, 2013 올해의 건축 Best 7,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CNN이 선정한 15 Seoul's Architectural Wonders, 2010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 2009 젊은 건축가상 등 30여 차례의 각종 국제 및 국내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훌륭한 건축은 건축주와 함께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명견만리> < 알쓸신잡2> <어쩌다 어른> <20세기 소년 탐구생활> 같은 방송 출연과 <조선일보>에 도시이야기, <중앙선데이>에 유현준의 도시와 건축으로 일반인에게 알기 쉽게 건축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의 홍익대 인기 교양 수업 '현대건축의 흐름'은 정부의 KMOOC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동영상으로 제작되었고, 전 세계에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제공되고 있다.


소감

책의 제목을 보고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컨텐츠를 읽어나가며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었고 지식의 폭을 넓힌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디서 살 것인가'라는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시종일관 들었습니다. 아마도 작가보다는 편집자들의 의도였을 것입니다. 

 또한 책을 읽고 저자 소개를 인용하며 적다보니 다시 한번 낚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가 어떤 상을 탔고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사실 별로 관심 없습니다. 그런 스펙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단해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디를 졸업했고, 어느 방송에 출연했고, 어느 신문사에 칼럼을 기재했는지 등은 과시용에 불과합니다. 유현준 건축사의 의도는 분명히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을유문화사의 책을 종종 보긴 하는데 약간의 실망감이 컸습니다. 아직까지도 을유문화사의 편집자들의 생각이 과거에 갇혀 있거나 아니면 대한민국의 독자들이 아직도 그런 스펙에 낚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의 첫부분에 소개된 학교와 교도소 비교는 방송에 나와서도 소개된 것이지만 글로 쓰인 것을 읽어가며 공감을 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보다는 정해진 시간에 등교해서 순응하며 주입식으로 교육받고 문제 잘 푸는 아이들을 양성하는 곳이었고 아직도 여전히 그런 잔재들이 남아있습니다.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며 이런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728x90


'잡스의 차고'라는 소제목 부분에서 천장이 3미터 이상인 공간에서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는 부분은 아파트와 학원, 학교(사무실)에서 파란 하늘을 볼 시간도 없이 학업과 일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의 학생들과 회사원들이 생각났습니다. 나 역시도 새벽에 출근해서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퇴근하고 있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부러 산책을 하지 않으면 파란 하늘을 보는 것은 창문을 통해서 뿐입니다. 이런 하루하루의 삶이 무의식 중에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힙합가수가 후드티를 입는 이유'는 재미있었습니다. 어떻게든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빈민가의 아이들이 후드티를 입는다는 것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주변이 안 보이니 머리를 좌우로 두리번거려야 하고 이것이 힙합의 동작과 연결된다는 것이지요. 헤드폰을 끼는 것도 주변 소음으로부터 나를 차단시키고 싶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통해 주변과 자신을 격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더 무거운 건축물일수록 더 큰 권력을 나타낸다는 부분에서 고대 고인돌, 영국의 스톤헨지, 메소포타미아의 지구라트,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국의 만리장성,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 잠실의 롯데타워 그리고 삼성동에 지을 현대자동차의 GBC를 비교해놓은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결국은 낭비이고 사치일 수 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냉전시대가 끝난 이후로는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높은 건물을 짓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는 왜 삼성동에 100층이 넘는 GBC 빌딩을 지으려는 것일까요? 현대차가 주식시장에서 점차 후퇴하고 있어 다른 사업영역으로 전환하려는 것일까요. 명품을 소비하는 것도 남들과 다른 자신의 재력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랍니다. 재미있는 해석들은 흥미를 끌었습니다. 

건축가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이렇겠구나 공감도 가고, 이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 나라의 온돌 시스템이 발전을 저해했다는 부분등은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했습니다.  

2018년부터 읽고 싶었지만 도서관에서 항상 대출중이었는데 남양주정약용도서관 개관으로 구경도 하며 빌려볼 수 있어 즐겁고 유익한 주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책에서 발췌

141) 이언 모리스는 <가치관의 탄생>이라는 책에서 에너지를 취하는 경제 시스템에 따라 가치관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수렵 채집 시대에는 부족이 함께 사냥하고 나누어야 했기 때문에 평등 사회가 만들어졌으며, 농경시대에는 재산 축적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계급사회가 만들어졌다는 식이다.
176)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제3의 침팬지>에서 아프리카의 가젤을 들어 사람들이 담배 피우는 이유를 설명한다. 
196) 건축은 종교를 강화하는 장치지만 텍스트인 경전은 종교의 전파에 효율적인 미디어다. 그래서 세계적 규모의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모두 각각 성경, 코란, 불경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책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들이다. 
198) 아파트 단지 주변의 종교 시설은 상가 교회 뿐이었으며 타 종교와 경쟁할 필요가 없는 독점 시장이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실력 있는 목회자만 살아남는 무한 경쟁 시스템이었다. 
213)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미디어 시스템을 장악한 사람이 이 사회에서 진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 방송국 시스템이 곧 과거의 신전 건축이다. 방송국 사장이 이 시대의 제사장인 것이다. 방송국 사장이 누가 앉아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지상파 TV의 사장 자리를 놓고 공방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236) 프랭크 게리라는 건축가가 있다. 그는 종이를 구긴 것 같이 생긴 이상한 모양의 건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으로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이 미술관은 낙후된 도시 빌바오를 전 세계 관광객들이 찾는 문화 도시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246) 그때 결론은 '에덴동산은 페르시아만에 침수되어 있을 것이다'였다. 해수면이 120미터 상승하는 동안 바닷물을 막고 있던 호르무즈해협이 어느 한순간 무너지면서 침수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이었다. 
249) 처마의 끝이 올라간 것은 코너의 나무 기둥에 햇볕이 더 들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해의 입사각이 높아져서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처마는 더 급하게 올라가야 한다. 
278) 갤럭시만 만들어도 돈은 벌지만 애플이 받는 존경은 받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실패를 감수하는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 대기업,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 같은 검증된 길 대신 무모하더라도 세계 최초의 창업을 하고, 건축에서도 세계 최초의 도전적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297) 영화 <블랙 팬서>는 겉으로는 블록버스터 히어로물이지만 스토리를 들여다보면 많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시의 소외된 계층에 대한 이야기와 사회의 잠재적 위험이 만들어지는 방식 등 현재 미국 사회를 비판하고 자성하는 목소리가 담긴 영화다. 그중에서도 건축가인 필자의 마음에 가장 남는 이야기는 '벽과 다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 속 주인공은 마지막에 "현명한 자는 다리를 놓고, 어리석은 자는 벽을 쌓는다"라고 말한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 벽을 세우고 있는 트럼프한테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중략)
돌궐의 명장 톤유쿠크는 "성을 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만드는 자는 흥할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소통하는 자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305) 현재 일본은 일정 인구밀도가 안 되는 마을의 사람들을 이주시켜서 도시를 폐쇄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일명 'Compact City'라는 프로젝트다. 
307) 제임스 글릭이 쓴 <인포메이션>이라는 책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담겨 있다. 러시아의 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는 1930년대에 중앙아시아의 문맹자를 연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문맹자와 글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뿐 아니라 생각하는 것에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문맹자는 좀 더 비논리적이다. (중략) 문자라는 것을 쓰고 읽을 줄 알면서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졌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문자와 동맹을 맺은 사람들은 의식도 더 진화한 것이다. 
333) 영화 <스파이 브릿지>를 보면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나누는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장면이 나온다. 
344)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역사책 <공간의 세계사>에서 교통수단이 발달하면 역사에 큰 변화가 온다고 말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말'이다. 말을 타면서부터 인간은 시간 거리를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공간의 혁명이 일어났다. 
361) 건축적으로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이유는 우리나라의 '온돌' 난방 시스템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도시의 고밀화는 신흥 계급을 만들고 근대화로 이어진다. 온돌을 사용한 우리나라는 단층짜리 주거지에 머물 수밖에 없었고 고밀화 도시를 만들 수 없었다. 아마 일본도 우리의 온돌 시스템을 수입하였을 테지만 잦은 지진으로 구들장이 내려앉아서 무거운 온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가벼운 다다미방에 '화로'를 놓는 난방 시스템을 사용하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