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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영화

연극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를 보고(190530)

by bandiburi 2019. 5. 30.

오랜 만에 포항 효자아트홀에서 연극을 봤다. 극단 예맥의 56회 정기공연이었다. 업무를 마치고 포항에 홀로 내려온 선배와 함께 회사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7시 30분 공연에 자리를 잡았다. 7시 25분경 도착했을 때 예상과 달리 대부분의 자리가 차 있어 왼쪽 뒷자리에서 봤다.

"땅끝에 서면 바다가 보인다"라는 제목이 당연한 것인데 왜 그렇게 붙였을까 궁금했는데 연극을 보고 나니 이해가 되고 잘 지었다 공감하게 되었다.

선배가 소감을 말했다. "나이가 드니 주인공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감정이입이 되어 마음이 찡해지더라. 젊을 때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변하나봐. 부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인지도..."

나는 청소년기부터 소설같은 이야기속으로 쉽게 빠져드는 경향이 있어 즐겁게 봤다고 대답했다. 영화 <생일>을 보면서 세월호 아이들과 부모들을 생각하며 시종 눈물을 흘려 눈이 짓무를 정도였다.

관객으로 하여금 공감해서 기뻐하고 슬퍼하고 생각하게 하는 연극이 좋은 연극이라 생각한다. 배우들이 스토리에 몰입해서 등장인물로 얼마나 다시 태어나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관객들도 따라 스토리로 진입한다. 약간 대사의 꼬임과 마이크 처리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대체로 좋았다.

목욕탕 때밀이와 이발소 깍새, 구두딱이, 권투선수, 챔피언, 함바집, 음식배달, 고시, 코미디언 지망생 등 7, 80년대 한창 잘 살아 보자고 상경해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을 담았다. 지금은 잊혀지거나 관심의 영역이 더 이상 아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시 선배와 요즘 아이들, 자녀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배고픈 시절을 모르는 풍족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이 연극을 보면 어디까지 이해할까. 부모 세대가 가난한 시기를 보냈고 용돈도 거의 없었다고 하면 꼰대 소리 듣기 안성맞춤이다.

돈에 대해 아이들도 한 번은 처절하고 고민해야 한다. 이 나라에서는 대학시절이 좋은 기회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보며 사회의 일부가 돌아가는 시스템도 알고 돈도 벌어보는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20대는 그럴 특권이 있으면서 건전한 성인이 되기 위한 책임이기도 하다.

선배는 포항공대 1기로 공대에서 석사까지 마친 수재였다. 본인이 지금 크게 후회하는 것이 공부와 성적이 전부인 것처럼 살았기에 아르바이트 같은 경험을 전혀 해보지 않은 것이란다. 나도 십분 공감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혹은 배운다는 것은 책만으로 어림없다. 몸으로 준비하고 부딪혀서 깨닫는 과정이 많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성적만 가지고 경쟁에서 우월해지는 교만함을 버리고 세상으로 뛰쳐나가 적극적으로 경험하길 바란다. 나의 세 자녀도 마찬가지다. 오늘 연극의 주인공처럼 어려움에 굴하지않고 나아가듯이 말이다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다. 좋은 연극 한 편을 봐서 기분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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