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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영화

영화 생일 (190420)

by bandiburi 2019. 4. 20.

주말부부를 하게 된지도 2개월을 넘었습니다. 4월도 중순을 넘어서고 따뜻한 훈풍이 부는 주말에 아내의 제안으로 영화 '생일'을 봤습니다. 구리 CGV에서 10시 15분에 조조영화로 커피와 팝콘과 들고 4층 2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영화를 몇 개월에 한 번씩 보게되면 광고도 재미있습니다. 팝콘을 먹으며 광고를 즐감했습니다. 드디어 영화가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침울합니다. 외국에서 돌아온 남편(설경구)를 박대하는 아내(전도연)의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되며 조금씩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경이 드러납니다. 아버지가 베트남에 가 있는 사이에 '수호천사'인 아들에 의지하며 살았던 아내였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뜻밖의 죽음(세월호 사건)으로 정신적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그 슬픔속에서 타인과의 관계도 거부하며 살아갑니다. 아들의 영혼이 현관등의 깜빡임과 함께 돌아온다고 애써 생각하고 싶어하며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지속적으로 슬픔을 자아내는 장면들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후반부에서 영화제목에 걸맞는 아들의 생일잔치를 유가족들과 함께 보내며 조금이나마 아내의 마음이 치유됩니다. 하지만 생일을 맞아 이벤트를 진행하는 장면에서 아버지의 오열하는 모습은 관객의 마음속에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며 눈물을 쏟게 만듭니다. 

시종일관 눈물을 나게 만드는 영화, 그래서 잘못 만든 영화라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옆에서 아내는 계속해서 코를 훌쩍입니다. 조조영화라 사람이 별로 없는데 옆에서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도 영화관을 나와서도 2시간 내내 눈물을 흘린 탓인지 눈이 짓물러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도 여전히 부어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몇 가지를 생각해 봅니다. 

  • 현재 고3, 고2, 중3 학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당시 단원고 2학년이었던 아이들이 어쩌면 억울하게 죽음을 맞아야 했을 때 얼마나 그 유가족들은 마음에 멍울이 생겼겠는가 공감이 되었습니다. 2014년 4월 인도에 주재하면서 간접적으로 들었던 세월호 사건은 안타깝지만 내가 겪은 일이 아니라서 유가족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그 부모가 되어보았습니다. 그분들이 왜 그렇게 몇 년을 국가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 유가족들의 삶속에서 이 나라 서민들의 삶이 보였습니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당장 살아갈 직업을 구해야 하고 돈을 빌려야 하는 삶을 사는 부모들이 있었습니다. 자식을 잃고 더더욱 혼란스런 상황가운데 힘든 삶을 꾸려가야 하는 가족들도 있습니다. 그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그 안에 내가 없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 부모로서 자식이 옆에서 투정을 부리고 부모 자식간에 갈등도 있지만 그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잊고 지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성적이 전부인 것 마냥 공부하라고 재촉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건전한 생각과 건전한 신체를 가지고 사회의 일부로서 잘 융화되어 나라를 이끌어가는 젊은이로 자라면 감사할 일입니다. 

눈물을 자제하기 어려운 분들은 손수건을 미리 준비하기고 그래도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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