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책에서 인용되었던 사마천의《사기열전》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사마천의《사기》중에서 열전(列傳) 부분을 모아놓았다.
중국의 고대부터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 전한 시대까지의 인물을 다룬다.
이런 배경 지식 없이 일종의 삼국지 같은 소설을 기대하며 과감하게 읽기 시작했다.
총 3권으로 나눠져 있고 1권에서만 25개의 열전을 소개한다.
한 권 속에 25개의 열전마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의 이름과 주변 인물이 등장한다.
하나의 열전 안에서는 서사가 머릿속에서 미처 펼쳐지기도 전에 사람과 나라 이름으로 혼란스러워진다.
또한 열전이 거듭되면서 열전과 열전 사이에도 차별화가 흐릿해진다.
후반부로 가면서 독자로서 지루한 감이 들었다.
가까스로 1권을 완독하고 나서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 진나라와 전한 시대 후한 시대를 찾아봤다.
중국의 고대 역사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선행되야지 《사기열전》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가능하면 등장하는 주요 나라의 위치와 연대를 크게 구분하면 좋겠다.
그리고 등장인물을 시대와 나라에 따라 정리하면서 읽는다면 더 집중할 수 있겠다.
사기열전 총 3권을 모두 읽고 전체를 정리하는 표를 만들어 봐야겠다.
시대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춘추 시대는 주나라 왕실의 권력이 약화되지만 존속하고 있는 시기로, 여러 제후들이 세력을 키우며 다투던 시기다.
이 시기의 진나라, 한나라, 위나라, 초나라, 송나라를 춘추 오패라 한다.
BC 770년 ~ BC 403년 기간이다.
전국시대는 주나라가 멸망한 이후 각국이 패권을 다투던 시기다.
각국의 봉건제도가 붕괴하고 군현제를 실시하면서 통일국가로 가는 과정이었다.
최대 12개의 나라가 있었지만 주요 7개 나라를 전국 칠웅이라고 한다.
BC 403 ~ BC 221년까지다.
최초의 통일국가가 된 진나라는 BC 221년부터 BC 206년까지로 짧다.
한나라는 전한 시대(BC 206 ~ AD 8년)와 후한(AD 25~ AD220) 시대로 나눌 수 있다.
이 책은 사마천이 살던 전한 시대까지 기록되어 있다.
전한과 후한을 나누는 이유는 중간에 왕망이 신나라를 세워서 단절되는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몇 개의 문장과 간단한 소감을 포스팅했다.
2권으로 이어진다.
용이라는 짐승은 잘 길을 들이면 그 등에도 탈 수가 있다. 하지만 목줄기에 직경 한 자 가량의 거꾸로 난 비늘(逆鱗)이 있는데 그것을 건드리는 사람은 반드시 죽인다고 한다. 임금에게도 이러한 비늘이 있다. 유세자가 임금의 비늘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우선은 성공이라고 하겠다. (34)
'역린을 건드린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사기열전》에 나온다.
최초의 출처는 전국시대의 인물인 한비자가 '逆鱗之禍'다.
그러니 사마천은 기원전 1세기 경, 한비자는 기원전 3세기 경의 인물이니 한비자가 먼저다.
자장이 벼슬자리를 얻는 방법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선 많이 들어라. 그리고 의심나는 점은 빼버린 다음, 그 나머지 만을 조심해서 말한다면 말에 실수가 적을 것이다. 또 많이 보아라. 그리고 위태로운 것을 뺀 다음, 그 나머지를 조심해서 행한다면, 행동에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말에 실수가 적고 행동에 뉘우침이 적으면 벼슬은 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어지게 마련이다." (101~102)
오늘날에도 직업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경제가 축소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어두울 때 사회는 더 각박해지기 쉽다.
자기 말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생각하기 전에 행동이 앞서기 쉽다.
모두가 견디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성인들의 외침이다.
"아직 학문이 넉넉지 못한 사람에게 정치를 하게 하는 것은, 그를 해치게 하는 것이다." (108)
'학문이 넉넉지 못한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학문'의 정의부터 의문이 든다.
학문이란 교실이나 시험에 갇히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학문하는 사람이란 시험에 갇혀 살았던 사람으로 착각했다.
정치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없었던 사람, 정치가 무엇인지도 무지한 사람이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당사자와 국가의 재앙이다.
태사공은 말한다. 삼진(한 · 위 · 조)에는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이 많았다. 합종과 연횡을 부르짖어 진나라를 굳세게 한 자는 대개가 다 삼진 출신이다. 장의의 책모는 소진보다도 심하였으나 세상이 장의보다 소진을 미워하는 것은 소진이 죽은 뒤, 장의가 소진의 단점을 선전, 폭로하고 자기의 유세를 유리하게 하여 연횡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요컨데 이 두 사람은 진실로 위험한 인물이다.(212)
합종과 연횡이란 말이 정치에서 종종 언급된다.
삼진 시대에 장의와 소진은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소진은 여러 국가가 합종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자고 했다
장의는 각국이 진나라와 화친을 맺고, 서로 견제하며 생존을 도모하자는 연횡을 주장했다.
"살아 있는 자가 반드시 죽는 것은 만물의 이치입니다. 부귀하면 추종하는 자가 많고, 빈천하면 교우가 적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군주는 아침에 시장에 가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아침에는 어깨를 나란히 하여 앞을 다투어 문으로 들어가지만 날이 저물어 시장을 지나는 사람들은 팔을 흔들고 돌아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아침을 좋아하고 저녁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저녁에는 시장에 상품이 없기 때문입니다. (289)
권력이나 부를 따라서 사람들이 옮겨다니는 것을 생사와 같은 당연한 이치라고 말한다.
그래서 권력이나 부를 탐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 대로 살아가는 사람을 위인으로 추종한다.
어렵기 때문이다.
"대체로 현자의 처세란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아서 곧 송곳날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이 금방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것이오. 그런데 지금 선생은 내 집에 3년이나 계셨다지만, 좌우에서 한 번도 선생을 칭찬하는 일이 없었고, 나 역시 선생의 훌륭한 점을 들은 일이 없소. 이것은 결국 선생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없다는 이야기이므로, 이번만은 같이 갈 수가 없소. 여기 그대로 머물러 계십시오. " (294)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유래가 바로 《사기》의 평원군 열전에 등장한다.
뛰어난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재능이 드러난다는 의미다.
평원군이 식객으로 있던 '모수'가 드러나지 않았던 점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결국 모수는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 설득해 구원군을 얻는 데 성공한다.
태사공은 말한다. 죽음을 각오하면 반드시 용기가 넘치게 된다. 죽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인상여가 화씨벽을 도로 받아 쥐고 기둥을 노려보았을 때, 혹은 또 진나라 왕의 좌우를 꾸짖을 때에는, 고작해야 자신이 죽으면 그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424)
인상여 열전에서 천하에 둘도 없는 보물인 '화씨벽'을 가지고 인상여는 진나라 왕에게 간다.
진나라 왕이 화씨벽과 성읍 열 다섯 개를 바꾸자는 제안을 하였으나 인상여가 화씨벽을 가지고 오자 마음이 바뀐다.
인사여는 목숨을 걸고 재치를 발휘해서 화씨벽을 조나라로 가져온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각오를 할 때 상대방이 왕이라도 때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일어난다.
독서습관1055_사기열전_사마천_2014_신원문화사(250514)
■ 저자: 사마천
사마천은 중국 전한 시대 역사학자이며, 자(字)는 자장(子長) · 태자공(太子公)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고문(古文)으로 쓰여진 전적(典籍)을 배웠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적을 탐방하여 견문을 넓혔다. 아버지 사마담(司馬談)은 무제가 거행한 태산(泰山)에서의 봉선의식(封禪儀式)에 참석하는 것을 허락받지 못해 분사하였는데, 죽기 전에 고대로부터 당시까지의 역사를 저작할 것을 사마천에게 부탁했다.
기원전 108년, 아버지에 이어 태사령에 임명된 사마천은 먼저 역법 개정에 종사하여 기원전 104년, 태초력(太初曆)을 완성한 후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통사(通史) 편찬에 착수했다. 기원전 99년, 한나라 장군 이릉(李陵)이 흉노와 싸우다가 투항한 사건이 생겼다. 그때 사마천은 혼자만 이릉을 비호해 무제의 격분을 사서 궁형(宮刑)에 처해졌다. 하지만 몇 년 후 중서령(中書令) 직책으로 복귀했다.
그 뒤 통사 저작에 전력을 기울여 마침내 《사기(史記)》130권을 완성했다. 아버지의 유언과 궁형 사건을 통하여 인간의 운명에 대해 큰 의문을 품게 된 사마천은 사실을 정확히 검토해서 인간의 종합적 가치를 결정하고, 인과관계의 불합리성을 하늘(天) 대신 수정하는 일에서 역사학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를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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