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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안데스 설원의 생존자들 Society of the Snow_비행기 사고 생존자

by bandiburi 2025. 4. 22.

안데스산 (출처: flickr)

세상은 아름답다. 넓게 펼쳐진 하늘과 바다, 구름 사이로 뾰족한 봉우리를 내미는, 신의 거처가 잘 어울리는 높은 산은 자연의 위대함에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그에 비해 인간이 얼마나 초라하고 나약한지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광활한 자연에 내던져진 인간은 결국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생존 앞에선 처절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안데스 산맥의 생존자들 이야기는 1972년 우루과이 공군 571편 항공기 추락 사고에서 비롯된 실화다. 탑승자는 승객 40, 승무원 5명으로, 우루과이 청년 럭비팀 올드 크리스천스 클럽멤버들과 그들의 가족 및 친구가 포함돼 있었다. 추락 직후 33명이 생존했지만 눈밭으로 덮인 이 고산지대는 동물은커녕 풀 한 포기조차 자라지 않는 척박한 곳이었다. 결국 13명이 극심한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사망하고, 16명만이 생존했다.

 

영화는 난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시작된 영화지만, 결국 난도는 굶주림을 버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아라는 공식을 깨부순 듯해서 신선했다. 하지만 그가 시신을 먹는 선택을 거부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론 죽음을 맞이하는 걸 보며 식인 행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비행기 사고 잔해 (출처: needpix)

내가 안데스 산맥의 생존자들 중 한 명이었다면, 함께 탑승한 사람들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게 가족이나 친구일지라도? 생사의 기로 앞에서 답은 하나뿐이다.바로 시신을 먹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게 분명 맞다. 하지만 옳은 일인지 묻는 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연결해서 결코 옳지 않다고 말할 것이다.

 

하루만 굶어도 위가 쓰려 괴로운데 음식을 참는다는 것은 어떤 초월적인 정신력을 가졌다는 걸 의미할 것이다. 거기에 살을 아리는 추위가 더해진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인간의 존엄성이냐, ‘생존이냐의 문제는 정신적 생존이냐, ‘육체적 생존이냐로 다가온다. 물론 시신을 먹는 행위가 곧 정신적 죽음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생존자들은 마음의 짐을 얹은 채 평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 결국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자신이 생존할 수 있게 몸을 내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생존자들은 각자의 신에게 매달린다. 평생 믿어온 신을 향해 십자가나 묵주를 꼭 쥐며 기도를 하는 장면은 이런 생존 영화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할 것이다. 먹을 것이 점점 떨어지고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한 인물이 자신이 믿는 신은 오직 눈보라로부터 그들을 지켜줄 두 동강난 항공기 기체임을 주장하는 게 인상 깊다.절박해지면서 선택하여 기대는 존재가 신이 되는 것인 것 같다. 존재가 증명되지 않은 신에 있어선, 개개인이 믿는 신은 다양할 것이다.

(출처: biblepics)

두 생존자, 페르난도 파라도와 로베르토 카네사는 10일 넘게 안데스 산맥을 넘어 구조를 요청하러 떠났고, 결국 12 20일 구조대를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이때는 사고 발생 후 72일째였다. 그들의 용기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인간이 한 번도 정복해보지 못한 산을 기아 상태에서 정복한 대단한 등반가들이었다. 둘의 용감한 선택 덕분에 다른 이들도 생존할 수 있었다.

 

그들은 동굴 같은 기체에 몸을 숨기고 시신을 다 먹어치울 때까지 버티다 굶주림으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교훈을 얻는다. 바로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생명이란 게 본래 그런 것 같다. 몸에 피가 끊임없이 돌지 않는다면 사람은 죽는다. 옛날엔 사냥을 하고 채집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돌아다니지 않았다면 살아남기 어려웠다. 사람을 만나고 햇빛을 보려고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면 사람을 우울증으로 죽을 확률이 높다. 결국 사는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간단하다. 활동하여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이다.

 

한편 영화를 보며 궁금한 게 여러 가지 생겼다. 왜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낭비했던 걸까? 어차피 땔감이 없어서? 왜 이글루를 짓거나 눈을 파서 거처를 마련하지 않았던 걸까? 그럴 힘도, 지식도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런 환경에선 소용이 없었던 걸까? 단시간 내에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는 영화라서 허용된 장면들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담은 책 《Society of the Snow》을 꼭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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