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체제> 2부를 포스팅한다.
1980년 이후 일본이 경제의 꼭짓점을 찍고 급강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원인과 아쉬운 점에 대한 내용이다.
제4장 도금 시대처럼 겉만 휘황찬란했던 호황기 1980~1989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쓴 <도금 시대Gilded Age>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870년대부터 1900년대까지 공업화가 급속하게 진전되었습니다. (...) 'Gilded'는 겉면에만 금을 입힌 '금도금'을 가리킵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가 '도금 시대'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 시대에는 일본 경제가 세계를 제패했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제 눈에 1980년대 일본의 약진은 '금도금'으로밖에 비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벗겨질 물거품의 번영일 뿐이라고요. (207~208)
1980년대의 일본은 겉으로 보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국가처럼 보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겉만 금으로 도장한 '도금 시대'에 불과했다.
저자가 지적했듯이 대학교육의 질에서 미국을 당할 수가 없었다.
도금은 때가 되면 벗겨지로 실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잃어버린 30년, 40년이 바로 그것이다.
그 무렵 일본에서는 이미 땅값이 상승할 조짐이 있었는데요. 이 때문에 금융완화정책에서 벗어나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금리를 올리면 달러화 약세를 가속시켜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몰랐습니다. 일본발 세계 공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본은행은 금리 인상을 보류했습니다. 기준금리는 1987년 2월부터 1989년 5월까지 2.5퍼센트로 매우 낮게 내려갔습니다. 이렇게 방치된 비정상적인 금융완화 상태가 거품 경제를 불러온 것입니다. (214)
일본에 적시에 금리를 올리지 않아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으로 인해 세계 공황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여 거품 경제를 유발했다.
왜 일본은 스스로의 경제를 우선하지 않고 세계 경제를 걱정했을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패착일까.
대기업의 CP 발행 금리가 정기예금 금리를 밑돌고 있었기에, CP로 자금을 조달하여 정기예금에 맡기면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옮기기만 하면'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233)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비용이 필요한 시기를 지난 일본 대기업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돈놀이에 빠졌다.
우리의 현실이 일본을 따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1988년에는 국토청이 발행한 <국토이용백서>가 "도쿄권을 중심으로 한 지가 상승은 실수요에 따른다"는 견해를 발표했습니다. 지가 상승은 투기가 아니라 공급에 비해 수요가 과대한 것이 원인으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진단입니다. 정부가 땅값 폭등에 대한 보증서를 내준 꼴이지요. (235)
2024년 한국 정부가 하고 있는 모습이 1988년 일본 국토청이 했던 모습을 모방한 것처럼 유사하다.
국가의 자원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부동산에 쏠려 있는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
부동산으로 인한 경제개발 효과가 일시적으로 커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하는 기업들에게, 개인들에게 부동산은 거주하고 일할 공간일 뿐이다.
경쟁력은 공간에서 나오지 않고 기업과 개인 스스로의 역량이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은 정당한 보답을 받지 못하는데 허업虛業(투기사업)과 부당 이득과 불로소득, 악덕 상술은 끝없는 부를 가져옵니다. 그런 상황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기 마련입니다. 1989년에 간행한 <토지의 경제학>에서 저는 그러한 생각을 전개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본에서의 반향은 거의 없었죠. 제 생각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일본인이 아니라 미국인이어요. (246)
부동산과 코인, 재테크 관련 정보가 넘쳐나는 우리의 현실이 1980년대 일본의 모습을 닮았다.
파이어족이 되었다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한다.
노후준비에 대해 불안감을 조장한다.
자녀 교육에 대해 불안감을 조성한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 생각해봐야 한다.
삶을 살아가는 몫은 우리 스스로에게 있다.
성실하게 일하는 건강한 시민이 중요하다.
여기서 제가 '위화감'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것이 '비정상'인데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당연한 듯 '정상'이라고 여기는 상태입니다. 땅값이 이렇게 오를 순 없다! (...) (251)
1980년대의 금융 영역의 전시체제는 외부 환경의 큰 변화에 노출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 두 번째는 기업 측에 고도성장기와 같은 왕성한 자금 수요가 없어진 것입니다. (...) 기업에 자금 수요가 없기 때문에 싼 금리로 조달한 자금은 대규모 정기예금이나 특금, 펀트라 등의 금융자산에 투입되었습니다. (252)
제5장 거품 경제도, '1940년 체제'도 붕괴 1990~1999
제6장 일본을 뒤에 두고 발전한 세계 1980~
1970년대까지만 해도 강했던 경제체제가 1980~1990년대에 생긴 세계경제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일본도, 독일도 새로운 세계경제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 사실을 확실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확실해진 것은 더 나중의 일이지요. (294)
이러한 환경 변화 이래에서 선진국이 목표로 해야 할 길은, 애플이 전형적으로 보여주듯이 노동비용에 따라 가격이 정해져버리는 제조 과정에서 원가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게 아니라 개발과 연구라는 부가가치가 높은 영역을 특화해, 염가의 노동력이 우세한 중국 기업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입니다. (304)
전후에 급성장하던 일본과 독일의 경제가 환경 변화를 따르지 못해 뒤처진 사례를 보여준다.
국가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국민과 기업이 동참하게 하여 지속 성장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철학 있는 정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지가가 계속 떨어져서 부실채권이 금방 정리되지 않았던 것이나 소비자물가의 하락이 문제였던 게 아니라, 일본의 산업구조와 경제 체제가 시대의 새로운 조건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게 일본 경제 침체의 기본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316)
일본의 무역수지는 2011년 적자로 전락하여 지금까지 그대로입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원자력 발전 정지로 에너지 관련 수입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일반적입니다. 확실히 그런 측면은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원인은 일본 제조업이 세계경제의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데 있습니다. (324)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는 국가의 산업 체질의 변화가 중요하다.
일본의 장기 경기 침체의 원인이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기하지 말아야 한다.
일본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자본 수출'이라는 형식으로 다시 미국으로 환류시켰습니다. 환류된 자금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까지는 통계로 추적할 수 없지만, 그 일부가 주택 구입에 쓰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319)
수출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던 일본이 그 돈으로 무엇을 했는지 보여준다.
결국은 미국의 부동산이었다.
"일하지 않아도 풍요롭게 잘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단정 짓는 사람이 자꾸 나온다면, 그건 세상이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죠. 1980년대의 거품 경제 속에서 이러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재테크를 통해 일하지 않고도 이익을 얻을 수 있었고, 자금 없이 골프장을 개발하여 막대한 자산을 축적했습니다. 그러다가 비싼 그림을 사서 갤러리에서 팔면 거액의 차익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아무도 성실하게 일하지 않으면 경제 전체적으로 부가가치는 창출되지 않고, 폭탄 돌리기 게임이 계속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큰 손해를 보는 사람이 나타나기 마련이죠. (334~335)
일본이 거품 경제 속에서 잘못된 선택을 했다.
잘못된 선택을 2024년의 한국인들이 하고 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고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일에 전 국민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누군가는 폭탄돌리기의 게임에서 피해자가 돼야 한다.
이런 사실을 알면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어도 시설중심주의로는 비용을 조달할 수 없기 때문에 '재택 간호'를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간호 문제가 심각하다고 모두가 생각하면서 자기 문제가 되기 전에는 끝까지 따져 묻지 않습니다. 해결하기 너무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337)
삶과 죽음의 문제는 누구나 당사자가 된다.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간호 문제는 심각하다.
개인의 경제적 여건에 맞춰서 대응하라는 각자도생은 잔인한 선택이다.
모두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
일본의 경제정책은 장래에 일본을 지탱할 수 있는 산업을 창출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인구 고령화의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시급한 과제입니다. (338)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싶은 말이다.
(...) 어떤 나라의 국민이든 그 능력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제도나 조직이 "일하면서 잘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지의 여부입니다. (345)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제도나 조직은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다.
홍세화가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에서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똘레랑스"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기본적인 "일하면서 잘살고 싶다는" 소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중요하다.
세계경제의 기본적인 조건이 전환되던 1980년대 후반 무렵, 이 체제에 대한 무조건적 예찬이 일본 경제가 환골탈태할 가망성마저 앗아갔다. 이 시기에 형성된 '일본 예찬 = 1940년 체제 예찬'론은 결국 '일본 경제의 멍에'가 되어 아직도 21세기 일본의 구조적 대전환을 가로막고 일본 경제의 발전을 계속 저해하고 있다. (364)
저자는 '1940년 체제'가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세상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체제를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1980년대 거품 시기에 일본인의 의식이 크게 변해버린 것이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침체기의 큰 원인이라며, 일본인이 첫 번째로 잃어버린 게 '일(노동)에 대한 윤리관'이라고 말한다. '부지런히 일하면 풍요로워진다'는 건강한 생각이 1980년대를 기점으로 크게 흐려져버렸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 속에서 땅 투기를 하면 벼락부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꾸준히 성실하게 일하지 않아도 그림을 매매하거나 골프장을 개발하는 등 약삭빠르게 처세하면 엄청난 불로소득을 축적하는 '부의 연금술'이 가능했다. (366)
저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을 일본인의 의식의 변화라고 진단한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경고하는 문장처럼 보인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중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사라지고 있는 한국이다.
청년층이 성실하게 일하면 잘 살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은 부모 잘 만난 사람은 걱정이 없고,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은 훨씬 더 노력해야 하는 각자도생의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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