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가졌다고 나도 다 가져야 할 필요가 없다. 남들이 써놓은 성공 방정식을 내가 풀 필요가 없다. 그저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다. (289)
이 문장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다. 이 말을 하고 싶어 꼰대 김 부장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개한다.
세상을 다 아는 듯 하지만 앞뒤가 꽉 막힌 인물 꼰대 김 부장이 주인공이다. 대기업에서 25년을 일하며 부장까지 승진했다. 이제 임원으로 승진의 길만 남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며 우월감을 느끼며 산다. 사는 집이 어디고, 타고 다니는 승용차가 어떤 종류고, 들고 다니는 가방은 어느 브랜드인지 은근히 비교한다. 김 부장의 이런 일련의 행동은 그가 자존감이 많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 부장은 스스로의 평가보다는 남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 늘 그래왔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아왔다. (36)
나는 임원이 되려고 회사를 다닌 건데, 상무님과 전무님은 더 많은 월급을 받으려고 임원이 된 거였다. 그들도 직원일 뿐이었다. 그들이 성공의 최정점에 있는 줄 알았는데, 바깥에서 보니 그냥 다 같은 직원이다. 돈이 세상의 중심인 세상, 자본주의 세상이다. (218)
자신이 제일 잘 난 줄 알았기에 후배들과 소통이 거의 없고, 다른 부서와의 교류도 적다. 그러다 보니 경주마처럼 자신의 길만을 알고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결국 이런 결점은 그의 희망과는 달리 명예퇴직의 수순으로 이어진다.
퇴직이 비극의 시작이다. 귀가 얇은 김 부장은 신도시 상가 분양의 유혹에 빠져 퇴직금과 대출금으로 상가를 분양받는다. 매월 몇 백만 원의 수입을 기대했지만 상권이 자리잡지 않았고 주변에 상가가 많아 물거품이 되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김 부장을 도와준 것은 평소에 무시했던 아내와 아들 그리고 큰형과 친구 놈팽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시작일 뿐이지만 말이다. 김 부장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차근차근 따져본다. 남과 나를 비교함으로써 나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했다. (...) 내가 갖지 못한 것을 남이 가졌을 때 용납하지 못했다. (...) 나 스스로를 성찰해본 적도 없었다. (245)
오십 중반을 넘어 예순이 되어서야 알겠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가 커서 좋은 대학 가고 대기업 다니고, 남들보다 좋은 집 살고 좋은 차 타면서, 최종적으로 내가 임원 되는 게 인생의 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정한 답이 아니었다. 남들이, 아니 어쩌면 허울뿐이던 나의 또 다른 자아가 세워놓은 규정을 그저 따라가려 했던 것뿐이다.
스토리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 읽다 보니 끝이다. 조직에서 요즘은 많이 사라졌을 골동품 같은 꼰대 아저씨의 전형 김 부장은 산업화 시대의 수혜자이자 피해자일 수 있겠다. IMF 이후 조직이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한 사람들은 입사 후에도 자신만의 자기계발이나 투자활동을 열심히 한다. 송 과장이나 김 대리가 그런 사례를 담고 있다.
김 부장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통해 그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퇴직 후 큰형 카센터에서 일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형과의 갈등의 해소다. 그리고 아들이 사업을 하겠다는 것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그런 일을 한다고 극구 말렸다. 하지만 퇴직 후 분양 사기를 당했을 때 아들이 그 공간을 활용하게 되며 아들과의 관계도 회복된다.
이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김 부장 아내의 역할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양육을 하며 우울증도 경험했지만 그게 당연한 것인 줄 알고 살았다. 전업주부로 있지만 집을 사는 결정으로 가족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공인중개사에 합격하며 퇴직한 남편의 어깨의 짐을 덜어주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가족 간의 갈등 중재를 지혜롭게 한다. 김 부장의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는 것은 그의 아내 덕분이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290
독서습관 865_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_송희구_2021_서삼독(240405)
■ 저자: 송희구
평범한 직장인.
응용수학, 경제학 전공.
좋아하는 것은 삼겹살, 계란말이, 버거, 옥수수수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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