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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40]시간이 멈춘 방_유품정리인이 미니어처로 전하는 고독사 이야기

by bandiburi 2024. 2. 18.

고독사에 대한 다큐를 보는 중에 이들의 외로운 죽음에 함께 하는 '유품정리인'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유품정리인인 고지마 미유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지은 <시간이 멈춘 방>이란 책을 만났다. 

청년 고독사, 노인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뉴스에 등장한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다. 취업을 해서 자립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비교와 경쟁 속에서 좌절하는 청년들, 노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노인들이 주로 고독사의 주인공이다. 

짧지만 저자가 직접 전하는 일본의 고독사 현장의 비참한 모습은 미니어처와 설명만으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어려운 시기였지만 마을 공동체 중심으로 살던 시대에는 홀로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고독사는 생각할 수 없었다. 가족이 파편화되고 자본을 따라 도시로 모여들면서 인구는 많지만 사람 간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같은 건물에 살아도 옆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고 질병과 같은 건강상의 이유로 고독사한다. 결국은 느슨해진 사람간의 관계망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국가의 역할은 경제적 발전을 통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자본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필요하다. 청년층과 노년층의 고충을 이해하고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자원을 잘 분배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고독사는 사람이 원인이자 사람이 해결방법이라고 본다. 짧지만 씁쓸한 현실을 보게 되는 책이다. 일본보다 더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 고독사의 위험은 훨씬 크기에 걱정이 앞선다. 

다음은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요즘은 집주인을 위한 고독사 보험도 있다. 고독사가 발생했을 때 청소 비용이나 수리 비용을 보상하고 집세 보증 등도 해 준다 하니 임대 사업자라면 검토해도 좋을 듯하다. (48~49)

겨울철이 되면 화장실이나 욕실, 복도에서 히트 쇼크를 일으킨 끝에 고독사하는 사례가 늘어난다. 히트 쇼크란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갑자기 이동하는 등, 극단적인 온도 차가 혈압 변동을 유발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53)

이 일을 하면서 괴로운 점은 오물도, 극심한 악취도, 벌레도 아니다. 인간의 '이면'이 드러나는 순간을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람이 죽으면 그저 물건이 되고, 돈이 되어 버리는 걸까? 아끼던 물건, 가족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생판 남에게 도둑맞지 않으려면 미리 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하다. (83)

눈 감는 순간, 고인의 뇌리에 스친 생각이 궁금하다.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나도 그 순간이 왔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결코 당연하지 않은 오늘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싶다. (131~133)


독서습관 840_시간이 멈춘 방_고지마 미유_2020_더숲(240218)


■ 저자: 고지마 미유

1992년 일본 사이타마현에서 태어났다. 자칫 고독사로 생을 마감할 뻔한 아버지의 돌연사 이후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4년, 스물두 살의 나이에 유품정리인의 삶을 시작한 그는 현재 유품 정리, 특수 청소 기업 Todo-Company에 재직하며 유품 정리와 쓰레기 집 청소, 특수 청소를 맡고 있다. 

연간 370건 이상의 고독사 현장을 특수 청소해 왔다. 2016년부터 고독사 현장을 재현한 미니어처를 독학으로 제작했으며, 이를 '엔딩산업전'이라는 전시회에 소개하여 전 세계 언론과 SNS에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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