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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839]세월③_그 여자를 키운 것은 세월

by bandiburi 2024. 2. 17.

3권에서는 그 여자가 자신의 장단점을 깨닫고 직업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며 이 소설을 쓰게 되는 계기를 보여준다. 1권과 2권에서 경험했던 어둡고 힘들었던 과정들이 결국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소설을 구성하는 이야기로 승화된다. 

그 남자와의 관계도 굴종과 예속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 남자는 새로운 가정을 꾸렸고, 그 여자는 여전히 미혼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변진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놀랐다. 문학을 좋아하는 청년이 음악가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저자는 물방울이 바다를 향해 떠나는 과정으로 자신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3권에서는 드디어 물방울이 바다에 이르게 된다. 

아래는 3권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소감을 포스팅하며 소설 <세월>에 대한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글을 쓰는 것. 영혼을 달구는 독서와 정신을 모조리 쏟아붓는 습작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활이 좀 어렵더라도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본성의 이끌림에 따라 살아야 한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읽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사는 것, 온전히 소명에 따라서만 사는 일의 만족감에 대해 꿈꾼다. (38)

그 여자의 꿈은 좋은 직장을 갖는 것이 아니라 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소설을 쓸 수 있으면 하는 거다. (115)

그 여자는 문학에 대한 열정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싶어 한다. 경희대 국문과에 입학할 때부터 글을 쓰고 싶어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직업은 글을 쓰기 위한 경제적 수단일 뿐이었다. 

그 여자가 여행하는 것은 늘 자신으로부터 달아나는 행위다. 답답한 일상으로부터,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운명으로부터 , 늘 다스리기 힘든 자아로부터, 아주 멀리 달아나는 행위다. (42)

그 여자는 자신을 돌아보며 재충전을 위해 절이나 암자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답답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그럴 때 주인공과 같이 떠나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그때, 그 여자는 자신의 삶에서 결여되어 있던 것 하나를 발견한다. 타인의 삶에 관심이 없었다는 점. 언제나 제 속으로만 파고들어가 자신의 내부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94)

그 여자의 삶에 큰 변화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자신의 내면만을 바라보며 살았던 인생에서 주변을 바라보는 삶으로 변한다. 소설 전체에서 큰 물줄기가 변하는 부분이다. 독자로서 답답한 감정이 사라지는 장면이다. 

차라리, 차라리 잘되었다고, 이렇게 끝난 게 더 나을 거라고.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런 일이 터졌을 거라고. 그 여자는 그렇게 돌아선다. 어떡하면 못 살까, 목숨이여. (153)

그 남자가 뻔뻔하게 자신과 함께 사는 집에 긴 머리 여인을 데려왔을 때 그 여자는 헤어질 결심을 한다. '잘했다'라고 응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 여자는 분명,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은 모양이다. 소중한 것을 하나하나 잃어오는 그 여자의 삶의 과정에서, 이제는 더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 여자는, 또 하나를 잃는다. 세상에 대한 신뢰. 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가장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것, 그것을 잃는다. (184)

그 여자가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팽배했던 시기다. 심리적으로 극도로 불안정한 시기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했다. 그런 심리치료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망설임 끝에 시집을 낸 것은, 자신에 대해 정직하자는 마음에서다. 그것 역시 한 시기의 자신의 모습일 것이다. 언젠가 아주 먼 곳에서 되돌아볼 때, 아, 그 산을 이렇게 넘어왔구나, 담당하게 돌이켜봐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201)

아주 나중까지도 그 여자는 그분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할 것이다. 그분이 입사를 시켜주고 경력을 인정받게 해주고, 세상을 사는 법을 알려주었다는 그런 점들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 여자에게, 세상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최초의 계기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217)

살다보면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여자에게도 그런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신뢰를 잃기만 했던 그 여자에게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하는 계기를 보여준다. 

이 사회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궁금하면 직접 세상에 나가보면 될 것을, 사회학에 관한 책을 구해 읽고 작가 연보나 자서전을 읽는다. 사랑과 성의 관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는 직접 사랑을 해보거나 성에 뛰어들면 좋을 것을, 또 그것에 관한 책만 사다 읽는다. 모든 문제가 거기 있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 그 위대한 명제에 속은 것이다. 그리하여 그 여자는 급기야, 더 위대하고도 장중한 결론을 내린다. '나는 책에 속았다.' (227)

뭐든 궁금한 것을 책을 통해 해소했던 그 여자가 스스로 결론을 내린다. '나는 책에 속았다.' 세상 속으로 나아가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그 여자는 깨닫는다. 책과 삶을 병행해야 한다. 책을 너무 멀리하는 세상이기에 가끔은 책을 통해 속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 여자는 세상과 불화하는 자신의 모든 요소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것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기 시작한다. (...) (229)

그 여자의 삶의 반전이며 발전이다. 

자신도 알지 못했던 그런 감각에 대해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그 여자는 변진섭을 가능성 있는 신인으로 책에 소개한다. 변진섭으로서는 그 여자가, 가장 처음 만난 기자였을 것이다. (237)

이따금, 세상이 공평하고 정당한 곳이며, 인간은 선량함과 온유함만으로 살 수 있다는 신념이 흔들린다. 그런 때면 그동안 뵌 어른들 중에서 그렇게 살아가는 어른들을 떠올린다. 그분들의 사려깊은 눈빛, 맑은 얼굴, 깨끗한 웃음, 그러면 힘이 좀 난다. 양인자 선생님을 비롯해, 그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입사를 권유했던 어른이나, (...) (256~257)

우리에게는 늘 의지하고 조언을 구할 어른들이 필요하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어디에나 그런 분들은 존재한다. 

노란 셔츠가 떠나고 나서, 그 여자는 자신의 지난 삶을 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안으로 안으로만 갈무리하기보다는, 열두 살 이후 계속되어 온 상실의 기억들을 퍼내야 한다. 목이 아프도록 울음을 삼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울 줄 알아야 한다. 어둡고 습한 지난 날의 치욕을 안으로 쌓아두기보다는, 그걸 햇빛에 꺼내어 말려야 한다. 그래야만 , 그래야만 그 모든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311)

동거에 대한 경험이 깊은 상처가 되는 시대였다. 노란 셔츠와의 짧은 교제는 동거에 대한 오해로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여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로 마음먹는다. 그래야만 자신이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에겐가 삶의 어느 시기를 보상하라고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 어떤 경우에건, 삶이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몫이다. (329)

그러므로 이제 다르게 말하고 싶다. 그 여자를 키운 것은 8할의 친구나 2할의 문학과 음악이 아니라 세월이었다고. 바위에 끊임없이 부딪치는 파도처럼, 그 여자를 향해 몰아쳐오던 그 세월이다. (...) 파도가 바위에 오묘하고 아름다운 형상을 새겨 넣듯, 세월은 그녀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마음의 결을 형성해 주었을 것이다. (340)

그 여자는 어려운 고비마다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문학과 음악에서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결국 지나고 보니 자신을 키운 것을 세월이었다고 고백한다. 세월이 때로는 무자비하게 다가오지만 결국은 우리의 삶에 아름다운 형상을 남기기 위함이다. 세월은 우리를 성장하게 만든다. 이것이 소설의 핵심이다. 


독서습관 839_세월 3권_김형경_2008_푸른 숲(24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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