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으로 에릭 호퍼를 처음 만났다. 시력을 잃었다가 기적적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언제 다시 실명이 될지 몰라 책을 읽었다. 책을 읽기 위해 노동을 했다. 노동을 하면서도 틈틈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그는 친절했다. 선한 양심을 가진 인물이었다. 한 줄의 문장에도 그의 깊은 생각이 담겨 있다.
모든 것을 돈으로 생각하는 배금주의가 팽배한 시대다. 사람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줄어들었다. 돈과 권력이 함께 대한민국의 언론을 춤추며 떠돌고 있다. 행복한 국가에 대한 관심보다는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에릭 호퍼의 삶과 생각은 우리에게 성찰을 촉구한다.
책에서 인용한 문장과 생각을 정리했다.
인간은 자신의 우월성을 주장할 근거가 약할수록 자신의 국가나 종교, 인종의 우월성을 내세우게 된다.
The less justified a man is in claiming excellence for his own self, the more ready he is to claim all excellence for his nation, his religion, his race or his holy cause. (11)
에릭 호퍼는 인간 자신에 집중한다. 국가, 종교, 인종을 뛰어넘어 본질을 본다. 사회적인 위치, 가진 돈, 인간관계 등을 내세우는 것도 자기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우리 집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50세를 넘긴 이가 없었다. "에릭, 앞날에 대해 안달하지 마라. 넌 마흔 살밖에 살지 못할 거야." 그 말은 내 가슴 속에 뿌리를 내렸고, 내가 몇 년 동안 노동자로 철 따라 떠돌면서도 마음 편하게 살 수 있게 하는 데 바탕이 되어 주었다. 나는 삶을 관광객처럼 살아 왔다. (19)
자신의 수명이 40세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도리어 떠돌이 노동자로 살아가는 마음 편한 삶으로 이끌었다. 가족들의 말이 오늘의 에릭 호퍼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더 오래 살 수 있었다면 에릭 호퍼는 관광객의 삶을 버렸을지도 모른다.
시력이 돌아오자 나는 거침없이 읽을 수 있었다. 시력의 회복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에, 눈을 혹사시키는 것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시 눈이 멀기 전에 읽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읽고 싶었던 것이다. (20)
에릭 호퍼가 시력을 되찾았을 때 그의 절박한 심정을 느낄 수 있다. 볼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우리는 좀 더 밀도 있는 삶을 살 수 있다. 눈으로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혜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갑자기 나는 비둘기들을 지켜보면서 배고픈 것을 잊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깨달음에 나는 경이로움을 느꼈다. 배고픔은 단지 치통 정도의 감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면 그걸 잊을 수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갑자기 나는 몸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마치 악몽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 (23)
먹을 것이 없어 배고프다는 고통을 느낄 때 그는 비둘기들을 바라보며 잠시 허기의 고통을 잊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배고픔이라는 것은 우리가 주의를 다른 쪽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극복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긴박한 상황에서, 혹은 즐겁고 재미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배고픔을 우선순위의 뒤로 미룰 수 있다.
몇 년 동안 그런 식으로 보냈다. 돈을 별로 쓰지 않고 살면서 쉬지 않고 책을 읽었다. 수학이나 화학, 물리학, 지리학 등의 대학 교재로 독학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억을 돕기 위해 노트를 하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는 일에 열중했고, 제대로 된 형용사를 찾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27)
책을 읽기 위해 노동자로 돈을 벌었다. 하지만 돈은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 삶을 온전히 읽고 쓰는 데 사용했다. 우리에게 현실을 보게 한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에릭 호퍼는 읽고, 쓰며 독학으로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했다. 우리의 많은 시간이 스마트폰에서 소비되고 있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한정된 시간으로 에릭 호퍼와 같이 책을 읽고 성찰하며 글로 표현하는 기회는 거의 없다. 우리의 시간을 단순한 호기심으로부터 소중하게 보호해야 한다.
고대 유대인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나는 상형문자를 해독해 내는 능력이 뛰어났다. 인간이 행하고 생각하는 모든 것은 그의 얼굴에 각인된다. 인간의 얼굴은 자신의 모든 비밀을 드러내는 한 권의 열린 책이다. (33)
멋진 표현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얼굴이 삶을 드러낸다고 하는데 동일한 말이다. 읽고 쓰며 자신의 생각을 지속해서 다듬었을 때 나올 수 있는 표현이란 생각이다. 에릭 호퍼가 책과 노동자로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을 보며 인간의 얼굴을 책과 같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우리의 얼굴은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는지 자문해 보자.
나의 귀는 거대한 도시가 뿜어내는 생명의 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내 몸의 모든 체모에는 번잡한 보도의 긴장감이 감지되었다. 내 눈은 수천 개의 얼굴을 향했지만, 눈길이 머물 데가 없었다. 그 얼굴들이 모두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얼굴에서도 기쁨이나 슬픔의 표정, 약간의 골몰이나 안달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안이나 기대가 드러나지도 않았다. (48~49)
HOPE
Despair and misery are static factors. The dynamism of an uprising flows from hope and pride. Not actual suffering but the hope of better things incites people to revolt.
절망과 고통은 정태적인 요소이다. 상승의 동력은 희망과 긍지에서 나온다. 인간들로 하여금 반항하게 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이 아니라 보다 나은 것들에 대한 희구이다. (83)
책의 중간중간에 에릭 호퍼의 명구들이 정리되어 있다. 몇 번을 읽어보며 그의 통찰에 감동하게 된다. 우리에게 희망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질 것에 대한 희구가 사라질 때 희망이 아닌 절망으로 향한다.
EDUCATION
The central task of education is to implant a will and facility for learning; it should produce not learned but learning people. The truly human society is a learning society, where grandparents, parents, and children are students together.
교육의 주요 역할은 배우려는 의욕과 능력을 몸에 심어주는데 있다. '배운 인간'이 아닌 계속 배워 나가는 인간을 배출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적인 사회란 조부모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배우는 사회이다. (25)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마치면 배움이 끝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배움의 길이란 마침표가 없다. 그래서 에릭 호퍼는 진정한 인간적인 사회를 모두가 함께 배우는 사회라고 정의했다.
눈앞의 현세에 골몰했기 때문에 고대 유대인들은 내세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어떤 은총도 지상의 생을 능가하지 못했다. 최고의 보상은 수명의 연장이었다. 미래의 생에 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39)
고대 유대인들이 지상의 삶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미래에 대한 관심은 없고 오직 현세에 집중했다는 점 흥미롭다.
나의 독학은 내가 사금을 채취하고 있을 때 눈에 띄게 진전되었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익힐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해 나는 산 위로 올라가야 했는데, 쌓인 눈에 오랫동안 발이 묶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일이 없는 동안에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 읽을거리를 충분히 준비하기로 했다. 나는 1,000페이지 정도의 두꺼운 책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 나는 헌책방에서 그런 책을 찾아 1달러를 주고 샀다. (...) 표지에는 <미셀 몽테뉴의 에세이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 눈에 발이 묶일 것이라는 내 예감은 적중했다. 나는 그 동안 몽테뉴를 3번이나 읽어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다. 나보다 수백 년 전에 태어난 프랑스의 귀족이 쓴 책이었지만 읽는 동안 내내 나는 그가 나에 관해 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98)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다. 노동을 하는 중간에도 눈으로 발길이 묶여 있는 동안에도 읽었다. 특히 오랜 시간 머무를 경우를 대비해 몽테뉴의 두꺼운 책을 준비했다. 그리고 몽테뉴의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독서의 방법과 장점에 대해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LANGUAGE
Language was invented to ask questions. Answers may be given by grunts and gestures, but questions must be spoken. Humanness came of age when man asked the first questions. Social stagnation results not from a lack of answers but from the absence of the impulse to ask questions.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해 창안되었다. 대답은 투덜대거나 제스처로 할 수 있지만 질문은 반드시 말로 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첫 질문을 던졌던 때부터였다. 사회적 정체는 답이 없어서가 아니라 질문을 할 충동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다. (103)
대한민국은 질문보다는 대답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언어는 질문을 하기 위한 도구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언어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지만 2024년 현재 우리 사회는 질문에 대한 충동을 질식시키며 사회적인 정체, 심지어는 퇴보의 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작은 마을에서는 개체가 공동체에 파묻히는 반면, 대도시에서는 공동체적 연대를 형성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작은 마을이나 대도시에서는 인간적 만남이 결여될 수밖에 없다. 반면 버클리나 임시수용소는 모두 소도시의 미덕을 지니고 있었다. (109~110)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다. 닭장 같은 아파트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서로 간의 관계는 거의 없는 모래 같은 공동체다. 인간적 만남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이를 당연히 여기며 도시화를 자랑한다. 인간적인 유대감을 제공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이런 관계가 가능한 소도시의 성장은 결국 우리 사회가 회귀하게 될 지향점일 수도 있다.
당신들이 기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 다가가 말을 건네 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런 충동은 흔한 게 아니고 그런 충동을 거스르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난 운명의 손길이 이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당신들은 방 구하는 걸 도와주고 짐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겠지요. (112~113)
에릭 호퍼는 선한 마음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 상황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서 타인에 대해 일어나는 충동이 있으면 운명이라 생각하고 다가가 도와준다. 타인의 보상을 바라고 하는 것도 아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다. 인간적인 관계가 사라지고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가는 우리도 선한 마음의 충동을 때때로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그녀들은 나를 원더맨으로 만드는 것이 자신들의 의무라고 작심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건 순전히 미친 짓이었다. 나는 헬렌을 깊이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들의 기대를 정당화하는 데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소비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녀들과 함께 살면 나는 한순간의 평화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즉각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나는 길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수확철이 다가오자 나는 그녀들에게는 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버클리로 떠났다. (121)
에릭 호퍼는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지만 타인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살기보다는 자신의 평화를 추구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 사랑에 머무르기보다 다시 노동자로서의 삶으로 돌아갔다.
RELIGION
Religion is not a matter of God, church, holy cause, etc. These are but accessories. The source of religious preoccupation is in the self, or rather the rejection of the self. Dedication is the obverse side of self-rejection. Man alone is a religious animal because, as Montaigne points out, 'it is a malady confined to man, and not seen in any other creature, to hate and despise ourselves'.
종교는 신이나 교회, 성스러운 동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종교적 몰입의 근원은 자아에, 아니 그보다는 오히려 자아의 거부에 있다. 헌신은 자아 거부의 앞면이다. 종교적 동물은 인간밖에 없다. 왜냐 하면 몽테뉴도 지적했듯이 '자기를 증오하고 경멸하는 것은 다른 피조물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에 국한된 병'이기 때문이다. (129)
인간이 신 앞에서 스스로를 낮추고 회개하는 일련의 종교적인 과정을 인간의 병으로 보았다. 종교에 대한 인간만의 고유함을 봤다. 종교를 해체하고 재정의해서 단순히 액세서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과감하게 언급한다. 과학이 발달하며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감소했다. 여전히 종교는 존재하지만 에릭 호퍼와 같이 인간과 종교를 성찰하며 접근할 일이다.
그것은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늙은 사람들에게 창조적 활기를 자극하고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방도를 찾아야 한다. 우리는 40세의 인간은 새로운 시작이 불가능한 완성품이라는 터무니없는 가정을 배척해야 한다. 40대가 청소년보다 배우는 것이 쉽지 않다거나 쉽게 잊는다는 증거는 없다. 중년은 감각이 예민하고, 인생의 소중함을 알고 있으며, 관찰과 행동에 있어 끈기가 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경제 시스템은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하는 데 인생의 절반을 필수적으로 소비하도록 하고 있다. 현실이 그러하더라도 이제 남은 나머지 절반은 상부 구조의 건설에 바쳐져야 한다. (...) 노년은 감미롭고 향기로운 인생의 열매여야 한다. (152)
에릭 호퍼는 40대 이후를 인생의 쇠퇴기로 보지 않고 예민한 감각으로 창조적 활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더구나 인생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끈기 있게 관찰과 행동하며 삶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시기다. 인구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매년 수십 만 명의 은퇴자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에게 시의적절한 조언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사건들이 역사에 해결의 빛을 비춰준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나는 몹시 기뻤다. 아마 우리의 기록된 역사와 관련한 문제는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한 통찰을 현재에 대한 연구에서가 아니라 고대 유물과 기록에 대한 연구에서 끌어냈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어떤 역사가도 다른 우회로가 아니라 현재가 과거를 해명해 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그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156)
과거에 대한 통찰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나 기록에서 찾는 한계를 지적한다.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과거에 대한 해결의 빛을 제공한다고 에릭 호퍼는 말한다. 역사에 대한 그의 성찰을 볼 수 있다.
갑자기 나는 돈이 얼마나 중요한 발명품인가를 깨달았다. 인간의 진보와 더불어 자유와 평등의 등장에 필수불가결한 단계였던 것이다. 돈이 없는 사회에서는 절대 권력이 지배하게 될 것이므로 선택의 자유가 없고, 무자비한 힘이 분산될 수 없으므로 평등도 없다. 돈의 힘은 강압이 없이도 조절될 수 있다. 약한 소수 민족인 유대인과 아직 봉건 영주의 발굽 아래 있었던 상인 계급이 은행의 절반에 지대한 역할을 해 왔던 일을 생각해 보면 돈은 약자들이 고안해 냈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이들은 언제나 돈을 증오했다. (158)
돈으로 인해 절대 권력의 힘이 분산되고 인간에게 진보와 자유, 평등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억압받던 유대인과 상인 계급이 돈을 지배하며 새로운 권력이 되었다. 현재는 돈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배금주의를 경계해야 할 지경이다. 돈의 발명에 대한 에릭 호퍼의 생각은 이전에 보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18세기말까지 보통 사람은 엘리트의 손에 의해 주물러지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미국의 탄생과 프랑스혁명의 발발로 보통 사람이 역사의 무대 위에 오르게 되었다. 20세기의 혁명들은 보통 사람들이 만든 역사에 대한 반동이다. 보통 사람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은 레닌시대의 러시아에서보다 차르 시대에 더 쉬웠다. (...) 지식인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보통 사람의 삶은 엘리트들의 황금기인 중세 시대의 자신들의 삶과 다를 바가 없다. (164)
보통 사람들은 18세기말 혁명으로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했지만 20세기의 혁명들이 이에 대한 반동이라는 관점이 새롭다.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 현재의 사회에서 보통 사람들의 삶의 18세기말 이전의 삶처럼 수동적인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역사와 인간에 대한 통찰의 결과물이다. 우리 사회를 이에 견주어 바라본다. 씁쓸한 현실도 보인다.
행복이란 거의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는 더욱 그렇다는 것을 증언하고 있다. 노년에 자신의 생을 되돌아본 많은 위인들은 자신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합쳐보아야 채 하루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166)
위인들이 인생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모두 합쳐도 하루가 채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다니 너무 비관적인 행복론이 아닌가.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추구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고 한다. 현재의 행복을 향해 소중한 시간을 집중하자.
다른 사람을 기꺼이 용서하는 것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방도가 될 수 있다. 내가 불만 품는 걸 내키지 않아 하는 것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하기 위함이다. (168)
에릭 호퍼의 삶의 지혜를 우리도 배워보자. 불만을 품고,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도 용서하며 불만을 품지 않는 삶을 살아가자.
D.H. 로렌스는 글을 쓰는 동안에는 노이로제와 같은 질병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했지요. 도서관에 왜 그렇게 많은 책들이 있는지를 그걸로 충분한 설명이 됩니다. 책을 한 권 쓰게 되면 계속 쓰게 됩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더 나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나는 부두에서 은퇴할 수 있었지만 글쓰기에서는 결코 은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76~177)
글을 쓰는 동안에 더 나아지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계속해서 책을 쓰게 된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부두 노동자로서의 삶을 마치고도 그는 여전히 글을 썼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의 시간을 글을 쓰는 데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 D.H. 로렌스처럼 질병에서 해방될 수 도 있다니 장점이 많다.
그는 1950년에 그의 평생 추종자이자 연락책 역할을 해준 릴리 페이빌리(Lilli Fabilli Osborne)를 만나 자신의 생각을 글과 책으로 세상에 알리게 되었다. (188)
(...) 이 칼럼을 쓰면서 호퍼는 어떤 생각이든 그걸 표현하는 데는 200자 정도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런 확신은 그로 하여금 아포리즘 형식을 취하게 했고, (...) (189)
이 책에도 그의 아포리즘이 여러 개 소개되고 있다.
독서습관 826_에릭 호퍼 길 위의 철학자_에릭 호퍼_2005_이다미디어(240110)
■ 저자: 에릭 호퍼
평생을 떠돌이 노동자 생활로 일관한 미국의 사회철학자.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 항상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몸을 둔 채 독서와 사색만으로 독자적인 사상을 구축해 세계적인 사상가의 반열에 올랐다.
1902년 뉴욕의 브롱크스에서 독일계 이주자의 아들로 출생. 7세 때 사고로 어머니를 여의고 자신의 시력도 잃었다. 그 후 8년간 실명 상태로 지내다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한 다음, 로스앤젤레스로 건너가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아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부두노동자로 일하던 1951년(49세)에 대표작 <The True Believer>를 발표해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67년 CBS-TV에서 에릭 호퍼의 인터뷰 프로그램이 방영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호퍼 붐'이 일어나게 되었고, 이후 세계적으로 명성이 알려지게 되었다.
떠돌이 노동자로서의 삶과 광적인 독서량 그리고 깊은 사색을 통해 얻어진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은 전후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28]글쓰기의 시작은 자서전 쓰기에서①_생각을 글로 전환하는 자세한 설명 (0) | 2024.01.21 |
---|---|
[827]돈의 속성_경제적 자립을 위한 부자로 향하는 올바른 태도 (0) | 2024.01.12 |
[824]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_기후변화에 대한 기초부터 실천까지 (1) | 2024.01.07 |
[825]로제타 스톤The Rosetta Stone_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기초를 제공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의 이집트 원정 역사 (0) | 2024.01.07 |
[823]백년을 살아보니_고령화 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보내는 삶의 지혜 (0) | 2024.0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