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이 폭락했을 때 주식 관련 유튜브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관심은 급등하는 부동산으로 확대되었다. 전세살이 무주택자로서 급등하는 부동산을 지켜보며 너도나도 집값을 얘기하고 불로소득을 찾아 불나방처럼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게 현실인가 의심스러웠다. 제로섬 게임에서 누군가는 벌었고 누군가는 잃었다.
시간이 흘러 상황이 반전됐다. 집값 하락으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이 언론에 소개된다. 건설기업과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언론의 힘을 이용해 다수의 국민을 부동산 도박판으로 유인해서 털깎기를 한 시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 박감사를 유튜브에서 만났다. 우리의 경제상황과 소득 수준을 고려했을 때 20~30퍼센트 떨어진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70퍼센트까지도 떨어져야 한다고 파격적으로 주장한다. 그녀의 솔직한 전문가로서의 견해에 매료되었다. 어떤 주장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싶어 이 책 <대한민국 부동산을 보는 눈>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재테크 책들과 다르다. 단순히 부동산 투자를 통해 돈을 버는 HOW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부동산의 특성과 한국 부동산 시장 구조에 해당하는 WHAT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WHY를 공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도의 정보만 알더라도 건설업체나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에 의해 조장되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계약갱신청구권 행사에 대한 임차인 입장에서 설명한 부분은 특히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아파트 맞은편 이웃이 방법을 자세히 몰라 그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과 유사한 시기에 전세로 들어왔다. 2년이 지나고 우리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서 5퍼센트만 올려주고 2년을 더 살았다. 하지만 이웃집은 집주인이 들어와 산다는 이유로 근처의 다른 아파트로 전세금 2억을 더 주고 이사했다. 앞집으로 이사 온 사람이 실주인인지는 모르겠지만 명도소송까지 갈 정도로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국민들의 부동산 시장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감사의 책이나 유튜브 강의는 유용하다. 이 책을 아내에게 자랑하니 아내는 이미 박감사를 알고 있었고 유튜브 구독자였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을 인용했다.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바라지 않고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벼락거지'가 되는 세상을 우리 자녀들에게까지는 물려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커졌다. (6)
매매가격동향은 거래 유무와 상관없이 호가 중심으로 파악되고 침체기에는 실제보다 완만하게 하락한다. 반면 폭등기에는 실제보다 급격하게 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16)
여러 과목 중에서 부동산학개론이라도 한번 살펴보자. 부동산의 특징, 경기 변동, 부동산 시장에 대한 내용을 읽어보면 부동산이 어떤 특성이 있는지에 대한 개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그 특성을 알고 그 특성에 기초해서 시장을 봐야 일반적인 경제 현상과 다른 부분을 볼 수 있고, 쏟아지는 정보나 광고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눈을 가질 수 있다. (25)
뉴딜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회 보장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36)
그런데 3급 매도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부동산이 계속 오른다고 하니까 영끌해서 들어온 사람들로 고소득 신용대출을 받은 전문직들도 많다. 결국 차액을 바라고 1급, 2급 매도인들이 던진 매물을 사들인 건데 이제는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이들이 산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값에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시장에는 그런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 (43)
돈이 잘 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통화승수와 통화유통속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통화승수는 실물 화폐를 기초로 얼마만큼 통화를 만들어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통화량(M2)을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본원통화로 나눈 수치다. (...) 통화유통속도는 일정 기간 동안(통상 1년) 한 단위 통화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다. M2 대비 GDP의 수준을 통화 유통 속도로 정의한다. 통화유통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잘 유통되지 않아서 그 나라 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5~56)
정말 집을 살 사람은 점점 없고 집을 짓는 건 계속되고 있다. 공급이 수요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 오고 있다. 계속 살 사람 많다고 했는데 재건축 멸실이 이제 많이 없다. 투자자는 더 이상 들어오지 못하고, 절대적인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하면 이제 공급 없다고 했는데 계속 공급이 있다. 공급이 안 될 거라는 불안감은 갖지 않아도 된다. (69)
'빚내서 집 사라' 했던 그 시절을 자꾸 언급하는 이유는 그때가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다른 걸로 경제 활성화를 했어야 하는데 가장 쉬운 길인 부동산 띄우기를 택한 것이다. 그 결과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에 계속 대출 금액이 폭증했는데, 이걸 어떻게 감당할지가 정말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72)
집은 살면서 계속 노후화되는데 그 집을 내가 지금처럼 거품 낀 가격에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임대차 3법에 의해 매수인 입장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151)
계약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실거주하겠다는 말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만약 집주인이 정말 들어올 거라면 명도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명도소송을 제기하면서 갱신 거절의 사유를 실거주로 들을 것이기 때문에 실거주에 대한 증명을 할 수밖에 없다.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실거주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까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임대인이 명도소송을 제기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돈 들여서 소송하라고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실거주 여부에 대한 증명은 받아야 한다. (162)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가가 오를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아무리 먹어도 키가 안 크는 것처럼 아무리 돈을 풀어도 인플레가 안 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데 돈이 휴지가 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194)
아파트가 어떤 생산성을 가져다주는 게 아닌데도 어떤 사람은 여러 채를 선점했다가 비싼 값에 누군가에게 팔아 이익을 취하고, 어떤 사람은 실제 가치보다 훨씬 비싼 값을 주고 이 물건을 끌어안으면서 손해를 보게 되는 제로섬 관계다. (...) 일단 사기 도박이 되면 사기 치는 세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다 손해를 보게 되는데 지금 아파트 시장도 비슷하다. (206)
기업들은 분양을 통해서 돈을 많이 가져갔고, 이익을 봤다. 아무리 비싸게 팔아도 파는 족족 다 팔리니까 이 부동산 도박판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 법인 다주택자는 매물을 정리하고 있는데 이걸 개인들이 다 받아주고 있다. 정부는 이제 이렇게 집을 산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을 것이다. (208)
만약 개인이 분양을 받는다면, 가계가 갖고 있는 돈을 주고서 기업이 만들어낸 집을 사는 것이다. 분양을 통해서 가계의 유동성은 더 줄어들게 되고, 그 유동성은 기업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도 기업이 갖고 있는 풍부한 자금과 1%도 안 되는 아주 극소수의 개인이 갖고 있는 그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와서 아파트값이 올라갈 거라고 언론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남은 2030 세대의 유동성으로 지금 가격이 만들어진 건데, 유동성 때문에 가격이 더 오른다는 말은 잘못되었다. (242)
독서습관 717_대한민국 부동산을 보는 눈_박감사(박은정)_2021(230416)
■ 저자: 박감사(박은정)
연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2003년부터 한국감정원에서 14년간 근무하며 재건축, 재개발 관련 정비사업 컨설팅, 재건축 부담금 산정 및 보상, 담보, 택지비 등 각종 감정 평가와 부동산 공시 업무, 조사 업무를 담당했다. 현장의 전문성을 쌓으면서도 부동산 관련 공부를 꾸준히 해 한국과 미국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정비사업 전문 관리업자 자격을 취득했다. 현재는 제1금융권에서 감정평가사로 근무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턴트, 부동산 유튜버로 한국경제, 서울경제, KBS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부동산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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