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원제는 <시골에서 살해되지 않는 방법>인데, 한국어 번역본에서는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로 완화해서 표현했다. 저자 마루야마 겐지는 은퇴 후에 시골에서 살려고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여러 측면에서 직설적으로 조언한다. 시골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가려는 것이냐고 계속해서 묻는다. 도시에서 은퇴할 때까지 생활했던 사람이 시골에 대한 낭만적인 생각에 빠져 즉흥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경계한다. 이럴 경우 건강과 모아둔 돈을 잃을 수도 있다. 최악의 상황이다.
고향이 시골이고 부모님이 그곳에서 70년 이상 농사를 짓고 계신다. 그래서 매년 농번기가 되면 주기적으로 방문해 일을 돕고 있다. 마을 주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마루야마가 경고하는 여러 가지 항목들에 대해 상당 부분 공감한다. 강도나 살인사건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마을에서 그런 사고는 없었다. 마을 인구가 많지 않고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층이라 강도가 마음만 먹으면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일본 사회보다 더 안정된 곳일 수도 있다.
이 책은 2008년 일본에서 출간되었다. 15년이 흘렀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이나 고령화 측면에서 빠르게 일본 사회를 따라가고 있다. 2023년 현재의 우리 모습이 마루야마가 책을 쓴 일본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매년 수십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있다.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 중에 귀농이나 귀촌이 있다. 이런 분들은 필히 이 책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를 읽어보면 좋겠다. 자신의 생각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한 지적에 가슴이 뜨끔할 수도 있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다.
이주한 사람들이 하는, 가장 큰 후회가 지역 기질을 못 알아본 것이란 점을 확실히 가슴에 새겨 두시기 바랍니다. (82)
인구가 극히 적은 지역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고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하기 위해 그곳으로 가는지 처음부터 확실한 목표를 세우는 일입니다. 확실한 목표가 있느냐 없느냐가 시골 생활의 성패를 좌우할 것입니다. (131)
자연은 결코 이미지가 아니라, 삶과 죽음이라는 절실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현실 그 자체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160)
우선은 자동차를 손에 넣지 않으면 안 됩니다. 당연히 운전면허증도 따 놓아야 합니다. 당신 혼자 운전할 줄 알면 그걸로 된다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운전면허증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병이나 부상으로 움직일 수 없고 (...) 당신들 힘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185)
금전 문제와 전혀 얽혀 있지 않은 종교란 하나도 없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고귀함과 거룩함으로 위장한 온갖 명목으로 끌어들인 자금이 올바르게 쓰이는 일은 세금과 마찬가지로 절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위에 있는 무리들이 속여 슬쩍 가로챕니다. 교양에 반하는 세속적인 '좋은 생각' 따위를 탐하고, '내 생의 봄날'을 구가하는 것이 부정하기 힘든 현실입니다. (188)
이 책은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그야말로 급소를 도려내는 창의 날카로움으로 물음을 던집니다. 정말로 진지하게 살고 있는가. 증오와 절망을 억누르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함과 각오를 지니고 있는가 (205)
독서습관706_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_마루야마 겐지_2018_바다출판사(230305)
■ 저자: 마루야마 겐지
1943년 나가노 현 이야마 시에서 태어났다. 1964년부터 도쿄의 한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다가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1968년에 <정오이다>로 귀향한 청년의 고독을 그린 후, 본인도 나가노 현 아즈미노로 이주했다. 이후 문단과 선을 긋고 집필에만 전념하고 있다. 산문집으로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당신의 젊음을 죽이는 적들> <그렇지 않다면 저녁노을이 이렇게 아름다울 리가 없다> 등이 있고, 최근에 소설 <원숭이의 시집> <잠들라, 나쁜 아이여>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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