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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단상

동기와의 언쟁으로 확인한 우리 사회의 갈등

by bandiburi 2023. 2. 24.

논쟁 (출처: Stockvault)

24년 전에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1년 전후로 퇴사한 친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20년 이상 남아 있다. 모임 후에 집이 같은 방향인 동기와 함께 걸어갔다. 주로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집에 도착할 무렵 동기가 갑자기 정치적인 민감한 주제를 던진다. 아마 술의 힘인 것 같다.

이런 주장을 해서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가령, 이전 정부인 민주당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출산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되었다. 임수경이 북한을 다녀와서는 탈북민들에게 하지 못할 말을 했다. 이재명이 구속돼야 한다. 현재의 어려운 상태는 모두 민주당 때문이다.

이런 얘기를 속사포같이 쏟아낸다. 순간 말로만 들었던 태극기부대의 무대포식 주장이 떠올랐다. 논리나 근거도 없이 감정에 치우쳐서 하는 말잔치다.

동기가 아들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면서 아이의 성장과정에 대해 하소연하던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태도에 깜짝 놀랐다. 어떤 방송을 청취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기에 이렇게 왜곡된 사고에 휩싸여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본인이 얘기하는 뉴스에 대한 근거가 뭐냐고 물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도리어 더 큰 소리로 흥분해서 여러 주장을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감이 있고,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을 위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법이란 것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서 심판을 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법 앞에서 돈의 무게가 영향을 주는 모습이 빈번하게 비치는 우리 사회를 비판한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일탈을 비판한다. 현재의 수구 기득권층이 기반이 된 집권당의 적극적인 정책 발표와 실행을 기대한다. 하지만 자기부정이 어려울 것이다.

동기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려 했지만 차분히 들으려 하지 않는다. 괜히 감정싸움이 될 것 같아 회사에서는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던데 우리가 그런 격이라며 웃으며 마무리하자고 했다.

동기와의 짧은 대화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극단적인 생각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상대편에 대해 분노의 감정을 쏟아낸다. 협상과 타협 없이 그냥 내 편과 네 편으로 나뉜다. 갈라치기다. 유튜브의 추천 시스템이 이런 상황을 조장한다. 이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또한 가세한다.

가정에서부터 충분히 듣고 판단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사회적으로는 언론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언론의 지형은 수구에 치우쳐 있고 수구의 나팔수가 되어 있는 모양새다.

우리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의기투합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기성세대가 후세대를 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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