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2013년에 방송된 다문화 휴먼 다큐를 봤다. 제목은 <‘20살에 시집온 저를 고등학교 졸업부터 시켜줬죠!’ 간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포기했던 아내의 꿈, 그 꿈을 위해 뒤에서 최선으로 지원해 주는 51세 남편>이었다. 20세의 나이로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탁현진 씨의 이야기다. 방송 당시 두 아이의 엄마로 28세가 되었고 남편은 당시 51세였다. 아버지와 딸의 나이 차다.
그녀는 남원에서 환경미화원을 하는 남편과 함께 어려운 형편에서 살고 있었다.
그녀를 방송에 나오도록 한 것은 7살, 3살 된 두 자녀를 키우면서 전주까지 간호학과 수업을 받고 있는 열혈 엄마라는 점이다. 한국어도 어려운데 한국어-베트남어 사전을 뒤져가며 대학에서 간호학과 수업을 듣고 있었다. 왕복 4시간이나 되는 남원-전주 간 거리다. 굉장한 학구열이다.
이들 부부를 뒤에서 후원하고 있는 한의사가 있었다.
그녀의 학비를 지원하고 부모처럼 조언도 해주는 독지가다. 그래서 이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보이지 않게 이런 역할을 하는 독지가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고등학교 시절 대구에 계신 분의 지원을 받으며 지냈기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고 있다.
2013년 방송분을 모두 보고 나니 10년이 지난 현재의 모습이 궁금했다.
구글링 해보니 그녀는 간호사 시험에 다섯 번을 도전한 끝에 2020년에 합격했고 남원의료원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기사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결혼을 통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있고 그들의 자녀들이 있다. 앞으로는 하나의 민족이 자랑이 아니다. 더욱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이민을 오고 기존의 사회 속에서 융화되어 살아야 한다. 나라가 인구를 유지하고 경제규모를 유지하며 선진국의 위상을 가져가기 위해 필수 요건이다.
탁현진 씨의 사례는 이런 사회의 변화 과정에서 널리 공유돼야 한다.
경쟁과 비교가 일상이 된 한국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의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 더 이상 외국인이 아닌 외모가 다른 모습의 한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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