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기는 사라졌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졌고, 부를 바탕으로 교육의 기회도 격차가 벌어졌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는 삶의 질의 차이로 드러난다. 사회 구성원들이 비교와 경쟁, 우월감과 열등감 그리고 집단 간 갈등으로 감정과 시간을 낭비한다. 결국 그런 사회는 점차 활력을 잃고 발전의 원동력을 잃는다.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부러진 사다리>는 체계적으로 불평등의 실체를 해석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불평등의 원인을 진단한다. 원인을 해소하면 평등한 사회를 갈 수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내려놓는 일도 기득권을 얻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사회적 합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책에서 인용한 부분에 대한 나의 생각을 포스팅한다.
천천히 진화하는 욕구와 아주 빨리 변화하는 환경, 둘 사이의 부조화는 현대 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불행의 원인이 된다. (...) 우리가 당이나 지방이 많이 함유된 음식을 갈망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이 영양소들이 살을 찌우는 데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식량이 부족했던 수렵채집인 조상들에게는 과식보다는 굶주림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였다. (...) 하지만 음식이 풍요로운 요즘 세상에서는 당과 지방을 탐했다가는 비만이나 당뇨병, 심장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41~42)
오늘날 우리 사회는 굶주림으로 인해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먹을 것이 풍족해 당과 지방을 과도하게 섭취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환경은 변했지만 우리 몸은 여전히 당과 지방을 선호한다. 의미 있는 설명이다. 건강을 위해 당과 지방을 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굶주림보다는 당뇨,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명이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
뇌는 끊임없이 맥락을 모니터하고 비교한 다음, 그 결과를 알리기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열등감이나 우월감을 느낄 때가 많다. (58)
우리는 보통 건강 및 사회 문제 지수를 구성하는 문제들이 빈곤과 함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득을 감안하여 통계를 조절한 후에도 불평등 효과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평균 소득을 버는 사람이 불평등한 지역에 살면 문제를 겪을 위험이 더 높아진다. 다시 말해, 빈부 격차가 심한 텍사스주에 사는 중산층은 빈부 격차가 덜한 아이오와주의 중산층보다 건강 사회 문제에 더 많이 시달린다. (69)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뇌가 타인과 비교하며 열등감과 우월감을 느낀다는 부분이 흥미롭다. 그래서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살 때 건강이나 사회적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부분은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사회적 불평등이 큰 사회일수록 사람을 돈으로 환산한다. 동일한 생명의 가치를 지닌 평등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 돈이 가치평가의 기준이다. 부자와 빈자는 과거의 왕과 하인의 역할을 자발적으로 한다.
대한민국의 일부 기득권층이 국민을 '개, 돼지'로 말하는 행위가 해석된다. 기득권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영향력으로 기득권의 경로를 탈 경우는 더욱 왜곡된 가치관을 가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노력으로 성취한 것이 없고, 늘 기득권의 품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삶에 무지하기 때문이다.
우선 유기체는 생명 유지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붓는다. 이를 위해, 힘을 쓸 수 있게 해줄 근육과 건강을 유지해줄 면역 체계를 구축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번식에도 에너지를 할당해서, 난자와 정자를 만들고, 난자와 정자를 서로 만나게 해줄 섹시한 성인의 몸과 호르몬 체계도 만들어낸다. (...) 우리 몸의 생리 시스템이 이러한 다양한 공사 프로젝트에 쓰이는 에너지의 양을 끊임없이 조절하고 있다. (83)
사람들이 빈곤감을 느끼면 근시안이 되어 지금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을 취하고 미래를 무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지금 잘살고 있다고 느껴지면 미래까지 내다보게 된다. (89)
불평등은 위험한 결정을 부추겨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더 크게 만들었다. 불평등이 더 큰 불평등을 낳은 것이다. (95~96)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이 줄어드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람은 먼저 자신의 생존을 중심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생존에 안정감을 느낄 때 비로소 번식에 신경을 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를 찾는다. 하지만 불평등한 사회에서 빈곤감을 느낀다면 우리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는 먼 미래를 무시한다.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살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살아갈 집을 마련하기 위해 일자리를 통해 돈을 벌어야 한다. 모두가 생존과 직결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사회의 활력을 떨어트린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 집값은 다다를 수 없는 높이에 있어 포기하고 싶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반면에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부를 세습하고 그렇게 편안하게 부와 권력을 이어받은 자녀들은 일반 국민들의 삶을 이해하기 어렵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면 이 나라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냉철하게 말하면 부와 권력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사회적 위치를 이용한다. 서로가 서로를 경계하고 비교하며 우월감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다. 그리고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우리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유다.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을 때쯤엔 더 이상 왕이 귀족들에게 어느 쪽에 앉으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지만, 왕의 지지자들은 그의 오른편에, 적들은 왼편에 앉는 걸 편안하게 여긴 모양이다. 그 후 몇 주 동안 의회 소식을 전하는 기자들이 여러 당파를 '좌파', '우파', '중도파'로 짧게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오른쪽'과 '왼쪽'은 각각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를 뜻하는 정치적 용어로 안착하게 되었다. (103)
이 지수를 이용해 연구진은 1947년 이후 미국 의회에서 정치가 얼마나 양극화되어 왔는지 계산했다. (...) 소득 불평등을 측정한 지니계수와 미 하원의 정치적 양극화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궤도를 그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35)
나는 흡연, 과음, 잘못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건강이 나빠진다는 명백한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누군가를 탓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 이런 행동들을 순전히 빈자들의 인격 문제로 치부하는 게 문제다. 가난과 불평등이 그런 환경에 처한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그런 상황에 몰린다면 누구든 건강에 좋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146)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장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당장의 위기에 집중하는 시스템이므로, 경제적 시련과 낮은 사회적 지위가 신체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156)
우리의 뇌는 수풀의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집중하고 그 외의 모든 것은 무시해버린다. 우리가 빈털터리라고 느낄 때, 우리 몸의 세포들마저 지금 필요한 것을 취하고 미래는 나중에 걱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불평등은 모든 이들의 불안감을 부추겨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 명백한 사망률 통계와 빛바랜 화강암 묘비에도 그 진실이 담겨 있다. 언젠가 미래는 지금이 될 테고, 결국 이런 위기관리 방식은 대가를 치를 것이다. (162)
가난한 사람들은 불평등한 사회의 희생자들이다. 그들에게는 찬밥 더운밥 가릴 여유가 없다. 먼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가난에 처한 사람들은 당장의 쾌락과 만족을 추구한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미래는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기 관리를 못한다고 비난하면 안 되는 이유다. 빈자의 위치에서 대부분이 건강에 좋지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이해되는 해석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당장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유한 기득권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카르텔을 만들고 기득권을 견고하게 한다. 빈자와 부자가 교류하고 서로 소통하며 공감하는 기회는 사라진다. 부자가 사는 아파트와 빈자가 사는 아파트를 구분하다. 보이지 않는 사회적 장벽이 사람들 간의 이동을 막는다.
맹점의 존재를 증명하는 예시로 자주 사용되는 테스트다. (...) 이때 우리는 두 가지를 인지한다. 첫째, 일정 거리에서 오른쪽에 있는 점이 사라져 버리고 맹점이 드러난다. 왼쪽 눈을 가렸기 때문에 평소처럼 빈틈을 채워 넣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점이 사라지자마자 그 자리가 회색으로 메워진다는 것이다. (...) 뇌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사각형을 회색으로 칠해버린다. (166~167)
사람들은 무력감과 불안감 때문에 패턴을 찾으려 하고 음모론을 믿는 거라면, 종교적인 믿음이 강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176)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은 소득 불평등이었다.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평등한 국가보다 종교성이 훨씬 더 강했다. 불평등은 실제 소득만큼이나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와 소득 불평등 간의 관계로 그래프를 작성하자 미국 역시 정상 분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가난과 불평등을 함께 고려하면 국가들 간의 종교성 차이를 대부분 설명할 수 있었다. (181)
소득 불평등이 인종 편견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인종 편견이 소득 불평등을 영속시킬 수도 있다. 수십 년간 진행된 여러 연구들을 보면 흑인에 대한 반감과 빈곤 복지 정책에 대한 반대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204~205)
종교와 소득 불평등 간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가난과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종교성이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거나 멸시하지 않는 평등에 가까운 사회일수록 종교가 덜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해 주는 사회다. 굳이 신에 의지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자신과 사회, 타인에게 도움을 받는다. 사회적 복지 시스템이 개개인의 삶의 지원한다. 이런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개인 스포츠의 경우, 더 많은 상금을 따내기 위해 혼자서 더 집중하고 전략을 바꾸는 등의 노력만 하면 된다. 하지만 팀 스포츠라면, 한 선수의 재능과 노력보다 팀워크가 중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불평등이 특정 개인 선수의 의욕을 높여주는 효과보다 팀의 조직력을 해치는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는 것이다. (225~226)
보수주의자들은 개인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하층 계급이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도록 의욕을 북돋아줄 수 있는 장려책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빈곤층은 좀 더 즉각적이고 실질적이 유인책에 반응한다. 하루하루가 위기인 그들에게는 단기적이 해결책이 가장 잘 먹힌다. 그들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유인책에 합리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근근이 버티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스스로 일어서라고 훈계해 봐야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239)
우리 사회에서 수구세력이 주장하는 각자도생과 진보세력이 주장하는 복지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서 의욕을 북돋아서 성공의 길로 가라고 한들 당장 먹을 것이 없다면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가난한 빈곤층에게는 당장의 의식주를 해결할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런 이후에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충분한 세금을 거두고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 안착하려 노력하는 청년들에게도 경제적인 지원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과정이 사회를 다양한 분야로 발전하게 돕는다.
지금은 부유층 자녀들만이 그런 여유를 누린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어 스스로 돈을 벌며 배우고 도전해야 한다. 사회적 불평등을 직접 체험한다. 그들에게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걱정이다.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오히려 신분 상승의 기회는 줄어든다. 이런 관계를 '개츠비 곡선 Gatsby Curve'이라고 한다. 약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불평등이 심한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의 경제적 미래는 자신의 성공이 아니라 부모의 재산에 따라 결정된다는 의미가 된다. 사다리의 층들이 서로 더 벌어지면 올라가기가 훨씬 더 힘들어지기 마련이다. (248)
불평등과 가장 강한 상관관계에 있는 검색어는 사치품과 관련된 단어들이었다. 불평등이 심한 주에 사는 사람들은 번쩍거리는 보석과 자동차, 액세서리로 자신의 부를 과시하려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이 증명해 보였듯, 사치품에 돈을 쓴다고 해서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부자들에게 불평등이란 사회적 비교라는 트레드밀을 더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제자리를 지키려면 더 빠르게 달려야 한다. (255)
<부러진 사다리>의 제목과 같이 우리 사회에서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부러졌다. 부모의 부와 권력이 자녀로 이어진다. 경직된 사회 속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부러진 사다리>를 통해 독자들은 우리의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일독을 권한다.
독서습관699_부러진 사다리_키스 페인_2018_와이즈베리(230220)
■ 저자: 키스 페인 Keith Payne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불평등과 차별이 인간의 마음을 형성하는 원리에 관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미국 심리학계의 차세대 리더이다.
그가 주로 연구하는 주제는 사람은 '왜 불평등이 심할수록 자멸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왜 가난하다는 느낌이 실제 가난만큼이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가?', '왜 공정하려고 노력해도 편향될 수밖에 없는가?'로, 실험심리학을 이용하여 그 이면에 숨겨진 감정 인지적인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있다. 그의 연구들은 불평등이 사람들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바꾸는 방식에 대한 중요하고도 새로운 통찰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가난을 개인의 인격적 결함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아 주었다.
이 책 <부러진 사다리>의 '사다리'는 불평등의 은유로 사용된다.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더 나은 지위와 소득, 건강, 안전, 미래를 누릴 수 있으며, 그 사다리의 아래쪽에 있다면 죽음조차 불평등하다. 이 책에 소개된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연구들은 불평등이 경제적으로 우리를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각, 스트레스 반응, 면역 체계, 정의와 공정함 같은 도덕적 개념에 대한 시각까지 바꿔놓는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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