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곳에서 인용되었던 영화, 그래서 언젠가는 봐야지라며 벼르고 있던 2007년 영화 <밀양>을 넷플릭스로 봤다.
도시에서 입은 상처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한 여인 신애가 아들 준과 함께 남편의 고향인 밀양으로 향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밀양은 그녀에게 희망이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다.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이다. 새로운 집에서 새 출발이다. 피아노학원은 생계활동의 시작이다. 우리는 때로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새 출발 하고 싶은 때가 있다. 신애의 마음이 꼭 그렇다.
사랑하는 아들 준의 존재는 그녀에게 삶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마치 성경의 욥에게 일어났던 고난이 일어난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다. 바로 가까이 있던 사람이 자신의 아들을 납치하고 돈을 요구하고 살해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진다. 그녀를 좋아하는 종찬이 옆에서 그녀를 도와준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관객은 신애의 상황에 감정이입하게 된다. 신애 역을 맡은 전도연의 상실의 고통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슬픔이 쌓이고 쌓여 더 이상 몸이 감당할 수 없으면 저렇게도 되겠구나 싶은 깊숙한 울음과 목메임의 연기가 기억에 오랜 남을 것 같다.
신애의 피아노학원 맞은편에는 약국이 있다. 약국의 약사부부는 교회를 다니며 직책을 맡고 있을 정도로 신앙심이 깊다. 신애에게 교회에 나가 하나님의 사랑을 통해 힘을 얻으라고 권한다. 하지만 신애는 신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표출한다.
"만약에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우리 준이가 처참하게 죽게 내버려 두셨어요?"
결국 신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교회에 나간다. 주변 사람들과 교제를 하며 마음을 추스른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고 싶어 한다. 대상은 바로 아들 준이를 살해한 살인범이다. 주변에서 우려를 했지만 신애는 교도소로 향했다. 교도소 면회실에서 신애는 살인자를 마주한다. 미처 그를 용서한다고 말하기 전에 살인자는 충격적인 말을 한다. 자신도 하느님을 믿으며 하느님이 자신의 죄를 용서해 줬다고 말한다. 신애는 충격을 받는다.
"내가 용서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용서할 수가 있어요."
신애는 믿는다는 것에 대한 허상을 봤다. 교회를 다니며 믿는다고 하는 사람들의 연약함을 바라본다. 약국 약사남편을 유혹하며 믿음이란 것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건지 보여준다.
영화 <밀양>은 영화의 곳곳에서 기독교 신자들의 찬양하는 소리가 들린다. 교회의 예배 모습, 교제하는 상황을 보여준다. 전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한 여인의 마음조차 위로하지 못하고 도리어 상처를 주는 기독교의 현실을 드러낸다. 감독은 영화에서 반기독교적인 의견을 보이고자 하는 것일까 궁금했다.
이미 15년이 지난 영화지만 오늘날 종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순수한 종교는 사라지고 있다. 목사, 승려, 신부라는 종교계 리더들의 돈, 성, 권력에 대한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대에 종교의 위치는 점점 축소될 것이다.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밀양>은 나에게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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