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를 마치고 수도권 집으로 향하는 주말버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그린북 GREEN BOOK>을 봤다. 배경 지식 없이 어두운 밤차 안에서 소일을 위해 봤다. 하지만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특히 좋아하는데 이 영화는 미국인 흑인 피아니스트 Don Shirley의 삶이 바탕이다.
이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분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소감을 포스팅한다.
흑백의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존엄을 갖춘 인간이란
1962년 노예해방이 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미국 남부에서는 흑인과 백인의 차별이 남아 있던 시절이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지역에 살던 토니는 피아니스트 셜리의 기사로 채용되어 전국을 함께 연주여행을 떠난다. 셜리는 흑인이지만 교육을 받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다. 올바른 복장과 상황에 맞는 고급 언어를 구사한다. 그의 실력을 인정하지만 남부 지역에서는 숙소도, 식사도, 화장실도 유색인종용을 사용해야 했다. 마음으로 거부감이 있었겠지만 그런 환경을 예상하고 받아들이며 자신의 연주 여행을 이어간다. 백인들에게 차별을 당해도 자신의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 일순간에 사회가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황을 두려워하며 회피하지 않는 모습이 감동이다. 관객이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존감이 마모될 때를 생각하며 셜리와 같은 견고한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고 감정적이고 육체적인 활동을 주고 했던 토니에게 셜리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다. 하지만 함께 여행을 하고 그의 피아노 연주를 보고,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아내에게 쓰는 편지를 교정해 주는 모습 속에서 이전의 삶의 서서히 변한다. 연주 여행을 마치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돌아온 토니의 모습을 바라본 가족들의 말속에 그가 변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은 끈끈한 모습
미국에 정착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 하면 마피아나 폭력조직이 떠오른다. 이 영화에서도 토니가 보디가드와 같은 역할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더 돗보이는 장면은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 간에, 이웃 간에 서로를 돌봐주는 모습이다. 끈끈하게 서로가 엮여 있어서 서로의 어려움에 대해 목숨을 걸고 지켜줄 것 같다. 비록 그들의 삶이 가난할지라도 그런 모습은 사라지지 않는 이탈리아인들의 자랑인 것처럼 보인다.
그린북이란
왜 그린북일까 궁금했다. 영화 속에서 기사 역할을 맡은 토니에게 셜리가 자료를 준다. 그 중에 '그린북 GREEN BOOK'이 있다. 남부의 유색인 차별에 익숙하지 않은 토니는 그것을 보며 셜리가 잠잘 숙소로 안내한다.
그린북은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이라고 해서 미국 흑인 여행자였던 Victor Hugo Green이 1936년부터 1966년까지 여행하는 흑인 여행자들을 위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현재는 불필요한 자료지만, 당시에는 린치를 피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필수품이었을 거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셜리 마저도 피할 수 없는 차별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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