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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669]인문학으로 광고하다_독서를 통한 사람에 대한 이해가 기본

by bandiburi 2022. 12. 17.

  • 박웅현이란 인물을 알고, 광고의 세계를 접하다

책을 읽고 만족스러운 때는 언제일까. 보지 못했던 세상에 눈을 뜨게 되는 순간이다. 이 책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독서의 만족감을 준다. 박웅현이라는 광고계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기존의 광고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광고를 만들어서 공감을 얻었고 성공했다.
인터넷이나 텔레비전, 책에 등장하는 광고를 싫어해서 어디서나 광고가 나오면 회피한다. 그래서 그 광고를 만드는 세계와 크리에이터들에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달라졌다. 광고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사람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광고마다 그것을 창작한 크리에이터의 의도와 수준을 가늠해보기도 한다. 
나 또한 인터뷰 기간 중에 박웅현이 추천해준 새로운 책과의 만남을 즐겼다. 가장 큰 기쁨은 김화영의 책들이었고, 그다음은 밀란 쿤데라와 카뮈, 그리고 <보보스>였다. 보보bobo란 부르주아 보헤미안 Bourgeois Bohemian을 줄인 말이다. 보보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돈을 많이 번 로맨티시스트, 가치 중심의 삶을 추구하는 현실적으로 성공한 전문가 정도라고 보면 된다. (17)
광고는 한 기업이 그 시대와 사회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서 가끔은 직설적으로 가끔은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보여준다. 은유와 상징 또한 시공간의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인 만큼 역사를 읽는 데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49)
<광고의 역사>라는 비디오(2005년 5월 18일과 19일에 방영된 )를 보면 광고가 처음으로 힘을 발휘하던 시절(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사람들은 광고에서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경향이 있었고, 그것을 이용한 '못된 광고'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광고들 때문에 '광고는 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되었지만 그런 광고는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46~47)


  • 사람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적 지식이 필요하다

광고는 광고주가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행위다. 기업의 이익은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판매해야 한다. 고객이 광고를 보고 소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결국은 시대에 맞게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시대를 이해하고 사람을 알기 위해서 독서가 필요하다. 박웅현이 성공적인 광고를 만든 이면에는 책을 즐기는 그의 습관에 있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행위에서 그치지 않고 유용한 문구를 발췌해서 모아 두고 활용했다. 
박웅현이 제일기획에 있을 때 8개월간 <서양미술사>를 읽은 뒤 그림을 보는 안목이 달라졌다고 했다. 한 권의 책을 깊이 파고들어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을 때의 모습이다.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 도움을 줬을 거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박웅현 ECD는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TV, 책을 말하다>에도 몇 차례 출연했어요. 광고업계 사람으로는 특별하지요. (29)
그럼에도 내가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토지>가 광고라는 일을 하고 있는 나의 기초체력이 되리라는 사실이다. 광고는 시대 읽기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은 껌 광고에서부터 기업 광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의 광고에 필수적이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광고는 공감대가 없고, 공감대가 없는 광고는 존재 이유가 없다. (52)
박웅현은 책을 많이 읽을 뿐 아니라 책에서 발견한 '좋은 글'을 타이핑해 둔다. 그리고 그것을 잘 정리해둔다고 한다. 이처럼 그는 '메시지'를 철저하게 컬렉션 하는 것이다. (61~62)
궤변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래리 플린트는 분명히 전쟁과 포르노 잡지에 대한 '진실'인 한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저는 감탄했습니다. 광고를 만들려면 저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 '진실'이 무엇인지 다 같이 한번 생각해보자는 거지요. (76)
참고로 <밀크>는 1970년대 인권운동가이자 정치인이었던 실존 인물 하비 밀크에 대한 이야기다. 하비 밀크는 게이들의 인권을 위해 게이로서는 처음으로 시의원이 되었다. 아마도 게이의 성공 이야기여서 그랬는지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도 넘기 어려운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85)
아무튼 <서양미술사>를 제대로 보고나니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그림을 보는 눈이 확 뜨인 것 같았습니다. (249)


  • 일상의 직간접 경험이 모두 창의력의 소스다

광고 크리에이터에게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이 소스가 된다. 집에서 대화하는 순간에도,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말속에도, 독서를 하며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에도, 여행을 하며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소스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지나가는 기회를 잡기 위한 관심과 호기심의 안테나가 필요하다.
오길비도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 불변의 법칙>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훌륭한 카피라이터에게 필요한 소양 가운데 하나가 '유머 감각'이다. 카피라이터는 메시지를 글로 쓰는 사람이고, CD는 메시지를 결정하고 구체화하는 사람이다." (37)
상상력은 진실을 보여주고 진실에 영향을 미친다.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감동하겠고, 그 감동이 우리를 행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118)
창의력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광고라는 미디어는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 물음에 창의적인 답을 마련하면 멋진 광고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려면 화가가 물감과 캔버스에 익숙해져야 하고, 음악가가 악기에 익숙해져야 하듯이 소통의 재료에 익숙해져야 한다. 광고인에게 가장 중요한 재료는 사람에 대한 통찰력이다. (196)
성공은 실수나 잘못, 단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런 것들을 뛰어넘는 강한 설득력에서 만들어진다. (220)
박웅현이라는 광고인이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서 들어보면 3년차에서부터 '행운'은 시작된다. 그러나 그 행운은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255)


  • 사진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의 철학과 인문학적 깊이를 보다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라는 사진가를 알게 되었다. 사진가라는 직업이 사진을 찍는 단순한 기능을 가진 사람이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을 보며 생각이 달라졌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피사체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행위다. 그 행위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광고를 만드는 CD(Creative Director)처럼 인문학적, 철학적 지식이 기본이다. 
특히 이 책에서 인용한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교황과 교회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교회가 하나님의 광고회사라고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새로운 각도로 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런 광고를 만든 올리비에로 토스카니가 <아카이브Archive>지와 인터뷰한 적이 있었어요. 그 내용을 보면 인문학적인 깊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카이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광고 잡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광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바티칸을 끌고 들어와서 조금도 망설임 없이 말합니다. 한번 보세요.(61~63)

(교회에 대해 말하면서) 거대한 거짓말이죠 뭐. 개인적으로는 교황이 괴물처럼 차려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우스워요. 데이비드 보위도 그가 가장 거칠었던 시절에 무대에 나갈 때 그보다 더 별나게 차려입지 않았을 거란 말입니다. (About the church) A huge lie, nothing else. From a personal point of view, it makes me laugh to see the Pope go around dressed like a freak. I mean not even David Bowie in his wildest years dressed more eccentrically when he went on stage. 

그 사람들은 최고의 예술가들을 고용했어요.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 카라바조,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같은 사람들 말이에요. 그리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지요. 하나님의 어머니를 처녀라고 하자는 것이었고, 죽음 뒤에 삶이나 부활과 같은, 정말 놀라운 생각들이었지요. 어느 누구도 그런 방식으로 더 잘 해내지 못했을 겁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광고회사고, 세계 최고의 광고회사죠. They had the best artists under contract, like Michaelangelo and Leo Nardo, Caravaggio, and Piero della Francesca. They had the most in-credible ideas: They came up with the idea that the mother of God is virgin! And these visions: life after death, resurrection - it's amazing! No one could top them in that respect. The church is God's advertising agency, the best communication agency in the world. 

이런 '사회적인 진실'인 근본적인 문제를 두고 광고만을 공격한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겁니다. 어떤 광고가 성공한다면 그 사회가 그 광고의 메시지에 공감한 겁니다. 그런데 그 메시지에 문제가 있고 그것을 고치고 싶다면 광고가 아니라 사회를 고쳐야 합니다. (72)


  • 위인전은 허구다

위인전이란 무엇일까. 어린 시절 위인전을 많이 읽으라는 권유를 받았다. 위인전은 누가 만들고, 왜 만드는지에 대한 토론이나 비판은 없었다. 위인전을 많이 읽으면 그들처럼 위대한 인물이 될 거라는 부모와 교사들의 희망이 담긴 것이 아닐까. 그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위인전이란 시리즈를 펴낸 출판사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위인전은 허구라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천재와 영웅이 될 남다른 면이 있었다는 것은 설화다. 태어날 때는 누구나 천재와 영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자라는 환경에 따라서 변화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어린 시절에 위인전을 권하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듣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겠다. 
형태를 바꾸면서 만들어진 현대의 설화 가운데 하나가 위인전이다. 위인전은 태어나면서부터 남달랐던 천재나 영웅을 우상화하기 위해 '꾸며낸 이야기'다. 그들의 '태생적인 가치'는 늘 지나치게 부풀려져서 위대한 탄생으로 시작된다. (158)


독서습관 669_인문학으로 광고하다_박웅현&강창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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