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망각의 존재이기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반복한다. <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는 다시 한번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포로수용소를 얼마나 참혹하게 운영했는지 잘 보여주는 영화다.
유대인들을 가스나 총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이야기는 익숙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각도에서 포로수용소의 실상을 보여준다. 프란시스코 복스(Francisco Boix)라는 생존 인물이 자신이 사진사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페인 영화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는 포로수용소를 독일군과 포로로 단순화해서 보여준다. 이 영화는 한 걸음 더 들어갔다. 포로수용소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독일군 사진사가 있고 그를 도와주는 포로들이 있다. 또한 여성 포로들을 이용한 매춘도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복스는 독일군 사진사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수용소를 탈출하다 살해된 동료들의 사진을 찍고, 독일인 사진사의 지시에 따라 구도를 잡고 촬영한다. 그 과정에서 독일군의 잔혹한 행위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러 동료들의 도움을 얻어 사진을 숨기고 빼돌린다. 하지만 복스는 독일군의 패망이 임박해서 발각되어 고문받고 차량 가스실에서 죽을 뻔했지만 천운으로 가스관이 끊어진 상태여서 살아난다.
영화를 보고 Mauthausen 수용소에 대한 사진을 검색했다. 영화에서 본 장면과 유사한 사진들을 찾을 수 있었다. 즉, 프란시스코 복스가 우리에게 남긴 사진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것이다.
실제 사진은 영화보다 더 참혹하다. 갈비뼈가 앙상한 포로들이 누더기 같은 옷 하나를 걸치고 큰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 벌거벗은 채로 두 줄로 서서 찍은 사진, 독일군 장교들만 촬영한 사진들이다. 지옥이 있다면 저런 곳일 것이다.
독일군에게 포로는 애완견보다 못하다. 기분이 내키는 대로 총으로 쏠 수 있고, 높은 곳에서 떨어뜨릴 수 있고, 해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사람이 망각의 존재라는 것이 행복한 이유는 이런 어두운 과거를 평소에 잊고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에 인류가 실수했던 사실을 잘 알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인류는 국가나 지역에 따라 속도는 다르지만 생활환경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고 탐욕에 휩싸여서 과거의 패망한 정권의 실수를 반복한다. 돈과 권력의 역설이다.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인류지만 또 다른 히틀러는 늘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전쟁과 갈등이 있고, 국내에서는 권력을 위한 소리 없는 투쟁이 이어지고 있다. 욕심이 이성을 앞지를 때 Mauthausen 수용소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포로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사진으로 알린 프란시스코 복스 Francisco Boix 실화_마우트하우센의 사진사_2018_스페인(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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