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라이프

[생활]태풍 힌남노 영향 포항 냉천 범람으로 오천 인덕 침수 피해를 경험하며(220906)

by bandiburi 2022. 9. 8.

2022년 9월 6일 새벽 6시에 태풍의 위력을 확인하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웅웅 거리는 초속 30미터가 넘는 바람소리가 창문을 위태롭게 울린다. 창밖으로는 굵은 빗방울이 바람에 춤을 추며 내린다. 그런데 온통 진흙탕물이 뒤덮고 있다. 아파트 주변이 온통 물이 휩쓸고 주차된 차들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다. 물이 냉천 방향이 아니라 냉천에서 산 쪽으로 흐른다. 이미 1층의 반 정도가 물이 찼다. 

아파트 주변에 주차된 차들은 거의 백퍼센트 침수되었다. 바로 앞에 있는 이마트 주차장도 온통 흙탕물이다. 200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냉천이 보인다. 평소에는 몇 미터 정도 높이라서 범람의 우려는 없었는데 냉천을 넘어 거센 물살이 아파트 쪽으로 흐른다. 물길은 도로를 따라 바로 앞에 있는 포항제철소로 흘러 들어갔다. 제철소를 1미터 이상의 깊이로 침수시켰고 설비를 멈추게 했다. 

아침 8시가 넘으며 비와 바람이 점차 가라앉았다. 냉천이 수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다득찼던 물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 있는 진흙투성이의 지면과 침수된 차와 집안에 남아있는 진흙이다. 물이 빠져나가며 그 위력은 온전히 남았다. 

평소에는 볼 수 없는 광경들이 주변에 펼쳐졌다. 차들이 뒤엉키고, 다른 차들의 위로 올라가 있다. 차 안으로는 물이 빠지며 남긴 진흙이 그대로 남아있다. 새로 구입한 차든 오래된 차든 가리지 않고 흔적을 남겼다. 컨테이너가 자리를 옮겼고, 가건물이 차량 위로 올라가 있다. 냉천 범람으로 도로가 강이 되었던 새벽 5시 30분 정도부터 1시간 사이에 모든 피해는 발생했다. 

침수가 되면서 먼저 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1시간 쯤 후에는 전기도 차단되었다. 아파트 주변에 설치된 변압기들도 침수되었다. 어떤 변압기는 위로 차량이 누르고 있다. 변압기 케이스가 뒤틀리고 안에 있던 굵은 전선이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아파트 바로 앞에는 포항 남구보건소와 주민자치센터가 있다. 이곳도 침수되어 다른 지역 공무원들이 지원을 나왔다. 1층에 있던 집기들은 침수되어 밖으로 내놓고 안을 청소한다. 1층에 있던 사람들 중 일부는 집안 침수와 함께 차량도 침수되어 망연자실이다. 

비와 바람이 멈추고 집 주변을 둘러봤다. 냉천을 가보니 여전히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가로수는 범람했을 때 최고 수위가 사람 키만큼 높았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굉장한 물의 흐름이었다. 

차량이 경보음을 울리고 차량 주인들은 자신의 차를 확인하고 보험사에 연락하느라 분주하다. 침수피해를 입으니 물과 전기 공급이 안돼 바로 불편함이 시작된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전화나 통신을 하려 해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보험사에 전화하니 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통신사를 이용하는 사람을 통해 대신했다. 

단수가 되어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전화 배터리 충전이 불가능하다. 주변이 모두 동일한 상황이어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많이 불편했다. 먹는 것부터 시내에 사는 동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냉장고도 무용지물이라 냉동해야 하는 식품은 버려야 했다. 바로 앞 왕복 6차선 도로는 침수되어 버려진 차들이 중간중간 놓여있고 부분적으로 침수되어 정상적인 개통이 지연되고 있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침수피해를 직접 경험했다. 수해를 입은 지역의 소식을 뉴스로만 접했는데 나의 이야기가 되니 얼마나 불편하고 도움이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그나마 4층에 살고 있고 차를 소유하지 않아 직접적인 손실은 없었다. 하지만 지인들이 피해를 입었고, 물과 전기가 없는 생활을 체험했다. 

힌남노의 피해는 블랙스완이었다.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발생할 경우에 엄청난 피해를 가져오는 좋은 사례다. 냉천은 평소에 물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그래서 주변을 따라 조깅도 하고 산책도 했다. 강수량이 많은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발로 인해 지면에서 흡수할 수 있는 물의 양이 감소하고, 물길이 냉천으로 몰리도록 되어 있고, 냉천 자체의 개발도 원인이 아니었을까 추정해본다. 

이번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서 블랙스완에 대한 대비가 보완되길 바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