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퀸즈 갬빗>이 재미있다는 소문을 들어 1편을 맛보기로 봤다. 1편에 이어지는 스토리가 궁금해서 다음날 퇴근 후 7편까지 연이어 볼 수밖에 없었다.
남성 중심의 체스 세계에 무명의 여성이 승승장구하며 세계 챔피언의 자리까지 진출하는 과정은 통쾌함을 넘어 중독성이 있다.
몇 시간이 걸리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이 드라마를 보며 생각한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주인공 엘리자베스 하먼 역을 한 안야 테일러조이의 연기가 일품이다.
체스 천재소녀가 가질 만한 행동, 얼굴 표정, 그리고 체스를 두고 고민하거나 승패가 갈렸을 때의 심리를 몸으로 드러내는 모습, 거만하면서도 계모에 순종하는 말투, 그리고 집중할 때 내면의 고민을 보여주는 커다란 눈이 주인공에 빠져들게 한다.
체스에서 그녀의 탁월함과 정신이상 사이를 오가는 줄타기도 살짝 보인다. 체스에 몰입하는 만큼 계모를 통해 시작한 음주에 대한 탐닉은 그녀를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
둘째, 체스 세계를 점령해 가는 과정이 뻔하지만 재미있다.
1983년의 소설 <The Queen's Gambit>을 바탕으로 2020년 제작한 영화다. 무명의 소녀가 체스 글로벌 챔피언까지 오른다는 예상할 수 있는 스토리지만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인물과 전략에 대한 고민이 더해져 지루함을 상쇄했다.
주인공 하먼이 미국 지역리그에서는 쉽게 우승을 하지만 국가 챔피언에 오르면서 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의 천재성은 패배 속에서 복기를 하고 전략에 대해 지속해서 배운다는 강점에 있다.
마침내 미국을 넘어 멕시코, 프랑스를 거쳐 체스의 도시 모스크바에서 세계 챔피언을 넘는다.
마지막으로 체스를 통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일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보육원에서 13살에 양부모에게 입양되었지만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양부는 생활비를 지원해주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우연히 하먼이 체스대회에서 우승 상금으로 100달러를 받는 것을 본 양모는 자신이 매니저가 되어 함께 체스대회를 다닌다.
하먼의 학교 친구들은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겪는다. 여학생은 멋진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산다는 생각이지만 하먼은 관심이 없다. 대학을 가서 직업을 가지고 생계를 있어가는 게 평범한 계획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하먼이 점차 큰 경기에 참여하면서 우승상금도 커지고 그녀의 생활수준도 달라진다. 결국 전문적인 체스 기사가 된 것이다.
학생은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가야 한다. 좋은 성적을 받으면 취업에 도움이 된다. 이런 생각들은 진지한 고민이 없어도 추구하기만 하면 본전은 되는 듯하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하먼과 같이 자신이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몰입해보는 것이 좋겠다. 아직 보이지 않는다면 조그만 일이라도 시작해보자. 좌고우면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는 지금 재미있는 일을 시작하자.
<퀸즈 갬빗>에서 월드 챔피언이 되고 싶다는 러시아 소년에게 그다음은 뭘 할 거냐고 하먼이 묻는 장면이 나온다. 소년은 머뭇거리며 대답하지 못한다.
우리의 인생 목표가 그런 것은 아닐까. 주변의 부추김과 자신의 허영심에 맹목적으로 뭔가 되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한 번 되돌아볼 시간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1편부터 7편까지 <퀸즈 갬빗> 볼 시간을 확보하고 시작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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