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독서습관537_증오의 시대 해석과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 필요_혐오사회_카롤린 엠케_2017_다산북스(220308)

by bandiburi 2022. 3. 1.

나의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세속적 입헌국가에 문화적, 종교적, 성적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굉장히 안정감을 안겨준다. 공적인 공간에서 그런 다양성을 볼 수 있는 한, 나의 모든 특성과 동경, 어쩌면 일탈적일 수도 있는 신념과 실천 방식에도 불구하고 한 개인으로서 내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자유로운 여지를 보장받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223)

 

저자는 <혐오사회>를 통해 국가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증오와 혐오가 조장되고 이용되는 것을 경계합니다. 사랑, 희망, 걱정이라는 감정에 대해 분해하고 이를 정의합니다. 우리는 이런 추상적인 용어에 대해 개개인의 감정이 인식하는 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개별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 갈등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책에서 특히 두 가지에 대해 생각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는 IS와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왜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 테러를 일으키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IS는 세속적이고 인종과 종교에 대해 혼합된 세계인 유럽에서 무슬림들이 배제되기를 원합니다. 자신들만이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난민들이 세속사회에서 배척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테러에 관계없이 난민들을 포용해야 합니다. 

둘째는 성에 대한 기독교적 가치관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며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신의 뜻으로 정의되지 않은 성소수자, 트랜스인 들은 부자연스럽고 가치를 상실한 존재로 강등됩니다. 종교적 가치의 색안경으로 보던 것을 확대해서 동질성, 순수성, 본연성을 버리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가야 합니다. 상대방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자유를 향유할 수 있습니다. 

 

 

증오에는 증오하는 자에게 부족한 것, 그러니까 정확한 관찰과 엄밀한 구별과 자기회의로써 대응해야 한다. 그러려면 증오를 이루는 성분들을 천천히 하나하나 해체해야 하고, 강렬하고 발작적인 감정으로서의 증오를 그 이데올로기적 전제들로부터 분리해 어떤 역사적, 지역적, 문화적 맥락에서 발생해 작동하고 있는지 고찰해야 한다. (25)

티타니아와 바텀 그리고 요정들, 헨리 푸셀리 1793/1794 (출처: 구글 아트&amp;컬처)

이 이야기에 담긴 의미는 또 있다. 다른 감정들도 그렇지만 특히 사랑에서는 바라봄의 능동적 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티타니아는 사랑의 대상인 보텀을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움', '고귀함', '매혹', '매력' 같은 말들로 판단하고 평가한다. 동시에 그 열애의 감정은 자체의 막강한 동력을 지니고 있어서, 이따금 떠오르는 달갑지 않기 때문에 부적절한 지각들은 차단해버린다. (38)

 

찰스 에드워드 페르기니의 판도라 상자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즈)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희망은 근거 있는 예측이나 실존적 확신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희망이 아니다. 그런 희망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 헤시오도스가 말한 희망은 허황한 추측을 기반으로 한 공허한 희망이다. 그런 식의 희망을 품는 사람의 문제는 자신이 열망하는 바대로 이루어지리라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42)

 

마사 누스바움 (출처: 위키피디아)

걱정하는 사람들은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 Martha Nussbaum이 '투사적 혐오 projective disgust'라고 말한 것, 즉 단순히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핑계로 다른 사람들을 거부하는 것과 걱정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걱정 외에도 사회의 전반적 공감능력을 저해하는 다양한 감정적 힘들이 다수 존재한다. (51)

 

그들이 해야 할 일은 걱정의 원인과 대상을 냉철하고 정교하게 분석하는 일이다. 원인을 밝혀 정당화할 수 있는 걱정은 정당화하고,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근거가 없는 걱정은 비판하는 것이다. 언론인의 임무는 모든 사안에서 독자들에게 동조하거나 크고 작은 모든 사회운동에 몸소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운동들의 동기와 주장, 전략, 방법을 분석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비판적으로 해설하는 것이다. (53)

 

이렇게 채색된 색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사람들은 늘 특정한 한 가지 역할, 특정한 한 가지 지위, 특정한 한 가지 특징을 지닌 것으로만 본다면 어떤 결과가 생길까? 처음부터 증오가 생기는 건 아니다. 그렇게 협소한 시각은 무엇보다 먼저 상상력을 훼손한다. (78~79)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즈)

다원적이고 개방적이며 세속적인 유럽에서 무슬림들을 고립시키는 것이 IS 테러의 명확한 목표이며, 체계적인 양극화가 바로 그 목표를 실현할 수단이다. IS 이데올로그는 모든 종류의 혼합과 문화적 공존, 계몽된 근대의 종교적 자유를 혐오한다. 그러므로 이슬람 근본주의와 반이슬람 과격파는 서로의 흥미로운 거울상이다. (91)

 

(출처: 알자지라)

클라우스니츠는 증오와 그것을 촉발하고 형성하는 인식의 틀, 즉 사람을 보이지 않는 동시에 괴물 같은 존재로 만드는 패턴을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클라우스니츠에서는 버스를 타고 온 난민들이 증오의 대상이었다. 다른 도시와 지역에서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 성정체성이 다른 사람, 종교가 다른 사람, 신체적 성별이 모호한 사람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100)

 

에릭 가너 체포 모습 스크린샷 (출처: 뉴욕 포스트)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새겨진 순간은 경찰관들이 그를 덮치기도 전에 에릭 가너가 "It stops today"라고 말하는 순간이다. 그 말을 할 때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좌절감, 수없이 검문당하고 체포당하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사람이, 영원히 모욕당하고 멸시당하는 흑인의 역할을 태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당한 연극에서 더 이상 그 역할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사람이 "이런 일은 오늘부로 끝나야 돼"라고 말한 것이다. (124)

 

성별마다 '본연의' 특성이 있다는 생각은 기독교의 상상력을 통해 전승되었고 신의 뜻이라는 표상과 결부되었다. 그렇게 신에 의해 자연스럽게 창조된 존재는 특별한 가치를 부여받고 그럼으로써 침해할 수 없는 어떤 가치를 지니게 된다. '자연스럽고', '원래적인' 성은 '정상성'을 규정하는 표준으로 볼 수 있고 그렇게 보아야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다른 모든 것, 모든 가변적인 것은 '부자연스럽거나', '불건전한' 것으로, 신이 '의도하지 않은' 존재로, 그럼으로써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로 강등될 수 있다. (161)

다른 성별처럼 보이게 옷을 입는 Drag (출처: 플리커)
패션모델의 동작과 자세를 흉내 낸 춤 스타일 Vogueing (출처: 위키미디아 커먼즈)

남성적 또는 여성적인 규준들은 재활용되거나 조롱당하며 말이나 노래로, 드랙 Drag이나 보깅 Vogueing으로, 춤이나 의상으로, 패키 Packing이나 바인딩 Binding, 화장이나 수염, 가발이나 면도로, 또는 이 모든 것 없이도 때로는 확정되고 때로는 무시된다. (169)

 

그런 자세는 환경이나 경제 문제를 전문가들에게 맡겨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에 따라 사회적 참여나 정치적 발언권을 허용하고 있는지 자기비판적으로 자문해보는 것도 의미한다. 늘 배워나가는 사회는 실제로 모든 사람이 똑같은 기회를 얻고 똑같이 보호받고 있는지, 금기나 이데올로기적 쉬볼레트들로 된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하지는 않는지 점검해보는 데서 그 특징을 드러낸다. (185)

 

문장들이 포함된 더 넓은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개개의 문장을 인용하고, 따로 떼어낸 단락들을 읽고 사용하면서도 전체 텍스트가 처한 배경은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경전 해석은 이슬람을 왜곡하고 흠집 낸다. 저 무슬림 율법학자들이 의견을 같이한 것은 바로 이런 점이었다. (196)

 

 

여기서 또 하나 대단히 중요한 것은 IS가 수니파 이슬람의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시아파 이슬람은 절대적인 타자로 단죄되고 멸시된다. 극단적인 수니파의 정체성 정치를 추구하는 한편 보편적 지하디즘까지 설파하는 수니파의 범이슬람주의는 이렇게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다. (203)

 

IS가 유럽이나 미국에서 테러공격을 가할 때마다 곧바로 각 해당 국가가 극소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을 향해 최대한 집단적으로 보복하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뒤틀리기는 했지만 그들로서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바람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현대 세속국가에 살고 있는 무슬림들은 무조건 그 집단 전체가 의심을 받는 상황에 처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고립되고 배제되어야 한다. (211)

 

오직 자유로운 공공의 영역 안에서만 모순과 자기회의가 들어설 여지, 그리고 모호함의 장르로서 아이러니가 들어설 여지가 유지될 수 있다. (212)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 The Human Condition>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복수로 존재하는 한, 다시 말해 우리가 이 세계에서 살며 움직이고 행동하는 한, 유의미한 것은 오직 우리가 서로 이야기로 나눌 수 있고 또한 혼자만의 대화로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것, 즉 말하기를 통해서 의미가 생겨나는 일뿐이다." (220)

 

이렇게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부인하면 곤란하고 빈한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잘못 때문에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 (240~241)

 

(출처: 위키피디아 2012)

■ 저자: 카롤린 엠케 Carolin Emcke

독일의 저널리스트, 작가. 프랑크푸르트대학교와 런던대학교, 하버드대학교에서 역사와 정치, 철학을 공부했다.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분쟁지역을 다니며 저널리스트로 활약했고,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예일대학교에서 정치이론을 강의했다. 현재 독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식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여성이자 성수수자로서 전쟁과 사회적 폭력, 혐오 문제의 구조를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엠케는 냉철한 분석과 따뜻한 공감의 글쓰기로 사회적 약자가 느끼는 구조적 폭력의 길을 예민하게 감지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에는 "우리 사회가 본받아야 할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롤모델"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독일출판협회 평화상을 수상했다. 칼 야스퍼스, 위르겐 하버마스, 수전 손택,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등이 수상한 바 있는 이 상은 평화와 인권, 국제간 상호이해에 공헌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저서로 <혐오사회>, <우리는 어떻게 갈망하는가>, <전쟁에 관하여 -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것은 말할 수 있는 것이므로 - 증언과 정의에 관하여> 등이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