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코로나의 심각성이 드러나기 시작한 지 만 2년이 되었다. 국내 확진자수가 5만 명을 넘었다. <뉴 애브노멀>을 통해 코로나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세계적인 석학인 저자의 도움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찾아온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유연함과 민첩성이다. 일어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것과 불가능한 것은 다르다. 검은 백조를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검은 백조를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검은 백조는 존재했다. 이런 검은 백조와 같이 희귀한 일이 전 세계를 2년 동안 뒤흔들고 있다. 인류는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가 간의 의료품 갈등과 같은 단점과 재택근무, 성과 중심의 일하는 문화로의 변화 등의 장점도 있었다.
토머스 프리드먼이 애기했던 <세계는 평평하다>는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없을 경우 각국의 장점을 활용하여 무역을 할 때 윈윈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줬다. 하지만 팬데믹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과의 교역이 봉쇄됐을 때 자국의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국가와 기업이 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대부분의 제조업이 해외로 이전된 미국이 영향을 크게 받았다. 지금은 주요 의료품이나 제조분야에 있어서 자국 내 생산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서 재택근무라는 것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일하는 방식이었지만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채용했다. 장단점이 있겠지만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업무가 된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국내외 출장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면서 영상통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Zoom과 같은 회사가 급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에서도 언급했던 원격 진료에 대한 부분은 국내에서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수도권과 지역간의 의료서비스의 편차와 빈부격차로 의한 의료혜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원격 진료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착용해서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해서 원격 진료를 통해 이동의 제약이나 시간적인 제약을 해소하며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하는 의료인들이 있을 것이다. 그 두려움이나 우려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극복 방안을 함께 고민해서 궁극적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의료 소비자가 있고 의료인이 있는 것이다. 의료인을 위한 국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책에 소개된 모든 내용을 소화하면 좋겠지만 인상깊었던 부분 몇 가지를 소개했고 나머지는 인용글로 대신한다.
훌륭한 과학적 추론의 핵심은 타당성이 아니라 부당성에 있다. 이것이 '검은 백조'의 교훈이다. 아마도 이 격언의 원전은 2세기경의 로마 시인 유베날리스 Juvenal로, 그는 존재하지 않는 사건을 "검은 백조와 같다"라고 표현했다. 그로부터 수 세기가 넘도록, 유럽인은 검은 백조가 존재한다는 걸 믿지 않았다. 그들이 봤던 백조는 모두 하얀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얀 백조를 봤다는 개별 사례들이 모든 백조가 하얗다는 걸 증명해 주진 않는다. 실제로 1679년 네덜란드 탐험가들이 호주 서부에서 최초로 검은 백조를 발견했을 때, 그 믿음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44)
바스프의 페어분트 시뮬레이터나 넷플릭스의 카오스 몽키 등, 회복탄력성을 위한 디지털 기술의 사용은 서플라이 체인에서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한 대표적 사례다. (156)
근로자와 고용주는 많은 업무가 책상에 묶여 있어야만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 네이션와이드의 CEO인 커트 워커Kirt Walker는 "10가지 핵심 성과 지표에 따라 직원들은 자기 일일 업무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그들의 상사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근로자의 노동 투입(업무 시간)이 아니라 그 산출물(업무 결과)을 데이터 중심으로 평가하는 트렌드와 결을 같이 한다
. "우리는 사람들이 일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였는지를 설명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성과 지표에 따라 자신이 얼마나 좋은 성과를 냈는지를 설명하라고 합니다."라고 워커는 말한다. (191)
케빈 캐리Kevin Carey는 2015년 널리 알려진 그의 책 <대학의 미래: 어디서나 닿을 수 있는 열린 교육의 탄생 The End of College: Creating the Future of Learning and the University of Everywhere>에서 학부생들의 형성기 경험은 캠퍼스 바깥에서 이어질 것이며, 온라인 과정과 함께 다양한 자격증과 인턴십, 부트 캠프, 기타 학점 수여 과정이 고등 교육을 구성할 것이라 주장했다. (205~206)
팬데믹으로 운송의 신뢰성에 관하여 일대 혼란이 일어나면서, 운송 가시성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욱이 이런 능력은 향후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231)
이 책에 언급한 수많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원격 진료는 코로나19보다 수십 년 앞서 나타났다. 하지만 환자와 의료 기관 모두에게 동기를 제공한 팬데믹이 없었다면, 원격 진료가 지금처럼 널리 받아들여지진 않았을 것이다. 팬데믹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습관을 강요했으며, 그 가운데 일부는 바이러스가 사그라들어도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244)
(중략) 화이트칼라의 지식 기반 업무 또한 자동화할 수 있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RPA)는 사무실 직원이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에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모사하여 자동화하도록 설계한 소프트웨어이다. (254)
"코로나바이러스와 2009년 돼지 독감 H1N1 에피데믹에서 배운 게 있다면, 안면 마스크부터 백신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기 위해 다른 나라, 심지어 가까운 동맹국에도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289)
최근 이용할 수 있게 된 기술과 플랫폼은 모든 규모의 기업(특히 중소기업)이 도매에서 소비자 직거래로 유연하게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예컨대 조셉 부Joseph Boo는 아버지가 아시아 채소 도매업을 소비자 직거래로 전환하는 것을 도왔다. (391)
바로 이 지점에서 플렉세FLEXE와 같은 기술 플랫폼 기업이 등장한다. 플렉세는 저장 공간에 대한 단기적인 수요와 그에 부합하는 공간이 남는 물류 창고를 찾아 연결해 주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즉 이들은 물류 창고계의 에어비앤비다. 남는 공간을 지닌 물류 창고 소유주, 저장 공간을 찾는 회사 모두가 이 회사의 고객이다. (397)
■ 저자: 요시 셰피 Yossi Sheffi
기업 리스크 분석과 서플라이 체인 관리, 시스템 최적화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현재 MIT 교수로 엔지니어링 시스템 학과(Engineering Systems Division)의 학과장 및 운송물류연구센터(MIT Center for Transportation and Logistics)의 센터장을 맡고 있다. MIT CTL을 국제적으로 확장시켜 전 세계에 학술 물류 및 서플라이 체인 관리 센터를 설립하였으며, 이는 2003년 스페인에서 문을 연 MIT-사라고사 국제물류 과정을 시작으로 2007년 라틴 아메리카 물류 혁신 센터, 2012년 말레이시아 서플라이 체인 혁신 센터, 2015년 룩셈부르크 물류 센터, 2016년 중국 서플라이 체인 연구소 설립 등의 성과를 보였다. 이 모든 성과도 그가 이끄는 MIT SCALE(Supply Chain and Logistics Excellence)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운영된다.
대학 밖에서도 현실적이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기반으로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세계를 아우르는 주요 제조, 도매 및 운송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이 요청하는 자문에 응하고 있으며, 수많은 기업인이 참여하는 행사의 연설가로도 초청되어 연단에 오르고 있다. 또한 직접 5개의 사업체(Logistics.com, Syncra systems 등)를 성공적으로 설립한 기업인이기도 하다. 그밖에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어젠다 및 기업 리스크 관리를 자문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와 저서들은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등에서 자주 인용된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도서로는 <무엇이 최고의 기업을 만드는가: 리질리언스! 기업 위기 극복의 조건>(2016년), <밸런싱 그린 : 탄소중립시대, ESG 경영을 생각한다>(2021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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