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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501]아담을 기다리며_다운증후군 자녀의 탄생과 일상의 신비

by bandiburi 2021. 12. 27.

<아담을 기다리며Expecting Adam>은 제목만 가지고는 무슨 내용인지 추측하기 어려웠다. 책날개에 있는 저자와 아들인 아담의 사진을 보니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전적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녀지만 사회적 편견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휴먼스토리라고 추측하고 읽었다. 400페이지가 넘지만 저자 마사 베크의 입장에서 아들 아담을 임신하고 출산까지  하버드라는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안타까워 하며 몰입하다 보면 아담이 태어나면서 잔잔하게 마무리된다.

이 책을 통해 세 가지를 생각해 본다.

첫째,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버리면 사랑스런 아이를 통해 삶의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 마사와 존은 하버드라는 공부벌레들이 경쟁하는 곳에서 딸을 키우며 학위를 준비하는 부부다. 시간을 쪼개가며 성공을 향해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둘째를 임신하고 마사는 육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화재가 났을 때, 입덧이 심해 먹지 못해 쓰러질 지경일 때, 하혈이 심해 수혈이 필요한 상황일 때 그녀는 마치 아담이 조성한 것처럼 느껴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누군가 주변에서 도와주고 있다는 종교적인 직감이다. 이는 멀리 싱가포르로 출장을 간 남편 존도 느끼게 된다.

결국 아담이 태어나면서 이런 현상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고 아담의 존재 자체로 부부의 삶의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행복이란 성취보다 바로 가까이 있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우리 사회에도 다운증후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다. 나 자신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잘 몰랐다. 하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주고 소통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한 존재로서 말이다.



둘째, 페미니스트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마사가 양수천자검사를 통해 아담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고 했을 때 유명한 하버드 의대 교수와 제자들이 당연히 중절수술을 해야한다고 설득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게 한다, 하버드에서의 성공적인 삶에 장애가 될 것이다라는 이유를 댄다.

이 때 마사는 강하게 외친다. 자신의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임신한 여성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이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에서도 임신중에 다양한 시험을 통해 아이가 유전적 질병을 가지고 있는지 검사한다. 검사 결과 질병을 가진 아이라고 하면 적지 않은 부모가 아이를 포기할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 사회에서 이런 아이들을 수용하고 행복하게 함께 할 여유가 없고 부부만이 감당해야 하는 짐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 생명이 마치 하자가 있는 부품처럼 버려질 수 있다는 것이 보는 각도에 따라 상당히 소름이 돋는 이야기다.



셋째, 많은 학생이 가고 싶어하는 하버드대학교의 학업 분위기가 상당히 경쟁적이고 교수들은 권위적이라는 점이다. 하버드대학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듯한 옷차림과 상당한 시험 스트레스가 상존한다는 게 두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 속에서 보여진다. 시험으로 인해 자살을 결심하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서 살아야 할 정도의 높은 학업 강도로 인해 결혼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일은 더욱 힘들다. 하버드 의대생들도 서로간 경쟁이 심해 참고도서의 사진을 칼로 오려서 상대방이 보지 못하게 할 정도라고 한다니 의대 교수들이 어떤 존재인지 역으로 생각하면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마사의 태도에 통쾌함을 느끼게 된다.

<아담을 기다리며>를 읽고 2021년을 보내고 2022년을 맞이하며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아래는 책에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인용했다.


물론 내가 아담을 임신하고 있는 동안 나는 어디를 보아야 할지 몰랐지만 많은 보살핌을 받았다. 그 힘든 시기 내내 나는 어머니 노릇을 해줄 사람을 찾아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나타났을 때에도 실제로 그들을 물리치려 했었다. 도움을 받으려면 방어적인 태도를 버려야 하는데, 학문적 성취에만 몰두해온 7년 동안에 나의 성격에는 거의 방어적인 태도만 남은 것 같았다. (87)

아담은 침대로 걸어와서 내게 장미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맑고 침착한 목소리로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중략) 아이는 침착하게 나를 마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내가 내내 알고 있던 것 - 내가 기억하고 있었어야 했던 것 - 을 알았다. 내 자식인 이 아이는 내가 다 이해하지 못하는 영혼을 지니고 있다는 것, 내가 그를 '장상적'인 아이로 만들려고 애쓰며 겪는 고통에 대해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많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101)

냄새를 다 맡고 나자 그 노인이 몸을 일으키고, 다시 나를 향해 모자를 들어 보였다.
"보이는 게 다는 아니지요?" 그는 말했다.
"예." 내가 대답했다.
"자세히 보면 얻는 게 있어요." 그가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몸을 기울여 내 귀 가까이 입을 대고 속삭였다. "우리 아들은 스물세 살이요." 그리고 몸을 돌려 걸어가 버렸다. (106~107)



미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내가 그때 느꼈고 지금도 느끼고 있는 것은 이런 조그만 기적들이 항상 아담 주위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그를 배고 있는 동안 나는 나 자신이 일종의 송신탑이고 그 안에서 아담이 주위로 어떤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말로 하는 메시지는 아니지만, 사람들의 좋은 면을 끌어내어 서로 연결시켜주는 어떤 선한 에너지였다. 아담이 태어난 이래로 나는 이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되었다. (139~140)

아담의 출현은 다른 무엇보다도 일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남보다 앞서는 것에 대하여 진정으로 관심이 없는 사람, 현재의 순간에서 기쁨을 찾는 데 절대적으로 몰두하는 사람처럼 사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151)

내 인생의 첫 20년을 교육제도와 사회가 제시하는 모든 시험을 통과하려 애쓰며 보내온 뒤에, 나는 그 모든 노력의 목표는 즐겁게 살기 위한 것이라고 계속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회습관이 설정한 그 경직된 기준을 따르는 것 말고 같은 목표에 도달하는 좀더 직접적인 길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상기하게 되었던 것이다.(157)

바로 이거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짧고 덧없는 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것은, 고립된 자신을 벗어나 손을 뻗어 서로에게서 그리고 서로를 위해서, 힘과 위안과 온기를 발견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인간이 하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 우리는 사는 것이다. 말이 달리기 위해 사는 것처럼.(187)

<마사,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행복이요?" 내가 말했다. 그것은 이상한 질문인 것 같았다. 나는 내가 성공했는지 아닌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지, 주목할 만한 인물인지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행복한 것에 대해 생각이라도 해본 것은 오래전 일이었다. (253)

나의 굳건한 입장은, 관련된 모든 의학적 정보를 여성들에게 주고 나서 여성 스스로 태아를 낙태시킬지 말지를 결정하게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300)



내가 가야 할 곳, 내 영혼이 머무르도록 예정되어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내가 밖에서 찾을 수 있는 규범을 통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내면을 보아야 한다. 나의 일상적 의식과 내 마음속에서 진리라고 알고 있는 것 사이에 놓여 있는 모든 슬픔, 공포, 잘못된 개념, 거짓말을 던져버려야 한다. 내 주위에 '좋은' 사람, '성공한' 사람, 혹은 '옳은' 사람이라는 장식들을 붙이는 대신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어야 하며, 그 때문에 거부를 당할지모를 끔찍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393)

이제는 진통을 하는 것이 걱정이 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일이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나는 아담과 그 '사랑의 존재'가 아마 무슨 계획을 세워 놓았을 거라고 믿었다.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끝까지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394)

아담은 내가, 그것 자체로는 아무런 기쁨도 없는 성취와 명성을 향해 어려운 요구사항들로 된 미로를 마구 뚫고 나가는 대신, 눈앞에 있는 것을 살펴보고 그 신비와 아름다움을 알아보게끔 만들었다. 아담은 우리 대부분보다 훨씬 순수한 상태로 기쁨을 느낀다. (425)

그의 웃음은 거만과 가식과 자만, 특히 지적 교만을 꿰뚫어 버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아담은 내가 하버드에서 배운 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절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429)

이제 나는 우리 '정상적'인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보물들을 내다버리고 쓰레기들을 소중히 지니느라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똑똑한 체, 모든 것을 다 아는 체, 흔들림이 없고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는 듯이 보이려고 애쓰며 요란을 떨며 돌아다닌다. 그런데 실은 겁먹고 어리둥절해 있다. (430)


독서습관 501_아담을 기다리며_마사 베크_2019_녹색평론사(211226)


■ 저자 : 마사 베크 Martha Beck

사회학자. 작가.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마사 베크 주식회사(Martha Beck Inc.)'를 운영하면서 인생 코치(life coach)로 활동하고 있다. <오프라매거진> 등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아담을 기다리며> 이 외에 Leaving the Saints, Finding Your Own North Star, Steering By Starlight, Finding Your Way in a Wild New World, Diana, Herself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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