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독서습관502_대가속시대의 종말과 더 좋은 미래의 시작_슬로다운_대니 돌링_2021_지식의날개(211230)

by bandiburi 2022. 1. 2.

이 책 <슬로다운>은 우리의 시각을 미시적인 관점에서 거시적인 관점으로 전환해서 시대의 변화를 볼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변화가 글로벌로 확장해서 보더라도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책의 특징은 각 장의 설명을 하면서 관련된 데이터를 그림으로 보여준다. 다른 자료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그림으로 부채, 기온, 인구, 출산율 등의 추이가 점차 '슬로다운'하고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인구와 주택, 그리고 청년에 대해 언급한 부분에 공감하게 된다. 관련된 글에 간단히 소감을 정리해본다. 이하의 글은 책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을 인용했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한국의 성인들이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다고 느끼게 될 때입니다. 이를 막으려면 사람들에게 부모가 될 권리가 있고 그럴 만한 자원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이 중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극단적인 소득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소득 불평등 정도가 매우 큰 나라들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결코 안정될 수 없습니다. (524)

 

우리 사회의 현실을 콕 찝어서 얘기하고 있는 글이다. 청년들이 성인이 되어 살 집을 마련하고 직업을 통해 경제적인 자립을 하기 용이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급격히 상승한 집값은 다다르지 못할 꿈이 되어버렸다. 정규직 직업을 구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신의 생존을 위한 자원을 투자가 우선이다.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다음의 관심사다.

대부분의 청년들과 달리 부유한 부모를 둔 청년들은 소득 불평등의 혜택으로 자신의 노력 없이도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청년들이 여유를 가지고 가정을 꾸리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가 전제돼야 한다. 단순히 매월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사람들은 집을 사기 위해 받은 대출을 보증하기 위해 영국 정부가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고, 집값을 떠받치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여러 정책들을 내놓기 바쁘다는 것입니다. 결국 집값은 계속 오르고 절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정부가 버틸 힘을 가지고 있는 동안은 계속 그러겠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정치인들은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기득권층의 표를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528)

어쩌면 집값 상승이 경제적 성공의 신호라는 일부 서구 정치학자들의 이야기를 무비판적으로 체득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장년층은 자신의 삶의 질이 엄청난 속도로 개선되는 것을 경험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배경을 감안하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무비판적으로 신봉해 온 상황이 납득되기도 합니다. 다만 앞으로 더 느려진 시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들은 다릅니다.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밀어붙이지 말고 서로 더 많이 나누고 협력해야 합니다. 탐욕은 나쁜 것입니다. (529)

 

영국에서 일어났던 집값 상승 구조가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본다. '21년까지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원인에는 저금리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이 대출을 통해 집을 사려고 하는 분위기도 일조했다. 국민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분위기를 조장하는 정부가 있다. 정부는 은행에 대출에 대한 자격을 부여했고 은행은 이를 통해 엄청난 이자소득을 올렸다.

1800조가 넘는 가계부채의 이자만 해도 상당하다. 집을 소유한 가구는 집값에 따라 희비가 교차하지만 은행은 어디로 가든 담보를 가지고 수많은 가구에서 이자를 거둔다. 부동산을 소유한 기득권층은 웃는다. 언론과 토건, 정치권이 연횡 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고 키워간다. 저자가 제안하듯이 슬로다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젊은 세대를 위해 불평등이 완화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이 행복한 선진국으로 지속되기 위해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인구 증가 속도가 느려지는 동안은, 그리고 그 이후에는 빈부 간의 격차가 크지 않게 된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 노령화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돈을 벌기란 더 어려운 일이 된다. 변화가 적어지면서 사람들은 더 지갑을 닫게 된다. '최신'이라든지 '신상'이라는 딱지를 붙인 제품을 정신 없이 쏟아내면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는 것 역시 힘들어진다. 기술혁신 면에서 슬로다운이 진행된다는 것은 곧 참신한 제품들이 점점 사라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3)

인간이란 창의적으로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는 존재다. 늘 유토피아를 찾으면서도 재난을 걱정한다. (28)

학생들이 빚을 지기 시작하고 불어나게 된 것은 거의 대부분 경제 둔화나 부패의 산물이다. 정치적으로 악의를 가진 무능한 정권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킨 결과이기도 하다. 불평등이 심한 국가나 더 심해지고 있는 국가에선 학생들이 큰 빚을 지는 것을 용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부채는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 (76)

질서가 잘 잡힌 부유한 사회에서 슬로다운이 진행되고 있다. 점점 더 대중교통에 의존하게 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그냥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진다. 부피만 차지하면서 사치스럽고 도로 정체와 환경오염만 일으키는 자가용을 멀리하게 된다. 이런 사회에는 초고속 열차가 있긴 하지만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굳이 그렇게 멀리, 또 그렇게 빨리 여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굳이 쇳덩어리를 직접 소유하면서 끌고 다닐 필요는 더욱 느끼지 못할 것이다. (83)

미국 정부는 대출기관들이 이처럼 높은 이자율로 쉽게 고수익을 내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 자꾸 부자들에게 돈을 빌리지 말고 자기 집 문제는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모든 게 멀고도 험한 길이지만, 정치적인 변화를 필요로 한다. 즉, 가처분소득에 의한 지불 능력을 따지지 말고 솨회적 주택을 짓되 수요를 따져서 할당해야 한다. 민간 영역에 실효성 있는 임대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러면서 은행이나 다른 주택담보대출기관 상대로는 더 엄격한 규제를 내놔야 한다. 사람들이 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내놓으려고 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101~102)

가난과 불안정만큼 인구 증가를 부추기는 것도 없다. 다른 요인은 제쳐 두고라도 일단 아이들 중 몇 명이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더 많이 낳을 수밖에 없다. (179)

이처럼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것도 당연한 일이다. 앞으로 잃을 게 가장 많은 이들이 바로 이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197~198)

우리가 하나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 많은 사람들의 행동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만약 당신이 계속 커지기만 하는 소비 지상주의 경제사회에 살고 있다면, 또 계속 대출이 증가하기만 하는 곳에 있다면, 그리고 벼락부자가 되는 것을 가장 권장할 만한 일로 보는 사회에 있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자가 될 수 있는 한 가지 확실한 방법은 화석연료를 더 많이 태워 얻은 에너지로 더 많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220)

우주여행을 하는 것은 주로 소년들의 꿈이다. 아이 없이 살거나 한둘만 낳는 것은 대부분 여성의 권한이다. 물론 여성이 그런 선택을 내리려면 먼저 그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장소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지금은 분명 그런 환경이 되어 가고 있다. (244)

 

728x90


우리는 아주 흥미로울 정도로 예외적인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더 이상 빠르게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슬로다운이 어떤 저주인 것처럼 언급되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우리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가 될 수 있다. 슬로다운은 임금 상승이나 혁신, 소비 등 모든 면에서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 사이에서 슬로다운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출산이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슬로다운은 우리가 행복하게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자본주의의 종말이 시작되는 시점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행운일 수 있다. (290)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살 것이냐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얼마나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355)

과거에는 전환이 일어나기 전에, 그러니까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전에는 불활실성이 크지 않았다고 반박할 수 있겠다. (중략) 대부분이 너무 뚱뚱해지거나 너무 마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먹을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좀 더 느긋했고, 개인들은 더 자율적으로 보였다. 특히 수렵채집 사회에 있던 구성원들은 상당한 여가 시간을 누렸다. 탐욕스러웠던 사람들은 결국은 종교 권력을 통해 처벌받았다.(369)

정말 제대로 중요한 것을 파악하려면 추상적인 생산성 측정 방식에 매달리기보다는 중산층의 생활수준이 어떤지 초점을 맞추는 게 낫다. 생활수준은 GDP 성장이 슬로다운하기 훨씬 이전부터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영국 같은 곳에서 먼저 발견됐다. (377)

1970년대 이후 영국과 미국 주택가격은 10년씩 끊어보면 계속 상승했지만 그 폭은 매 10년마다 일정한 비율로 줄었다. 단지 투자를 위해 샀을 때 노리는 시세차익도 줄고 있다. 이제 머지않아 우리는 주택을 은퇴를 대비한 투자 수단이 아닌, 정말 살 집으로만 보게 될 것이다. (390)

인구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때가 지나면서 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재분배는 단지 희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으로 되어가고 있다. (456)

진보의 일정 부분은 (대개 부자들인) 나쁜 사람들이 내리는 나쁜 결정에 대해 걱정하고 비관하면서 구현되기도 한다. 우리는 최근까지도 그들이 하라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여 왔다. 이제는 더 이상 그래서는 안 된다. (483)

젊었을 때는 여름휴가를 가면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 시간이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생일은 왜 이리 빨리 돌아오는지 알 수 없게 된다. 슬로다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변화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처럼 변화가 거의 없는 상태를 이해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다. (493~494)

수소폭탄은 공산주의에 대한 서구의 공포 때문에 태어났다. 동시에 이를 통해 글로벌 불평등을 유지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1950년대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있던 시기에 잉태된 결과물이다. (495)

슬로다운이 진행되는 동안, 그리고 진행된 뒤에는 경제적 불평등은 더 이상 지속되기 힘들다. 변화가 사라지면서, 점점 고령화되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번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점점 인생해진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잘 혹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금이나 보석에 대한 흥미도 사라진다. 대부분 광고의 목적은 필요 없는 것을 원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략) 다수를 속인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다. (511)



■ 저자: 대니 롤링

옥스퍼드 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영국의 저명한 사회지리학자로 인구학, 통계학, 역학, 수학 분야를 두루 섭렵하였으며, 주거, 보건, 고용, 교육, 빈곤 문제에 관심을 두고 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 등을 돕고 있다. 사회과학학회 회원이자, 지도제작자협회 명예회장을 지냈으며 왕립지리학회, 왕립통계학회, 왕립예술학회, 왕립의학회 등에서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