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후반부에서는 농업 비즈니스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실천에 대한 부분, 그리고 미국의 농업 현실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세 가지로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266
첫째, 저자는 정부기관인 농무부와 기업형 농산물 기업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농업 정책이 농부나 농업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형 대기업들을 위한 것이다. 농업인은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며 전문 농업인을 육성하기보다는 기업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산업형 농축산업 관련 대기업들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토지를 오염시키고, 동물들을 자연과 멀어진 집단사육방식으로 질병에 취약한 상태로 만들고 항생제로 기르다 도살한다. 저자의 폴리페이스 농장은 전적으로 자연을 살리고,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유지하는데 중점을 둔다.
농기계는 재산으로 등록해야 하니 재산세도 내야 한다. 유행에 따라서 가끔씩 바꿔주기도 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는 농사 못 짓는다. 요점은 이렇다. 다른 농부들이 농기계를 갖고 으스대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기계 없이 일을 잘할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327)
목장 사업은 사람이 가축의 요구에 노예처럼 매이는 것이 아니다. 가축은 가축의 일을 하고 사람은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이다. (335)
단일 용도 기술에 투자를 하면 농부의 창의력은 계속 메말라 간다. 단일 용도의 하부구조는 그것이 건물이든 기계이든 기술이든 당신을 덫에 가둔다. 기계나 기술이 당신의 일을 돕는 하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농장 시설의 하인이 되는 것이다. 다시 자유로워지기란 불행한 결혼을 끝내는 것만큼 힘든 일이다. (356~357)
둘째, 소박한 삶이다. 저자가 결혼했을 때 살던 모습을 언급했는데 개인적으로 살아보고 싶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환경이다. 텔레비전은 2006년 이후로 우리 집에서 사라졌다. 지금은 필요하면 스마트폰이나 탭으로 원하는 프로를 보며 살고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조용히 라디오를 들으며 자연과 벗하는 삶이 그립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이 때로는 육체적인 노동이 필요한 것을 사실이다.
우리에겐 적당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 필요하다. 사무실에 갇혀서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이 좁은 닭장 속에서 팔려가기까지 길러지는 닭과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생각이 든다. 어느새 나의 삶이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과감히 뛰쳐나가길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을까.
옷에 대해, 음식에 대해, 가구와 전자기기에 대해 소박한 태도가 중요하다.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의미하듯이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를 비교하기 때문에 불행해지고,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다.
소는 다년생목초를 소화해서 에너지로 바꾼다. 이것은 잡식동물은 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다. 이러한 특성을 극대화해야 옳겠지만 대부분의 농부는 소에게나 닭에게나 돼지에게나 똑같이 일년생곡물을 먹인다. 이것은 소만의 장점을 박탈하는 무지한 행위다. (364)
앞에서 살펴본 영속농업의 개념 중 하나는 어떤 땅에다가 무슨 일을 하려거든 1~2년 동안 먼저 충분히 그곳을 살피고 연구하라는 것이었다. 그 땅을 일주일에 한 번,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걸어보라. 차를 타고 지나가 보라는 것이 아니다. 두 발로 걸으라는 거다. 그리고 당신이 본 것과 느낀 것을 공책에 기록하라. (367)
세계의 굶주림은 오직 식품의 지역 생산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해외 원조는 그 의도가 아무리 좋더라도 다 헛수고이다. (381)
셋째, 전문직 농업인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동일하다. 열정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이 농업인으로 들어가야 한다.
저자는 농업이 '생산'에만 집중하면 자연환경이나 가격 등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가공' '유통' '판매' 등으로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요즘 젊은 농업인들은 규모의 경제도 추구하면서 가공과 온라인 판매까지 확장하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는데 다각화의 좋은 사례로 보인다.
저자는 폴리페이스 농장을 운영하며 자신의 경험을 단순히 농업 자체만이 아니라 비즈니스 차원에서 열린 마음으로 관심 있는 사람들을 돕는다. 자신의 농장 운영 원칙도 소개하고 있다. 특히 4시간 이내의 거리만을 시장으로 본다는 부분과 이로 인해 <잡식동물의 딜레마>의 저자가 농장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이전에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읽고 동물 사육의 현실에 놀랐던 기억이다.
도심의 빈민가는 결코 외부에서 내부 방향으로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오직 내부에서 외부 방향으로만 치유될 수 있다. 지도자가 용기와 비전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며 야만적 문화를 거부할 때 혼돈에 질서가 잡히고, 희생자들의 동네에 비전이 생기고, 폭력 대신에 대화가 들어서게 된다. (382)
무수한 연구 결과와 정부 보고서가 이러한 엉터리 과학에 기초하고 있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것 같은 단편적 연구이며, 심지어 정책의 방향에 맞춘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정치인과 기업가 그리고 언론은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인용한다. (388)
내가 테리사와 결혼하였을 때 우리는 공식적인 빈곤계층 수입의 3분의 1만 가지고도 꽤 편안하게 살았다. 우리가 먹을 식품을 모두 스스로 기르고, 땔감을 구해 와서 때고, 옷은 중고 의류만 입었다. 우리는 오래된 부모님 농가의 다락을 불법으로 개축해서 살았다. 외식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텔레비전도 없었다. 텔레비전은 지금도 없다. 라디오에서 토요일 밤에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러면서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밭에서 화장지만 기를 수 있다면 정말 한 푼도 필요 없을 텐데."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가난한 사람보다 더 가난하였지만, 나는 우리가 웬만한 백만장자보다 더 행복하다고 확신한다. 이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390~391)
나는 전문직 농부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똑똑한 농부, 엘리트 농부 말이다. 전문직 농부가 생겨나려면 먼저 농부가 그러한 가능성이 존재함을 믿어야 한다. 미국 사회에는 농부를 불쌍하고 멍청하게 보는 분위기가 있다.(417)
그래서 나는 탄소배출권거래제CERs에도 반대한다. 환경오염의 면죄부를 파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 제도라면 국고에 충분한 돈만 넣으면 얼마든지 악마처럼 살고도 즉각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428)
백발이 성성한 정년퇴직자들이 농장을 구입하여 새롭게 농사를 시작하는 이유도 나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그들은 원래 농사를 짓고 싶었지만 그것으로 먹고살 수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답답한 사무실에서 자신의 모든 정력을 소비하였다. 다른 누군가를 위해 일하는 것에 지쳐버린 그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손으로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기르고 싶어 한다. (435~436)
728x90
나는 들판에서 무언가를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이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 왜 그들은 햇볕도 잘 들지 않는 사무실에 갇혀서 삶을 탕진해야 하는가. 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싶은 자신의 열망을 억압해야만 하는가. 욕망을 풀어주어라. 우리에게는 수천수만 명의 농부가 더 필요하다. (454)
아이들이 반드시 마당에서 뛰어놀아야 하는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고 놀아야 한다. 상처가 나고 살이 찢기고 물집이 잡혀야 한다. 이것은 면역체계를 훈련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미생물 세계와 관계를 맺는 길이기도 하다. 항균제 남용은 절대로 좋은 게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나쁜 세균에 취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460)
의자의 나머지 세 다리가 '가공'과 '판매', 그리고 '유통'이다. 식품 경제의 덜 취약한 이들 영역에서 다각적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은 자연의 변덕으로부터 상당 부분 보호되며, 따라서 농장 운영도 훨씬 안정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농부는 가공업자나 유통업자나 마케터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472)
지역 농장 직거래 마케팅 사업의 여섯 가지 구성 요소는 생산, 가공, 회계, 판매, 유통, 소비자이다.(483)
시장의 한도를 정한 이러한 접근 방식이 비즈니스에 훌륭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 극적인 일화가 있었다. 바로 마이클 폴란이 우리 농장을 방문한 사건이었다. 나는 멀리 사는 그에게 티본스테이크 소고기 보내기를 거부한 적이 있다. 이러한 나의 신념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 그는 우리 농장을 방문하여 <잡식동물의 딜레마>를 쓴 것이다.(495)
내가 상여금과 성과급을 아주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나는 아이들에게도 용돈을 안 준다. 놀면서 돈을 받는 사람은 있을 수 없다.(496)
독서습관496_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_조엘 셀러틴_2012_알에이치코리아(211214)
728x90
반응형
'독서습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498]스스로 말하게 하라_70년 80년대 노동자 철거민 등 민중교육론에 관한 성찰 (0) | 2021.12.19 |
---|---|
독서습관497-①_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_팩트풀니스_한스 로슬링_2019_김영사(211216) (0) | 2021.12.16 |
[496]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①_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농업을 하는 폴리페이스 농장 (0) | 2021.12.13 |
독서습관495_나와 가족의 생각이 담긴 집이 필요_작은 집 큰 생각_임형남&노은주_2011_교보문고(211212) (0) | 2021.12.12 |
[494]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_유럽에서 초밥 사업으로 기적을 이룬 사람 (0) | 2021.12.1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