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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96]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①_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농업을 하는 폴리페이스 농장

by bandiburi 2021. 12. 13.

다른 책을 통해 소개받은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The Sheer Ecstasy of Being a Lunatic Farmer>을 읽었다. 저자 조엘 샐러틴이 농부로서 자신의 삶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고 있는지 독자에게 활자로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이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주변 농부들에게는 괴짜라고 불리는 저자다. 그가 주장하는 농법은 전통적이면서 과학적이다. 하지만 대형 육가공 회사나 농자재 회사를 위해 대량 사육이나 농약 사용을 싫어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농업인들은 가축을 대량으로 집단 사육하며 항생제등 약물을 대량으로 투입하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토양은 이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냥 흙이 아니다. 작년에 우리 농장에서 많은 양의 토양이 유실되었다는 생각만으로도 나는 잠을 잘 수 없었다. 도시 사람들이 돈을 아낀다면 나는 흙을 아낀다. 나는 토양을 오용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눈뜨고 볼 수 없다. (27)
아버지는 이 연약한 경사면에 쟁기질을 해서는 안 되며, 다년생목초가 자라도록 해야지만 토양이 튼튼해지고, 더 나아가 토지를 치유할 수도 있음을 알고 계셨다. 가축을 풀어 키우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는 사실도 알고 계셨다. (29)
여기에서 용감하게 벗어나는 농부만이 추가 생산과 추가 수익과 더 비옥하고 보습력 있는 토지와 더 나은 건강과 더 많은 여가시간과 더 큰 행복을 얻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괴짜 농부의 진짜 기쁨이다.(61)

 

대한민국 농업의 현실도 미국과 다르지 않다. 농산물의 가격은 천천히 상승하는 반면에 땅값과 농자재, 연료값은 빠르게 오른다. 대다수 농민이 제초를 농약으로 한다. 살충제와 살균제를 통해 병해충을 예방한다. 그러는 사이에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미생물들도 동시에 사라진다. 결국 죽은 토양에서 곡물을 생산하기 위해 비료를 투입해야 한다. 저자가 말했듯이 일반적인 고비용 농법을 적용하면 비료, 농약, 농기계, 기름 등에 많은 비용이 든다.

 

하지만 조엘과 같이 주변 환경에 맞게 소, 돼지, 닭을 순환시키면서 이용하면 농자재를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버지니아 햄이 유명해진 이유는 버지니아 사람들이 유달리 햄을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돼지가 버지니아를 좋아해서도 아니었다. 바로 햄 염지에 적합한 지역의 특별한 기후 조건 때문이었다. (64)

 

요즘 소 사육장 옆을 지나가다 보면 배설물과 썩은 닭 사체로 만든 사료를 먹고 있는 소 떼를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것을 사일리지 및 약간의 당밀과 섞어서 먹인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는 농장주들이 오히려 나를 보고 미쳤다며 괴짜라고 한다. (69)

 

강연자들은 모두 자신의 지역사회가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고 하였다. 감사한 일이다. 정작 문제는 서방, 특히 미국의 값싼 원조 곡물이 지역사회에 대량으로 흘러들어오면서 토착 식품 경제에 큰 혼란을 주는 거라고 했다. 원조 식량은 의존적 정신상태를 만들뿐더러 많은 수의 지역 상품 local food 생산자와 상인이 이 때문에 설 자리를 잃었다고 성토했다. (81)

 

저자가 건초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설명한 것이 좋은 사례였다. 소를 사육하기 위해 주변 농부들은 방목을 하기보다는 건초를 사서 공급한다. 더 많은 건초가 필요하고 건초를 보관하고 이송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넓은 목초지를 순환적으로 사용한다.

풀이 일정한 기간 동안 성장할 시간을 주고 소를 이동시키며 전기울타리 안에서 머무르게 한다. 건초가 필요 없고 소의 이동이나 건초의 운반이 필요 없이 소들이 건강하게 풀을 먹는다.
또한 이동식 닭장을 이용해 토지의 벌레를 제거하고 땅을 파헤치는 역할도 맡긴다. 돼지를 이용해 소들이 겨울 내내 있었던 자리를 파헤치도록 해서 퇴비를 만드는 데 활용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그들이 우리 농장을 둘러보고 나서 한 말은 이랬다. "해외 원조 송금이 우리 은행에 도착하던 그날 모든 호텔은 이런저런 미국 회사에서 파견한 영업사원들로 넘쳐났습니다. 농기계 회사, 농약과 비료 회사, 종자 회사 등이었습니다. 우리가 받은 돈이 고스란히 그들 주머니로 갔습니다.

그런데 결국 우리는 필요하지도 않은 것, 우리가 고칠 수도 없던 것, 연료값조차 댈 수 없던 것을 사느라고 돈을 탕진한 겁니다. 만약에 우리가 그때 먼 미국에서 하는 농업이 어떤 건지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우리는 차라리 관개 시설과 울타리를 보수하고 방목 목장을 만드는 데 돈을 썼을 겁니다. 그랬다면 지금쯤 우리 국민은 배불리 먹고도 남아 수출을 했겠죠."(벨라루스 농무부 장관, 82)

 

미국 인구 조사국의 통계에서 농민이 칸 하나도 따로 차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사람들은 당황해야 옳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조차 드물다. 오히려 반대로 미국인들은 이처럼 소수의 농부가 충분한 식량을 생산해서 수출까지 한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것 같다.(167)

 

파스퇴르의 배종설과 베샹의 생체환경론을 대비해서 설명한 부분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다. 우리는 파스퇴르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지만 베샹이란 인물은 생소하다. 하지만 저자가 실제 가축을 키우며 접했던 세 가지 전염병 사례와 그가 대응했던 결과를 설명하며 파스퇴르의 배종설보다는 베샹의 생체환경론이 옳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일반 축산업자들은 대부분 배종설의 입장이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집단으로 항생제 등을 처방한다. 하지만 생체환경론은 개체마다 면역력이 다르고 면역력이 저하된 개체가 병이 들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축이 살기에 건강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환기, 햇빛 등이다.

 

똑같은 어긋남이 농기계 값과 연료비, 보험료 등 농부들이 부담해야 하는 다른 모든 것에서도 나타났다. 그런데 보험료나 세금 액수를 산정할 때 근거가 되는 부동산 가격은 종이 위에 적힌 숫자에 불과하다. 농사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이다. (169)

 

환경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것보다 더 좋은 환경보호 방법은 공장식 축사에서 나온 식재료나 공장에서 찍어낸 가공식품을 장바구니에서 빼는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식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좋은 농부를 후원하고, 나아가 농지를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토지 보존 구역보다 이게 백배는 더 효과적이다. (174)

 

개인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은 생체환경론에 가깝다. 약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도 모처럼 가족간에 회를 먹고 탈이 났는데 금식이나 소식을 하며 회복을 기다렸다. 물론 심할 경우에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먹는 음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 채식을 위주로 하며 덜 가공된 음식을 우선하려 한다.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주말에 가족들과 먹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자제한다. 파스퇴르가 말년에는 베샹이 옳았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제대로 읽기도 힘든 식품첨가물을 먹는 것 역시 정상은 아니다. 가정집 부엌에서 만들 수 없는 것을 먹는다면 무엇이라도 정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슈퍼마켓에 가서 19세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식품을 모조리 없앤다면 청과물과 고기, 생선, 유제품, 빵 등의 신선 식품 코너만 제외하고 모든 선반이 텅텅 빌 것이다. (182)

 

사람들은 종종 나에게 가공식품을 줄일 수 있는 조언을 부탁하곤 한다. 나의 대답은 언제나 하나이다. "가공식품 구입을 멈추고 집에서 음식을 요리해서 가족과 함께 드세요. 식사 중에 텔레비전을 끄고 대화를 하십시오."주거지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유효한 조언이다. (189)

 

 

하소연쟁이와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사람을 딱히 비난하려는 의도는 없지만, 이들은 자기개발 연사의 강연을 좀 들어야 한다고 본다. 인생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불평불만만 하는 사람은 절대로 승리할 수 없다. 더 열심히 뛰고 잠을 덜 자는 자에게 월계관은 돌아간다. 강한 목표의식은 현실의 삶을 달라지게 한다. (196~197)

 

이 책을 읽으며 돈에 구속되지 않는 여유가 있다면 조엘과 같은 농업을 시작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이 책은 독자를 설득하는 힘이 있다. 그의 진솔한 문장에는 모두가 자연과 가축과 식물이 모두 조화를 이루며 사는 숲향기가 나는 농장을 가보고 싶은 생각으로 이끈다.

 

생물과 무생물은 다르다는 것. 살아있는 생명체는 기계가 아니다. 서양의 문화는 생명 현상을 물리 화학적으로 모두 설명된다는 그리스-로마의 환원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전체보다 부분에 집중하는, 우리보다 개인이 중심인, 그러니까 내가 가장 중요한, 그러면서도 고도로 체계화된 사고방식이다. 이것이 근현대 세계 역사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했던 것도 사실이다. (209~210)

 

내가 과학보다 철학이 먼저 가야만 한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과학에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철학이 수반되지 않는 과학은 커다란 문제를 만들기 쉽다고 말하는 것이다. 과학은 심지어 가장 근본적인 질문조차 묻기를 거부한다. 왜냐하면 과학은 긴 시간의 기다림에는 흥미가 없고 오로지 지금 당장의, 실행가능성만을 쫓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견지에서 허락되는 유일한 질문으니 '될 수 있느냐?'이다. '그래야 하느냐'가 아니라 '할 수 있느냐?'이다. 이것이 기술자와 선지자의 차이다. 기술자는 그것이 잘못된 일인지는 결코 묻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230)

 

겨울이 되면 우리는 암닭을 비닐하우스로 옮겨 놓는다. 에그모빌은 봄과, 여름, 가을에만 운용한다. 에그모빌을 이용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계절에 맞춰 달들에게 적절한 거처를 찾아줄 수 있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 양계장으로 닭들을 보낸다. 비닐하우스 양계장은 저비용 고효율의 집이다. (248)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자며 미생물학자인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미생물이 많은 질병의 원인이라는 배종설 germ theory을 발전시켰다. (중략) 바깥세상의 나쁜 놈들이 착한 이들을 해치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으니,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나쁜 놈들을 모두 박멸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앙뚜앙느 베샹Antoine Bechmp은 잘 모른다. 그는 파스퇴르와 동시대에 경쟁하던 생물학자이자 화학자였다. 그는 파스퇴르의 견해에 반대하였다. 바깥세상에 나쁜 놈들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였지만 이들은 오직 면역 체계가 뚫릴 때에만 희생자의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하였다. 바로 생체환경론terrain theory이다. 베샹은 질병은 모두 생체환경과 관련되어있다고 주장하였다. (269~270)

 

왜 우리 닭들이 마레크병에 걸렸는가이다. 문제가 일어난 원인이 바로 과밀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사육환경에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닭들의 생체환경을 좋게 지켜주지 못했고, 따라서 전적으로 우리의 책임이었다. (273)

 

가축과 작물은 적절한 시간에 무대에 올라서 자신의 부분을 자연의 선율에 맞춰 연기하고 다음 출연자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 퇴장한다. 여기 폴리페이스 농장에서는 매일 매일 자연의 공연이 열린다. 가축은 매일 다른 장소를 오간다. 병균은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공격할 여유가 없다. 병원균이 적응할 만하면 배경이 바뀌고, 또 적응할 만하면 배우가 바뀐다. 결과는 항상 병원균의 패배로 끝난다. 그들은 항상 혼란스럽고 방향을 잃는다. (287~288)

 

두꺼운 깔짚은 가축의 발굽과 발톱, 발가락을 위해서도 좋다. 겨울에는 온기를 유지한다. 깔짚은 또 병원균과 싸우는 선충류가 번식할 수 있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이것도 두터운 깔짚의 중요한 장점이다.

다른 모든 것, 그러니까 탄소순환, 토양 비옥화, 태양 에너지의 유기물 전환, 분뇨 기저귀의 역할 등도 모두 중요하지만. 다른 농부들은 병원균의 공포에 노심초사하는 동안에 우리는 단지 축사 바닥에 탄소를 품은 깔짚을 깔고 가축을 옮기고 행복해하는 그들의 표정을 본다. (293)

 

면역성은 스트레스와 반비례한다. 비록 비과학적이지만 내가 경험에 근거해서 고안해낸 스트레스 공식은 이렇다. '집단의 규모 × 밀도 × 시간 = 스트레스'. 생각해보자. (중략) 이 원리를 집단가축사육시설에 적용해보자. 이곳의 동물은 고밀도의 환경에서 평생을 사는데, 그 집단의 크기도 믿지 못할 정도로 대규모이다. 자연에서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301)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일단 한 번 와보라는 것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와서 봐라. 그리고 나는 누구나 자신이 먹는 식료품이 생산되는 농장을 한 번쯤은 방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곳이 올바른 곳인지 아닌지는 당신의 감각기관이 가장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자신의 눈과 코를 믿어라. (307)

https://bandiburi-life.tistory.com/1267

 

독서습관496-②_자연 친화적인 소박한 삶과 사람과 가축이 행복한 농업_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_

후반부에서는 농업 비즈니스에 대한 저자의 신념과 실천에 대한 부분, 그리고 미국의 농업 현실이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세 가지로 느낀 점을 정리해 본다. 첫째, 저

bandiburi-life.tistory.com

 


독서습관496_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_조엘 샐러틴_2012_알에이치코리아(211213)




■ 저자 : 조엘 샐러틴


지구에서 가장 유명한 농부, 폴리페이스 농장Polyface farm 2대 주인, 농업 전문 베스트셀러 작가, 인정받는 농장경영 강연자이자 자칭 토지치유전문가이며 농촌 풍광 디자이너다.

1957년 회계사이자 농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밥존스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후 <뉴스리더> 등의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스물네 살 때 전업 농부가 되어 가족 농장인 폴리페이스 농장을 본격적으로 이어받았다.

그는 소가 들판에서 풀을 뜯게 하고, 닭이 그 뒤를 따라가며 벌레를 잡아먹게 하고, 돼지가 흥겹게 땅에 몸을 비비며 풀숲에서 뿌리와 열매를 찾아 먹게 한다. 유기농법처럼 작물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가축들에게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놓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토양을 보살피고, 야생초의 힘을 활용하는 풀 농법을 기본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풀 농법은 태양 에너지로 풀이 자라나고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 순환의 궤적을 따르는 농사법이다. 조엘은 가축을 타고난 본성에 맞춰 대우해주는 것, 건강하고 입을 즐겁게 하는 식품을 생산하는 것을 농부인 자신의 천분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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