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블랜더 거실
독서습관

[461]원더랜드_재미와 놀이가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을까

by bandiburi 2021. 10. 23.

우리 주변에서 당연하게 간주되는 것들이 애초에 탄생했을 때는 누군가의 놀이와 호기심으로 시작되었다는 내용으로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및 공공장소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중심으로 재미있게 기록한 책이다. 

 

인간의 혁신을 겹겹이 둘러싼 동기들, 즉 기술 발명 욕구, 이윤 추구 욕구, 정복욕, 지위 추구 욕구라는 동기들을 한 꺼풀씩 벗겨내 보면, 간혹 가장 깊숙한 곳에서 뜻밖의 동기가 발견되곤 한다. 바로 새로운 경험을 통해 얻는 희열이다. 티리언 퍼플의 사례를 보자. 자연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혼합색. 그 야릇한 색감이 망막에 있는, 붉은색에 반응하는 원추체와 파란색에 반응하는 원추체에 입력되는 경험이다. (48페이지)

 

신전과 성당. 그때부터 봉마르쉐는 흔히 종교적인 상징물에 비유되었다. 이 화려한 백화점이 방향감각을 잃게 만드는 효과를 가장 잘 간파한 사람은 에밀 졸라(Emile Zola)였다. 그의 1883년 작 소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에는 부시코를 암시하는 옥타브 무레(Octave Mouret)라는 인물이 만든, 봉마르쉐에 준하는 백화점 이야기가 등장한다. 졸라는 유명한 다음 구절에서 백화점과 교회가 제로섬 관계임을 암시하고 있다. (79)

 

 

체스 게임의 시작이 어떻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의 인공지능의 발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한다. '공'이라는 것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명확하진 않지만 우연히 메조 아메리카인들이 고무로 만든 공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접한 시점이라고 본다. 또한 흑인과 백인의 차별이 엄격했던 시기에 흑백이 함께 출입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술집의 시작은 비극이었다. 

 

새로움을 탐험하고 경험을 확장하려는 욕구야말로, 순수한 쾌락과 생존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쾌락을 구분하는 요소다. 유희를 즐기려는 마음가짐이 되어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마음을 열고 새로운 경이를 맞이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절실히 필요한 욕구 충족에 집중하게 만든다. (119)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방직과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탄생시킨 발판을 마련했듯이 말이다. 인간은 새로운 소리를 찾다가 새로운 도구를 발명했고, 이 도구들의 쓰임새를 새로이 찾아내게 되었다. (137)

 

바닐라 콩을 발효해서 사용하던 것에서 오늘날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바닐라향이 나는 것들의 진화도 재미있었다. 도입부에서 면이 유럽에 도입되면서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설명한다. 거친 모를 사용하던 사회에 부드러운 면이 보급되면서 목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 결국은 돈과 연결되어 사람들은 이를 추구한다. 

 

멕시코 만에 인접한 베라크루스(Veracruz) 지역의 열대우림에는 옅은 노란색 꽃을 피우는 덩굴식물이 자란다. 엄밀히 말해서 이 덩굴식물은 난초과에 속하지만, 2만 5천 종류의 난초 가운데 유일하게 씨앗을 생산하다. 바로 바닐라 콩이다. 가루받이를 하고 나면 이 식물의 씨방에는 가늘고 긴 열매가 열리는데, 이 열매 속에 까만 씨앗이 가득 들어 있다. 수천 년 전 베라크루스 지역에 사는 토토낙(Totonac) 족이 열매를 건조 발효하는 방법을 발견했다. 애간장을 태울 만큼 향긋한 이 열매는 결국 전 세계 아이스크림 가게와 생일 파티를 그 향기로 가득 채우게 된다. (192)

 

유럽인들이 향신료에 대해 지니고 있던 생각은 완전히 틀린 것으로 밝혀졌다. 향신료는 흑사병 예방에 아무 효험이 없었다. 애초에 흑사병이 유럽에 퍼진 이유가 바로 향신료 때문이었다. (210)

 

 

유명 여배우가 주파수 변조기술의 발단이 되었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독특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맛에 대한 부분에서 향신료를 찾아 새로운 항로가 개척된다. 하지만 역으로 향신료를 싣고 오는 배를 통해 쥐와 벼룩이 전해져 흑사병의 원인이 된다. 그전에는 향신료가 흑사병에 효험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인간을 인간이게 만드는 것은 인간을 규정하는 경계를 확장하는 능력이다. 새로운 체험, 새로운 욕망, 새로운 맛을 향한 탐험의 욕구가 그러한 경계를 확장하는 원동력인 경우가 많다. 이를 사는 맛이라고 해도 좋을 듯싶다. (219)

 

'고전에 심취한 친구'의 제안에 따라 바커는 '전방위적인 풍경'이라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표현을 따, 자신이 발명한 기법의 이름을 지었다. 바로 파노라마(Panorama)였다. (241~242)

 

이 외에도 쇼핑몰의 시작과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뼈로 만든 피리를 남긴 고대인들이 등장한다. 의식주에 생존을 걸어야 했던 고대인들이 동물의 뼈로 피리를 만들어서 뭔가를 연주 혹은 소리를 즐겼다는 것은 기존 상식을 넘어선다. 그들도 의식주 외의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모노폴리>라는 게임 자체와 그 기원에 대한 뒷이야기 모두, 리지 메기가 <지주 게임>을 만들 때 품었던 진보적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되었다. 탐욕으로 변질된 자본주의에 대한 교훈이 기업가정신에 대한 찬양으로 뒤바뀌고, 여러 사람이 합심해 만들어낸 게임 규칙들이 천재 한 사람의 작품으로 재구성되었다. (297)

 

선술집은 사회적 관계의 경계를 넓히고 실험적인 삶을 촉진하는 반골 기질에 자양분을 제공했다. (인류 문명이 동트던 시기 어느 시점엔가) 최초로 술집 간판을 내걸고 돈 받고 술을 판 사람은, 자신의 이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결국 세계 전역에서 정치적, 성적 혁명을 일으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본래 놀이와 여가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뜻밖에도 위험하고 신선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온상이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365)

 

 

이 책을 통해 저자가 가진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이런 식으로 여러 분야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한 결과를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제목인 <원더랜드>와 같이 세상은 경이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시작은 누군가의 놀이나 호기심으로부터 출발했다. 아직도 혁신의 씨앗들은 도처에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1712년에 쓴 기행문에 존 매키(John Macky)는, "커피 하우스에 가면 청색과 녹색 리본과 별들(영국 사회의 최상류층을 상징하는 문장)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자신의 지위와 계급과 품격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라고 기록했다. 커피 하우스에 내재된 민주주의적인 특성은 그 자체로도 업적이라 할 만하고, 또 다음 세기에 정치적인 민주화를 달성하는 데 제 몫을 했다. (384)

 

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온갖 집단들이 평화롭게 어울리는 사회적 공간이란, 거의 전례가 없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런 공간을 당연히 여기고, 미래를 내다보는 이런 공간을 창조하는 데 기여한 선각자들에게 경의를 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은 오늘날 흔히 인류의 진보를 상징한다고 여기는 마천루나 휴대전화나 인공위성 못지않게, 인류가 이룬 혁혁한 성과다. (408)

독서습관 461_원더랜드_스티븐 존슨_2017_한국경제신문(211021)


■ 저자 : 스티븐 존슨 Steven Johnson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 저술가. 브라운대학교에서 기호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활발한 저술 활동을 바탕으로 저널리즘스쿨계의 명문 컬럼비아대학교와 뉴욕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활동했으며 그의 저서는 모두 온 오프라인 매체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이머전스>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대표작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는 아마존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800-CEO-Read가 선정한 '최고의 비즈니스 도서',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뽑히기도 했다. 또한 위대한 아이디어의 힘과 유산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는 동일한 주제로 공동제작하고 출연한 PBS 시리즈로 에미(Emmy)상을 수상했다. 

<원더랜드>에서 스티븐 존슨은 놀이와 유희의 위력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대중오락에 숨은 놀라운 역사를 밝혀낸다. 인간이 자기 자신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혼신을 다하는 사례마다 우리는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을 발견할 수 있다. 미래에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고 싶은 사람은 인간이 노는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장 신바람 나게 노는 곳에서 미래는 탄생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