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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22]육식의 종말_인류 육식문화에 대한 통찰과 경고

by bandiburi 2021. 8. 7.

육식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에 대해 이해하면서 채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음식 문화 속에서 채식은 무척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회사 식당을 포함한 집이 아닌 외부 식당에서 음식 메뉴의 대부분이 고기와 계란이 포함되어 있다. 채식주의를 고집한다면 결국 도시락이 정답인데 번거로운 점이 있다. 그래도 육식에 비해 조리가 간단한 것이 많고 생채소로 먹을 수도 있어 간소하게 준비할 수 있다.

이 책 <육식의 종말>은 인류에게 있어 소란 어떤 존재로 변화해 왔는지에 대한 역사, 문화, 의료, 환경 등을 총합해서 정리한 책이다. 저자의 탁월한 지식과 통찰력에 감탄하게 된다. 이전에 읽었던 건강 관련 책들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읽는 소설이었다면 이 책은 그보다는 광범위하고 깊이도 있는 책이다. 그래서 무거울 수도 있다. 

힌두교는 소를 숭배하는 종교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원전 600년 경 아리안족 군주들과 브라만 사제들은 쇠고기를 즐겼고 주민들에게도 넉넉히 나누어줬다고 한다. 인구가 늘면서 지역민들에게 충분한 공급을 하기 어렵게 되자 통치에 위기가 초래되어, 제식을 쇠고기 대신 우유로 대체하고, 나아가 소를 숭배하는 의식까지 만들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또한 유럽인들 특히 영국인들이 쇠고기를 좋아해서 쇠고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목초지를 이용했고 나아가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확장했다는 사실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미국의 목초지들이 유럽향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활용되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토착 동식물의 생태계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영국인들이 지방이 있는 쇠고기를 원하게 되면서 소에게 곡물을 먹이기 시작했다. 그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아마존의 거대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고 아프리카의 녹지대들이 사막화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시각을 글로벌로 확장시켜준다. 

쇠고기를 먹는 문화가 북반구의 선진국 국민들에게는 비만과 질병 발생을 높이고 있는 반면 남반구의 국민들은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인류를 위한 곡물 생산이 아니라 사료를 위한 생산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다. 또한 소의 수가 늘어나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를 가속화시킨다는 부분은 많은 단편적인 지식들을 연결하게 도와주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우리가 육식의 종말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릴 때에 인간에 의해 황폐해지고 파괴된 지구 상의 모든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이 조성되고 그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쇠고기를 먹는 문화와 위기에 처한 지구의 모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최단 시간에 최적의 무게를 얻기 위해 비육장 관리자들은 성장 촉진 호르몬과 사료 첨가제 같은 약제들을 소들에게 투약한다. (18페이지)

 

이탈리아인들은 소의 땅을 뜻하는 '이탈리아 Italia'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가져왔다. 이탈리아 반도의 사람들이 로마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을 때 그들은 소 숭배 의식을 치르며 전투에 임했다. 다른 곳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전쟁터에서 황소의 뿔을 썼다. 고고학자들은 이탈리아의 황소 신인 마르스(Mars)의 모습이 담긴 당시의 주화를 발견했다. 마르스는 '로마의 암 늑대를 뿔로 받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맹렬한 황소와 같은 전쟁의 신이었다.(30)

 

새로운 기독교 신봉자들은 미트라 황소 신을 어둠의 상징으로 새롭게 변형시켜 미트라교에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그래서 미트라 황소 신은 악마의 화신이 되었다. 447년 톨레도 공의회(The Council of Toledo)에서 교회는 최초로 악마에 대한 공식적인 묘사를 발표했다. (32)

 

농경 사회에서 소속감은 대지, 변화하는 계절, 탄생, 성장, 죽음, 재생의 연령 주기와 결부되어 있다. 하지만 쿠르칸족은 결코 장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대지는 획득하고 소유하고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다. 그것은 전략적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을 뿐, 신성하거나 본질적인 가치는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38)

 

소의 적절한 이용에 대한 사제들과 전사들 간의 불화에는 서구 역사에서 끊임없이 지속된 성직자들과 세속인들 간의 오랜 반목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다. 사제들은 은혜와 선물 제공이라는 과거의 개념을 고집했으며 자신들의 건강, 부, 행복을 신의 선물로 생각했다. (중략) 한편 전사들은 점점 대담해졌다. 소는 그들의 권력에 대한 상징이었으며, 그들의 자본이 되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최초의 자본가가 된 것이다. (42)

 

자신들의 역사와 종교적 신조를 개작하면서 힌두교도들은 신들이 실제로 고기를 먹는 것이 아니며, <리그베다 Rig Veda> 같은 경전에 묘사되어 있는 것처럼 제식을 치를 때의 고기 섭취는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힌두교 제식에서는 우유가 고기를 대신하여 과거 고기를 섭취했던 브라만 계급의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되었다. 나아가 힌두교도들은 불교도들조차 시도하지 않았던 소 숭배 의식까지 부추겼다. (46~47)

 

'육식 취향의 유럽'은 부패한 고기의 역겨운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오랫동안 동양의 향신료에 의존했다. 가령 후추, 생강, 정향, 육두구 같은 향신료들이 '초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고기에 첨가되었다. (53)

 

콜럼버스는 신세계에 소를 들여놓은 최초의 인물이었다. 1494년 1월 2일, 탐험가는 두 번째 아메리카 항해 도중 아이티의 캡아이티언 근처에 닻을 내렸다. 그는 '24마리의 종마와 10마리의 어미 말, 그리고 정확한 숫자가 파악되지 않는 소들'을 하역했다. (55)

당시 유럽인들은 '신선한' 쇠고기를 먹지 못해 안달이었다. 그곳 목초지는 이미 오래 전에 과잉 방목되었거나 아니면 굶주린 산업 노동자들과 도시빈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곡물 농경지로 전환되었다. 1878년 드디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등장했다. 최초의 냉동 증기선 '프리드고리피쿠에Fridgofirique'가 신선한 쇠고기를 포장하여 아르헨티나를 떠나 프랑스의 르 아브르 항으로 처녀항해를 떠났던 것이다. (63)

 

19세기 초 지방이 적은 쇠고기에서 지방이 많은 쇠고기로 영국인들의 기호가 바뀌지 않았다면, 전 세계 대부분의 곡물이 인간을 위한 생산에서 동물을 위한 생산으로 옮겨가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73)

 

19세기 말 영국의 자국 시장은 지방이 많은 쇠고기에 굶주려 있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미 한계에 다다른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목초지만으로는 영국 신흥 산업 도시들에서 날로 증가하는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육식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영국 은행업자들과 사업가들은 신선한 목초지를 찾아 다른 영토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내 북아메리카 서부 평원의 광활한 초원 얘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1870년대 초에는 미시시피 강 서부의 광대한 평원이 소 사육을 위한 목초지로 이상적이라는 소문이 런던 재정가들 사이에서 나돌기 시작했다. (79)

 

1880년대 초 백인의 '인디언 양식' 제거 작전은 뜻밖에 놀라운 성공을 거두었다. 더욱이 평원에 남겨진 거대한 들소의 뼈까지 운반되자, 과거 그들의 존재는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카우보이의 보호를 받으며 초원을 따라 풀을 뜯는 소는 스페인산 롱혼과 영국산 숏혼뿐이다. (99~100)

 

수천 년 동안 인디언 부족들은 북아메리카 대평원의 버펄로들과 공생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음식, 의복, 주거에 꼭 필요한 만큼만 버펄로를 사냥했다. 소가 여러 유럽 문화에서 생존 수단이었던 것처럼 버펄로는 인디언들의 생존을 위한 버팀목이었다.(101)

 

지방이 많은 쇠고기 부위를 선호하는 유별난 영국인의 취향은 꾸준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농업 역사상 유래 없는 새로운 상업적 관계로 자리 잡게 되었다. 1900년 이후로는 점점 더 많은 소가 옥수수에 의존하게 되면서 곡물 가격의 변동이 쇠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으며, 거꾸로 연간 소 생산과 쇠고기 수요의 변화도 곡물 가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119)

 

나아가 오늘날 광대한 서부 방목지의 축산업자들과 축산 회사들이 수백만 에이커의 공유지를 마음대로 이용하고 있으며, 그들이 사실상 미국인 납세자들의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미국인들은 더욱 드물다. 요컨대 강한 자립심의 상징인 서부 목축업자들, 문명의 서부 확장을 위해 트레일을 개척했던 용맹한 개척자들의 이미지는 축산 실업가들이 스스로 조장한 것이며 싸구려 잡화점의 소설과 서부 영화에서나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는 한낱 전설에 불과한 것이다. (134)

 

미국인들은 날마다 쇠고기와 낙농 제품을 소비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 중 일부는 BLV와 암소 AIDS에 감염된 소들이 원료가 되기도 하는데, 그에 따른 안전성에 대한 보증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174)

 

동시에 중앙 및 남아메리카의 여러 국가들은 점점 더 많은 경작지를 콩과 사탕수수 및 다른 사료 작물을 재배하는 데 할애하면서 그 대부분을 수출하고 있다. 사람들을 먹일 곡식을 생산하느냐, 가축을 먹일 사료를 생산하느냐의 기로에서 토지를 가진 귀족층과 도시의 권력층은 후자를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의 농민은 빈곤의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국가들의 농업생산 기반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180)

 

불행히도 소는 가축들 중에서 음식물의 에너지 전환이 가장 비효율적인 부류에 속한다. 소는 에너지 폭식자이며, 일부에서는 가축의 '캐딜락'으로 취급한다. 사육장의 소로부터 1파운드의 고기를 얻기 위해서는 약 9파운드의 사료가 소모되는데, 이것은 6파운드의 곡물 사료와 부산물 사료, 그리고 3파운드의 거친 사료로 구성된다. 이는 쇠고기 자체만을 생산하는 데 고작 사료의 11%만이 사용되고, 나머지는 신체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소모되거나 머리카락, 뼈 등과 같이 소화기능이 없는 신체 부위에 흡수되거나, 혹은 체외로 배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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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식량 곡물에서 사료 곡물로의 전환은 역전될 기미가 전혀 없는 채 여러 나라들에서 사료 곡물 생산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이런 전환이 인간에게 미친 결과는 1984년 날마다 수천 명이 기아로 목숨을 잃어 가던 에티오피아의 사례를 통해 극적으로 입증되었다. 바로 그 당시 에티오피아는 일부 경작지를 아마인 깻묵, 목화씨 깻묵, 평지씨 깻묵을 생산하는 데 할애했다는 사실을 대중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 작물들은 가축 사료로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에 수출할 목적이었다. (197~198)

 

역사적으로 단식은 모든 문화권에서 행해졌지만, 그것은 종종 정화의식과 신성한 영역에 관련된 것이었다. 사람들은 희생의 형태로서 고행을 하거나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단식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신이 아닌 자신을 위해, 단식이 아닌 다이어트를 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음식을 거부한다. 미국인들은 체중감량을 위해 연간 5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소비하고 있다. (202~203)

 

날씬함은 대부분의 미국인들과 부유한 유럽인들이 열망하는 표준이 되었지만, 실제로 세계의 부유한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살찐 사람들이었고, 현재에도 그들의 체형은 더욱 비대해지고 있다. 북반구의 사람들은 무려 6,000년 동안 쇠고기 소비라는 유산의 상속자였으며, 지난 세기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쇠고기를 소비했다. (205)

 

연구자들은 육류 소비가 증가하는 국가들에서 심장혈관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몇몇 경우에는 일상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 섭취가 15% 이하인 지역보다 50배나 높은 심장병 발생률을 보였다. 또 동물성 지방의 소비가 증가함에 따라 결장암 발생률도 상승했다. 이 전례 없는 연구를 지휘했던 코넬 대학의 콜린 캠벨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일단 사람들이 자신들의 식단에 육류 제품을 올리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불행이 시작되는 시점이다."(210)

 

부자들은 풍요의 질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반면 지구촌의 빈자들은 생존에 필요한 양식 부족으로 야위어가고 있다. 21세기 단백질 사다리로 인해 이 세상에서 자행되는 불공정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10억의 사람들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지방을 주체하지 못하는가 하면, 다른 10억의 사람들은 건강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조차 공급받지 못해 날로 수척해지고 있다. (213)

 

이것이 대부분 지구상의 남반구에 살고 있는 수백만 아이들의 공통된 운명이다. 그들의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삶은 풍요로운 북반구의 아이들과 사뭇 다르다. 우리는 그들의 곤경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으며, 심지어 그들의 몸부림에도 동정심을 갖지 않는다. 그들은 고통받는 인간이지만 우리는 우연히 뉴스 기사를 통해 잠깐 그들의 얼굴을 보게 될 뿐이다. 그들의 존재는 사회에서 소외되어 UN 통계와 보고서에만 일괄적으로 실려 있다. 우리의 일상과 관심사에서 비껴 난 어딘가에 잘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217)

 

예전에는 16만 평방 에이커의 열대우림이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를 뒤덮고 있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면적은 5만 평방 에이커에 불과하다. 그나마 그 대부분이 육우 사료용 목초지 건설을 위해 불태워지고 벌목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향후 20년 내로 남아 있는 열대우림이 모두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238)

 

유감스럽게도 전세계 단백질 사다리의 최상위에 위치한 부유한 육식 문화의 환경 비용은 쇠고기 그 자체의 가격으로 결코 고려되지 않는다. 대신에 토양 침식의 증가와 사막화의 확산은 미래 세대에 떠넘겨지는 환경적 '부채'의 형태로 축적되는, 생산의 2차 비용인 '외부적인 요소'로 분류되고 있다. (243)

 

다른 유럽의 식민지 세력들도 이와 유사한 시도에 동참하면서 아프리카 대륙 대부분의 지역은 자급자족 경제에서 시장 경제로 변화되었다. 유목 부족들은 물물교환에 의존하는 경제와 화폐에 의존하는 경제, 즉 전혀 다른 두 가지 경제 시스템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신세가 되었다. 부족민들은 더 이상 물물교환에만 매달려 살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은 여분의 소를 팔아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더욱더 많은 소를 키우려 했다. (257)

현대적인 축산 단지는 아프리카 대륙의 많은 지역을 훼손시키고 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생물, 무성한 식물, 울창한 삼림, 태고의 사바나로 가득했던 이 풍요로운 대륙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황폐화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과잉 목축으로 인해 토지는 침식되고 식물군과 동물군이 사라지고 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붕괴로 휘청거리고 있는데, 그런 소용돌이에서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다. (261)

 

아마존 삼림만 하더라도 그곳의 수목들에는 대략 75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저장되어 있다. 소 사육용 목초지 개발을 위해 나무들이 벌목되고 태워지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방출되는 셈이다. (270)

 

마지막으로 소는 강력한 온실효과 가스인 메탄을 방출한다. 이탄 습지, 논, 매립지에서도 메탄이 방출되긴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증가된 메탄 방출의 대부분은 소와 흰개미 수의 증가, 삼림과 초원의 방화에서 비롯되었다. 메탄 방출은 지구 온난화 현상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271)

 

곡물로 키운 소의 고기는 지구 환경을 불에 탄 삼림, 침식된 방목지, 황폐해진 경작지, 말라붙은 강이나 개울로 만들어버리고 수백만 톤의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을 허공에 배출시킨 그 결과물이다. (272)

 

생물권은 모든 산업 시대의 방탕한 소비를 낱낱이 기록해 놓은 일종의 거대한 부기 원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원장에는 현대적인 축산 단지가 두드러지게 등장하며, 소를 시장에 내놓는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무수히 많은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 분자들에 그 내용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276)

 

우리 존재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살육과 그에 상응하는 고갈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먹는 행위는 에로스(eros, 성적 충동)만큼이나 타나토스(thanatos, 죽음의 충동)와 관련이 있고, 생명만큼이나 죽음과 관련이 있다. (280)

 

베이컨은 인간이 이성적 기능을 사용하여 '신의 질서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그런 지식을 이용하여 '모든 대상들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제국의 영역을 확장시킬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베이컨은 과학적인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자연이 "천연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변모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베이컨의 열성에 공감한 계몽주의 사상가들은 일단 자연이 인간에게 알려지면 '인간의 삶을 위해 그것이 정복되고 관리되고 이용될 수 있다'는 확신에 토대를 두고서 자연의 유용한 많은 비결들을 파헤치는 데 자신들의 관심과 지성을 쏟아부었다. 창조된 질서 속에서 인간의 특권적 지위를 찬양하는 기독교 교리가 풍미했던 시대에서는 자연의 '이성적인' 정복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304)

 

데카르트는 자연을 기계적인 기준에서 설명함으로써 얻게 되는 실용주의적인 이익을 인정했다. 결국 다른 창조물들이 사실상 영혼 없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면, 인간들은 '동물들을 죽이면서 느끼게 되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305)

 

19세기에 독일 이주민들은 '햄버거'를 미국에 소개했다.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넣은 햄버거는 1892년 오하이오 카운티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또 다른 소식통에 의하면 1904년 세인트루이스 세계박람회에서 햄버거가 전국적인 관심을 얻게 되었다. 햄버거는 방문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단시간에 준비되고 걸어다니면서 먹을 수 있으며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단하고 빠르고 효율적이고 편리한 특성은 순식간에 20세기 미국인 생활의 상징이 되었다. (313)

 

해리슨이 지적한 것처럼 가장 값싼 쇠고기는 목초로 사육한 육우 쇠고기다. 목초로 기른 쇠고기는 지방이 적기 때문에 햄버거 고기용으로 갈아서 패티로 만들 경우 돼지고기처럼 석쇠에서 부스러지기 십상이다. 따라서 굳기를 유지하려면 쇠고기에 지방을 섞어야 했는데, 동물성이건 식물성이건 아무 지방이나 섞을 수 있었다. 하지만 USDA 규약 때문에 쇠고기 지방만 사용할 수 있었으며, 덕분에 쇠고기는 시장을 독점할 수 있었다. 이 단일한 규약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해리스는 "만약 햄버거를 쇠고기 지방이 섞인 돼지고기로 만들거나 아니면 돼지고기 지방이 섞인 쇠고기로 만든다면 혹은 다른 고기에 쇠고기 또는 쇠고기 지방을 섞은 것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모든 쇠고기 산업이 하루아침에 붕괴될지도 모른다"라고 주장한다. (318)

 

에릭 로스는 자신의 저서 <문화의 신화를 넘어서 Beyond the Myths of Culture>에서 미국 햄버거와 다른 나라들의 토지와 국민들을 착취하면서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전후에 쇠고기 소비가 증가한 것은 주로 햄버거의 대량 소비에서 기인했다. (중략) (319)

 

만약 햄버거와 패스트푸드 산업의 성공을 단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린다면 아마도 맥도널드 레스토랑 체인 창업주인 레이 크록이 첫손에 꼽힐 것이다. 크룩은 전후에 미국인의 식사습관을 혁명적으로 바꾸어놓은 인물이다. (321)

 

유대와 훗날 기독교는 동물 도살의 희생적인 측면을 없앴다. 그러자 인간은 더 이상 다른 동물의 생명을 앗아간 것에 속죄하거나 신에게 희생물을 바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동물 고기 섭취를 정당화하는 새로운 수단을 얻게 되었다. 신은 자신의 형상을 본떠 인간을 만들고 인간에게 다른 생명체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겼다. (334)

 

도살장의 숨겨진 내막을 들췄던 업튼 싱클레어의 이야기는 사실 오늘날에 더 들어맞는다. <정글>에서 젊은 노동자 유르기스는 도살장에 처음으로 도착했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말한다. "이곳은 마치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시야와 기억 저편에 묻혀버린 지하감옥 속의 끔찍한 죄의 소굴처럼 보인다. (337)

 

황소는 베이컨이 최초로 자연을 해체하고 변형시켰던 것과 동일한 방식에 의해 '타고난 속성을 잃어버리고 강제적으로 다른 형태를 갖게 되었다.' 소는 사지가 절단되고, 내장이 제거되고, 다시 개조되고, 평평하게 다져진다. 그리고는 급속 냉동되고, 운송되고, 차곡차곡 쌓이고, 석쇠에 구워지고, 최소한의 불편함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가지런하게 포장 가능한 크기로 다듬어진다. (339)

 

우리는 주변의 세계를 추상적인 수학적 방정식과 통계적 수치와 순익 창출을 위한 수행 기준으로 바꾸어놓으며 존재를 위한 유기적인 풍요를 쇠퇴시켰다. '차가운 악'은 이성적 조직 원리에 의해 이끌리는 제도와 개인에 의해 저질러지는데, 오직 시장의 힘과 실용주의적 목표만이 선택과 결정을 좌우할 뿐이다. 이런 세계에서 창조에 경의를 표하거나, 동료들을 존중하거나, 환경을 보호하거나, 미래 세대의 권리를 보호할 기회는 거의 없다. (343)

 

그것은 다시 말해 기술적으로 사고하고 운영되며 실용주의와 시장 효율성의 편협한 목적에 맞게 재구성된 상업적 자원에 모든 자연과 삶을 국한시키는 '차가운 악'에 대처하는 것이다. (344)

 

궁극적으로 육식의 종말이라는 역사적인 결정을 내리면 심해부터 성층권까지 지구 상의 모든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350)


독서습관422_육식의 종말_제레미 리프킨_2016_시공사(210807)


■ 저자: 제레미 리프킨 Jeremy Rifkin

자연과학과 인문과학을 넘나들며 자본주의 체제 및 인간의 생활방식, 현대 과학기술의 폐해 등을 날카롭게 비판해온 세계적인 행동주의 철학자이다. 
전 세계 지도층 인사들과 정부 관료들의 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과학 기술의 변화가 경제, 노동, 사회,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활발히 집필 작업을 해왔다. 
<온실위기재단> 및 <워싱턴 경제동향연구재단>의 이사장이며 지은 책으로 <소유의 종말> <노동의 종말> <엔트로피> <바이오테크 시대> <생명권 정치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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