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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11]도덕경제학_인센티브는 물질적 이해와 도덕감정을 모두 고려해야

by bandiburi 2021. 7. 10.

회사에서 매월 6분 정도의 짧은 동영상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다. 6월에 소개한 책이 <도덕 경제학>이다. '경제적 인센티브'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인센티브란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설계할 수 있을까 알 수 있는 책이라 생각했다. 

 

<도덕 경제학>이라는 제목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쉬운 책은 아니었다. 여러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저자가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책이기에 도표도 많이 나온다.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와 같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도 등장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얘기하고 싶은 줄기만 이해해도 성과라고 본다. 

 

일반인들이 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정부에서 정책을 입안할 때 사용하라고 만든 것 같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기에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물질적인 혜택을 주는 방법도 있지만 그와 함께 도덕적인 부분도 포함해야 좋은 정책이 된다. 회사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할 때도 충분히 도움이 되는 내용이다. 책에서는 '메커니즘'이라고 한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다 보면, 앨리스가 경제학자의 메시지를 가슴 깊이 새기는 장면이 나온다. 공작부인이 "오, 사랑이여! 이 사랑이야말로 세상이 돌아가도록 하는구나"라고 외쳤을 때, 앨리스는 혼잣말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기 일에만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누군가가 말했지"라고 했다. 

어떻게 자기 일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이 사랑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법질서를 고민할 때 벤담이나 흄, 스미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던진 고전적인 질문이었으며, 지금까지도 정책 당국자들이 떠받드는 성배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이때 문제는 사람들이 개인적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자기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절하게 고려하게끔 하는 법과 공공정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63페이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라 생각했는데, 책에서 인용된 부분을 보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사랑이 세상을 돌아가게 한다는 감상적인 문구는 현실 앞에서는 부서지고 만다. 어떻게 개개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타인과 잘 어우러지는 사회를 구현할 것인지 적합한 법과 공공정책을 만드는 것이 정책 당국자들의 고민인 것이다. 

 

하지만 도덕 감정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실을 관찰하거나 실험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인구 집단에서 이기적 개인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도덕적 동기와 타인을 고려하는 동기가 일반적이라는 점이 일관되게 나타난다. (84)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타적인 동기가 있다. 나고 자란 환경이 다르기에 상황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인류는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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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센티브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사실 자체가 체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 효과를 '몰아냄의 범주적 효과 categorical crowding out'라고 한다. 그리고 인센티브의 크기가 체험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 효과를 '몰아냄의 한계적 효과 marginal crowding out'라고 한다. 앞으로 보겠지만, 인센티브가 개인의 체험가치를 증가시키는 '끌어들임 효과'도 마찬가지로 범주적 효과와 한계적 효과로 구분할 수 있다. (105)

 

시장경제에서는 가격이 사람들 사이에 경제적 상호작용을 매개하고 조정한다. 가격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데 실패할 경우 이를 시장실패라고 부른다. 이때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는 시장실패를 교정하거나 완화하기 위해 최적의 조세나 벌금 또는 보조금을 설계하는 것을 자기 역할로 여긴다. (117)

 

장경제에서는 기본적으로 '가격'이 경제활동의 조정자 역할을 하며 사회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그러나 때로는 정부의 개입을 통해 조정돼야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지속적으로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부분이 우리나라 부동산에 대한 정책이 아닐까 싶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리 연구팀은 벌금제도가 인지 전환 perception shift을 야기해 더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반응을 하도록 유도한다고 결론 내렸다. (중략) 실험 참가자들에게 나타나는 인지 전환은 자극에 반응하는 꽤나 다른 두 방식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 하나는 정서적(본능적 혹은 감정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숙고적(인지적)인 것이다.(174)

 

이스라엘 하이파의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러 늦게 오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던 사례가 실패한 인센티브였다. 벌금을 통해 지각하지 않고 일찍 데려가기를 바랐는데 도리어 벌금을 내고 지각하는 비율이 급증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아테네 입법자들이 했다면 도덕적인 부분과 물질적인 부분을 고려해서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했을 것이다. 벌금제도가 부모들로 하여금 더욱 계산적으로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했다. 

 

인센티브는 우리가 비용-편익 계산을 하도록 부추긴다. 그에 따라 우리는 목표가 되는 행동을 할 만큼 인센티브가 충분한 동기가 되는지 결정한다. 이런 계산은 공감, 고통 기피, 두려움 같은 반응과 질적으로 다르다. (178)

 

허시먼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법과 제도를 대중에게 공표하는 주된 목적이 반사회적 행위에 낙인을 찍어 시민들의 가치와 행동 지침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244)

 

메커니즘이란 디자이너가 자원의 사용 방식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사람들에게 부과하는 일련의 규칙들을 말한다. 앞 장의 실험들에 사용된 벌금이나 보조금도 메커니즘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도구다. (250)

메커니즘 디자이너는 정책 당국자라고 볼 수 있다. 벌금이나 보조금과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다. 

 

집단적으로 아테네 폴리스는 유능한 메커니즘 디자이너였고, 물질적 인센티브와 도덕 감정이 단순히 분리될 수 있다는 생각을 비웃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공한 인센티브가 아테네인의 시민적 덕성을 몰아낼 수 있다는 생각에는 실소를 터뜨렸을 것이다. 배를 가장 먼저 준비한 책임자에게 그들이 약속한 '왕관'은 상이지 서비스에 대한 보수가 아니었다. (289)

 

인센티브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 때문에 사람들이 그 인센티브를 부과하는 사람을 싫어하게 될 때, 인센티브가 사람들에게 이기적인 동기를 용인하거나 심지어 장려한다는 프레임을 제공할 때, 혹은 인센티브가 그 대상의 자율성을 침해할 때 말이다. 앞으로 보겠지만, 문제는 인센티브 자체가 아니라 인센티브와 함께 전달되는 정보일 수 있다. (292)

 

하이파 어린이집에서 지각하는 부모들에게 벌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 어린이집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어렵겠지만 늦지 않게 아이들을 데려가세요. 그러면 긍정적인 인센티브를 주겠다.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아이들과 선생들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겠다. 부득이하게 늦을 경우 미리 사유를 알려주면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 등의 공감대가 있었다면 지각하는 부모들이 훨씬 감소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거래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투표하며 어떤 정책을 옹호할 때 어떤 것을 얻으려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한다. 다르게 표현하면, 우리의 행동 동기는 획득 동기에 맞춰져 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체성 동기에 맞춰져 있기도 하다. (294)

 

우리가 행동하는 동기에 대해 정확하게 잘 표현했다. 뭔가를 얻고자 하는 '획득 동기'와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여질 까에 대한 '정체성 동기'다. 우리나라는 과거 농촌인구가 많을 때는 '정체성 동기'가 강했지만 요즘은 '획득 동기'가 더욱 강해지고 있을 거라 생각된다. 

 

입법자는 재분배 정책뿐 아니라 기후변화 정책, 대외정책 등 큰 이슈가 되는 정책 모두와 관련해, 정치적 수사와 정책적 옹호에 관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이기심에 호소하면 사람들이 특정 정책을 지지하게 만드는 데에 사회적 선호를 이용할 수 없다. (중략)

두 번째 교훈은 덜 명료하다. 이기심에 호소하면 유권자들은 "그래서 내가 얻는 게 뭐냐?" 하는 질문을 던지기 마련이고, 유권자들이 윤리적 사회적 고려를 덜 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295~296)

 

호혜적 유형은 무임승차자를 처벌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기적 유형과 호혜적 유형으로만 이루어진 집단은 별다른 추가적인 정책 없이도 높은 수준의 기여도를 유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분리 정책 이외에 별도의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 이타주의자들 그룹은 자기들대로 알아서 기꺼이 기여할 테니까. (317)

 

입법자가 직면하는 마지막 어려움은 정책 개입의 결과가 사회 내에서 서로 다른 유형의 개인들에게 미치는 결과의 단순한 평균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정책 개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는 사회 내 인구구성과 비공식적 규칙을 포함한 사회제도에 의존하며, 이러한 것들이 개인들의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 총합될지를 결정한다. (319)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간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호혜적 유형이 있고, 자기 위주로 살아가는 이기적 유형이 있으며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이타주의자들이 있다. 그래서 입법자 혹은 정책 당국자는 어떤 정책의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입법자의 계획이 자유주의 사회에 적용될 때 새로운 점이 있다면 그건 좋은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공공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의무교육이 사회규범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여전히 중시되고 있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323)

 

이것이 아테네 의회가 아드리아해 원정을 준비했던 방식이다. 위의 네 가지 사례 모두 아리스토텔레스적 입법자에게 가치가 있다. 사람들의 물질적 이해와 도덕 감정 모두에 호소함으로써 시민적 행동을 장려하고, 물질적 이해와 도덕 감정이 서로를 몰아내지 않도록 그리고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프레이밍 했다. (328)


독서습관411_인센티브는 물질적 이해와 도덕감정을 모두 고려해야_도덕경제학_새뮤얼 보울스_2020_흐름출판(2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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