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최경영의 경제쇼'에 게스트로 출연해 쉬지 않고 답변하는 달변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드러나는 불평등, 불공정에 대한 부분이나 주변국과의 관계, 다양한 경제지표에 대한 해석 등 어떤 질문에도 척척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드러내는 그의 박학다식에 놀랍니다.
정약용 도서관에 주말마다 책을 반납하고 빌리러 갑니다. 그때마다 신간 코너를 돌아봅니다. 최배근 교수의 책을 접한 적이 없어 <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을 보고 바로 대출했습니다. 최근에는 주식과 관련된 책을 주로 읽었는데 사회경제와 관련 글을 읽게 되니 신선합니다.
무엇보다도 최배근 교수가 평소에 표현하고 강조했던 의견을 글로 읽는 것이라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글 하나하나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저자의 지식의 깊이와 넓이에 감탄합니다. 나의 지식과 견주어서 차이가 크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헨리 조지의 책을 통해 토지세를 걷어서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으로 분배하자는 글을 읽었습니다. 이에 반해 기본소득은 국민들을 게으르게 만든다는 글도 읽었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설득됩니다. 반론을 제기하지 못합니다.
최배근 교수의 책에 기본소득에 대한 그의 의지가 표현됩니다. 자세히 읽어보니 무조건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주자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청년들을 대상으로 자유시간을 주고 아이디어를 내서 디지털 세상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기본소득을 먼저 시험하자는 견해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토지로 인한 불로소득을 노리는 기업과 일부 개인들의 일탈을 바로잡기 위해 토지세를 올리는 것에도 찬성합니다. 대체로 저자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일주일에 2~3권은 책을 읽고 있는데 모처럼 알짠 내용의 도서를 접했습니다
이하 내용은 책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세계에서 대학경쟁력이 가장 크다는 미국에서 대학교육의 효과성이 급격히 하락한다. 즉 대학에서 습득한 인지량이 대졸자가 수행하는 직무에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마국 유수 기업들이 더는 대학 졸업장을 요구하지 않을 정도로 대학은 버림받고 있다. (17페이지)
의사 스스로가 자신들은 그냥 '천박한 엘리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이미지를 드러낸 것이다. (37)
산업사회의 학교교육시스템은 '획일적인 인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 기성세대의 관념과 개념, 편견, 선입견으로 주조된, 이른바 '분재된 아이들'이 양성됨으로써 자유로운 정신은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41)
AI 시대의 교육 방식과 시스템은 아이들이 스스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답을 찾아가고 함께 만들어가게 하는 교육, 마음껏 놀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분야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나가도록' 지원하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중략) (45)
함께 트랙을 질주하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달려가는 친구들 때문에 불안해하면서. (...)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임을 마주하고 있다. 대학은 글로벌 자본과 대기업에 가장 효율적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가 되어 내 이마에 바코드를 새긴다. 국가는 다시 대학의 하청업체가 되어, 의무교육이라는 이름으로 12년간 규격화된 인간 제품을 만들어 올려 보낸다.(중략) (2010년 3월 10일, 고려대학교 김예슬 '자퇴서'중) (47)
동북부 대지진 당시 매뉴얼에 따라 지정된 곳으로 대피한 사람들이 해일로 거의 사망하였고,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높은 곳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인은 더이상 매뉴얼을 믿지 않기 시작하였다. (60)
공동체 안에서 개개인의 생명이 보장되지 않을 때 사회는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명이 해체된 사회에서 제도와 법은 제대로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62~63)
분단은 단순히 물리적(지리적)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정신적 분단으로 이어져 우리를 흑백론 혹은 이분법 사고와 의식의 소유자로 만들었다. 정신적 장애인으로 만든 것이다. (65)
1965년 마틴 루터 킹 목사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걸어간 자유의 여정 '셀마 행진'을 그린 영화 <셀마>(2015), 그 배경이 된 앨라배마주 셀마시에는 당시 1만 5,000명의 흑인 유권자가 있었으나 단 130명만이 유권자로 등록될 정도였다. (72)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의 의식 밑바닥에는 '한국의 운명은 미국이 정한다'는 신념이 있다. (79)
금융이 사회 구성원의 소득이나 일자리 증가라는 실질 가치의 창출에 기여하지 않고, 고소득자의 부의 축적에 기여하며 자산 불평등을 통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현대판 고리대금업'으로 전락한 것이다.(90)
이는 앞에서 지적했듯이 '새로운 처음'형 충격의 반복으로 미국 등 주요국이 '일본화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미국의 일본화는 '달러 패권'의 위기를 의미하고, 달러 시대의 종언은 안전자산 부재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111)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강조됐던 '금욕'보다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한 인간 중심 세계관으로의 전환은 산업사회의 물질문명을 낳았다. 인간 중심 세계관은 자연스럽게 '신체의 자유'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이른바 '천부인권' 혹은 '자연권'으로 간주하였다. (113)
IT 및 인터넷 혁명이 시작된 90년대 중반 전후부터 S&P 500 기업의 무형자산 비중은 급증하기 시작했고, 토빈의 Q비율이 급증한 배경이다. (114)
* Q비율 = 기업의 시장가치(시가총액) / 기업 실물자본의 대체비용(순자산가치)
오늘날 주요 선진국에서 많은 대학 졸업자 청년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모습에서 보듯이 대학교육이 생산성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131)
수출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빚내서 소비하게 한다. (중략) 이른바 부채주도성장이 강화된 배경은 금융위기로 글로벌 교역액의 증가율이 크게 감소하면서 수출주도 성장 전략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140)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구성에 은행자본과 산업자본의 대변인은 포함된 반면 자영업자나 청년, 노동자의 대변인은 포함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국은행이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147)
게다가 비정규직, 파견직 직원 중에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못하고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들, 이른바 산업재해(산재) 사망 노동자의 수가 2018년 2,415명에 달할 정도로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의 산재사망률은 1994년 이후 통계가 제공되는 2016년까지 23년 동안 21회나 1위를 차지했다. (156)
웹기반 사업모델에 의해 만들어지는 일자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업모델 자체를 개발하는 일거리를 증대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플랫폼 사업모델 관련 종사자의 개인적 특성이 대체로 젊고 고학력이라는 점에서 청년의 미래와도 관련되기 때문이다. (181)
연결된 세계인 디지털 경제 생태계와 디지털 문명은 출발점이 '경쟁'이 아닌 '협력'이기 때문이다.(182)
새로운 경제 생태계에 적합한 사회계약의 내용을 이해하려면 디지털 경제 생태계의 고유 특성을 이해해야만 한다. (중략) 데이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이를 연결을 통해 해결하는 역량인 이른바 4C 역량(Creativity, Critical Thinking, Communication, Cooperation)이 요구되는 것이다. (185)
청년들의 현실을 보면 생계비를 위해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에 치여 살고 있다. 자신의 관심거리를 추구하고 싶어도 아르바이트에 치여 집중할 수 없다. 절대적으로 부모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할 수 있는 소수의 청년을 제외하면 자신의 꿈을 추구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187)
재생에너지는 대부분 높은 선행투자 비용과 낮은 운영비용을 특징으로 하는, 즉 장기적인 보상(payback) 흐름을 갖기 때문에 부채 방식의 자금조달이 적합하다. (194)
그런 점에서 주입식 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 교육이 아니다. 교육은 학생들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학생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문제를 찾아내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에게서 놀이시간과 자유시간을 빼앗는 한국 교육은 시대를 역주행하는 것이다. (209)
창의적 아이디어는 자유시간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는 자유시간에 대한 지원을 의미한다. 즉 자신의 관심을 일거리로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자유시간을 지원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제공한다. (211)
즉 '중앙은행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중앙은행의 목표를 완전고용과 물가안정, 소득 불평등 개선 등으로 설정하고, 통화신용정책의 의사결정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의 구성을 청년, 소상공인, 노동자 계급 등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보강해야 한다.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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