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빈슨의 <학교혁명>에 소개된 독특한 학교가 있어 별도로 주제를 떼어 소개합니다.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인근의 하이테크하이(HIGH TECH HIGH)는 2000년 설립 당시 기술과 학문의 통합 교육을 목표로 삼은 차터스쿨형 고등학교였다. 현재는 고등학교 다섯 곳, 중학교 네 곳, 초등학교 세 곳을 아우르는 규모로 성장해 매년 5,000명 이상의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하이테크하이의 수업 시간은 대다수 학교들과는 크게 다르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미술 교사 제프 로빈은 말한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은 이런 식이다. 먼저 학생들이 배우길 바라는 주제를 생각해낸다. 그 주제는 표준적 내용이 될 수도 있고 당신이 생각해낸 내용이 될 수도 있다. 주제가 정해진 후에는 프로젝트를 개발하면 된다. 그 주제를 프로젝트로 역설계하는 것이다."
하이테크하이를 설립한 래리 로젠스톡(Larry Rosenstock) 교장의 설명이다.
"그룹 수행식 지도, 팀티칭(여러 명의 교사가 팀을 이뤄 학생의 학습지도를 담당하는 지도조직)식 지도, 실험적이고 응용적이며 탐험적인 지도 등의 교육기교를 동원하고 문학, 산술, 인문 등 아이들이 반드시 익혀야 하는 모든 학문적 내용을 선정해서 교육기교와 학문적 내용을 융합시키려는 시도다."
하이테크하이에서는 한 학과가 다른 학과와 통합돼 있는 덕분에 학생들은 전체 커리큘럼을 효과적으로 배운다.
예를 들어 미술과 생물이 통합되거나 인문과 수학이 통합되는 식이다. 학생들은 교제를 발행하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 등 다방면에 걸쳐 다양한 창작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이를테면 샌디에이고만의 생태계에 대한 책을 펴내고 제작하면서 사진과 그래픽 디자인을 동원해 생태계를 배우기도 한다. 게다가 학생들은 지역 공동체나 그보다 더 넓은 지역에까지 이바지하는 창작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실제 세계로까지 활동 폭을 넓히기도 한다. 한 예로 최근에는 DNA 바코딩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시장에서 밀렵 고기를 가려내는 도구를 개발하는 데도 참여했다.
대다수 학교들과는 달리 이곳 학생들은 40분마다 복도를 한꺼번에 몰려나와 이리저리 교실을 옮겨 다니지 않는다. 하이테크하이는 수업 시간을 더 소수 단위로 나눈다.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대해 보다 지속적이고 몰입된 체험이 가능하게 하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래리가 내게 말했다.
"저희 학교에는 수업종이 없어요. 화장실은 가고 싶을 때 가면 됩니다. 방송 설비도 없습니다. 실행 학습이 워낙 많다 보니 필요 없습니다. 저희 학교는 주제가 아니라 발견하는 방식을 가르칩니다. 생물학 용어를 암기하지 않고 현장 견학을 나갑니다. 아이들은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에 인턴 활동도 나갑니다. 느슨한 인턴 활동이지만 수행 면에서는 엄격합니다.
저희 학생들은 팀으로 짜여진 교사들과 공부합니다. 그래서 이 과목 저 과목으로 옮길 일이 별로 없죠. 수업에서는 이런저런 것을 만들고 창작합니다. 또 주기적으로 성적을 공개한다거나 자주 발표를 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습니다.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됩니다."
대다수 고등학교와는 달라도 아주 다른 이런 식의 커리큘럼 구성을 위해서는 학부모를 비롯한 여러 그룹의 수용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처음엔 선뜻 하이테크하이의 방식에 동조하지 않았다.
"하이테크하이 설립 초반에는 학교의 운영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학부모들조차 아이가 학교를 너무 좋아해서 그만두라는 말을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죠. 그렇게 얼마쯤 시간이 지나면서부터 차츰 명문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하이케트하이의 학생들은 거의 모두 대학에 진학하며 그중 70퍼센트가 4년제 대학에 들어간다.
"저희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대단히 높은 편입니다. 모두가 대학에 갈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합니다. NBA 선수나 록 스타나 출중한 프로그래머라면 그럴 필요가 없겠죠. 다만 저희는 대학에 들어가지 않을 만한 아이들이라고 해도 대학 진학을 준비시키며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아이들과 똑같이 가르치면 결과적으로 그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학교의 대학 진학자 가운데 절반 이상은 가족 중에 고등교육을 받는 첫 세대다.
모두 하이테크하이가 사회 계층을 초월한 덕분에 나온 결과다. 하이테크하이에서는 눈을 가리고 추첨하는 식으로 학생들을 뽑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과도기에 학생 수를 다시 채울 때는 우편번호상 소수 그룹에 해당되는 그룹에서 학생들을 선발한다.
래리는 이렇게 말했다.
" 저희에게는 교육도 중요하지만, 따지자면 사회 계층의 통합이 간발의 차이로 교육보다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예측오류가 체계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인종, 사회경제적 지위, 성별에 따른 기준으로 누가 할 수 있고 누가 할 수 없다는 식의 예측 오류 말입니다.
현재의 표준화시험 역시 예측오류를 옹호하는 또 하난의 교육 방법론입니다. 저희는 예측 오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그래서 아직 그 아이들을 잘 모르면서 함부로 속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좀 지켜보다 보면 이 학교 아이들은 다을 아주 영리합니다.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도와주기만 하면 됩니다."
모든 학생을 두루 살펴주는 일은 교육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지금까지 살펴봤듯, 모든 학생을 두루 살펴주려면 학습과 지도의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그런 일을 가능하게 해 줄 커리큘럼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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