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과 한강변을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덕소역에 들렸을 때 무인 책대여 장치가 있어 아들이 빌린 책입니다. 아들이 크리스퍼가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들어본 것 같은데 크리스퍼의 의미는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2017년 미국에서 출판된 이 책은 최근의 생물학 분야, 유전학 분야의 동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는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획기적인 유전자 편집기술을 발견한 장본인이라서 더욱 그 속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둘째 아들은 생물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된 정보나 책을 권해주고 있는데 이 책이 가장 근접한 내용을 담고 있어 대체휴일에 읽고 정리해 포스팅합니다.
DNA의 유전자 정보가 하나만 이상있어도 희귀한 난치병으로 고생합니다. 이런 이상 유전자를 타겟으로 하여 가이드 RNA와 캐스9이란 것을 이용해 DNA를 편집합니다. 이상이 있는 부분은 잘라내고 상태를 바로잡으면 치료할 수 있습니다.
머리에 떠오르는 인류를 괴롭히고 있는 질병들에는 HIV, 암, 알츠하이머 등이 있습니다. 이런 치료하기 어려운 질병들도 그 원인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책에 가능성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치료하기까지는 갈 길이 쉽지많은 않아 보입니다.
왜냐하면 유전자 편집이라는 것이 100%의 정확도로 이뤄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류 확률이 있어 부작용이 나타나고 그 부작용이 유전되어 후세에게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또다른 큰 일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발견을 과거에 핵개발과 비교합니다. 자신의 발견이 혹시 히틀러와 같은 우생학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될까봐 걱정합니다.
현재는 생식세포에 적용되는 것을 금지하고자 하는데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세포가 분화되기 전인 생식세포 단계에서 적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다만 생식세포는 말 그대로 자녀세대에 유전되기 때문에, 의도하지 않았던 유전자 변형이 가져올 후폭풍이 우려됩니다. 그러므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윤리적 및 종교적으로 기다려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유전성 질병을 앓고 있는 가족들에게는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급합니다. 암으로 곧 죽어갈 생명을 바라보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일이지만 전 인류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일입니다.
- 책에서 발췌
18) 현대 인간이 출현한 지 거의 10만 년이 흐르면서 '호모 사피엔스' 게놈은 무작위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라는 두 힘으로 형태를 갖췄다. 이제 처음으로 우리는 현재의 인간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DNA도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35) 게놈 genome이라는 단어는 1920년 독일 식물학자 한스 빙클러가 제안했다. 아마도 유전자gene와 염색체 chromosome의 합성어로 세포 속 유전정보의 총체를 가리키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63) 찬드라세가란은 자연에 존재하는 단백질 중 각각 DNA 서열을 인식하고 자르는 데 능숙한 단백질 두 개의 일부분을 결합해 키메라 핵산 가수분해 효소를 만들었다. 자르는 부위는 세균 핵산 가수분해 효소인 FokI에서 가져왔는데, 이 효소는 DNA를 절단하지만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지는 못한다.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하는 부위는 자연계에 흔한 징크 핑거 단백질 Zinc Finger Protein에서 가져왔다. 징크 핑거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이 단백질이 나란히 배열된 아연 이온이 연결하는 손가락처럼 생긴 모듈을 이용해서 DNA 서열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67) 암호는 금방 해독되었고 연구팀 세 곳에서 TALEs를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가 사용했던 DNA 절단 부위와 결합해 TALEs 핵산 가수분해 효소, 특 탈렌TALEN을 완성했다. 탈렌은 세포 안에서 유전자 편집을 촉발하는 데 놀라운 효율성을 보였다. 뒤이어 구조와 설계가 개선되면서 탈레은 징크 핑거 뉴클레이즈보다 더 쉽게 만들고 쓸 수 있는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82) 데렐은 필터를 통과할 만큼 작은 생명체인 이 기생생물을 "세균을 먹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라고 불렀다. 박테리오파지는 바이러스가 식물과 동물을 감염시키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세균을 감영시키는 듯 보였다.
짧게는 파지라고도 부르는 박테리오파지는 데렐의 실험 이후 몇 년 동안 더 많은 수가 발견되었고, 각각의 파지는 특정 종의 세균을 감영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04) 과학자들은 듀전자의 화학적 구성만 알아도 유전자 기능에 관해 많은 것을 추측할 수 있다. 각각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DNA 영역은 세포가 아미노산으로 단백질을 조립할 때 필요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다. 네 개의 염기로 이루어진 DNA가 아미노산 20개로 이루어진 단백질로 번역되는 유전자 암호를 알고 있으므로, 생물학자는 유전자가 생산할 단백질의 아미노산 서열도 그저 원래의 DNA 서열만 보고 알 수 있다. 아미노산 서열을 다른 단백질, 이미 잘 알려진 비슷한 단백질과 비교해보면 과학자들은 여러 다양한 유전자의 기능을 상당히 상세하게 예측할 수 있다.
129) 융합된 한 가닥 RNA 분자가 캐스9을 DNA 서열이 일치하는 자리로 안내해서 자르게 할 수 있을지 시험해야 했다. 더불어 이 실험으로 캐스9이 세균이 진화하고 자연선택을 거치면서 크리스퍼가 자르도록 한 박테리오파지 DNA 서열뿐만 아니라 우리가 목표로 삼은 DNA 서열도 자르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을지도 증명할 수 있었다.
180) 유감스럽게도 콩기름에는 해로운 수준의 트랜스 지방이 들어 있어서 고콜레스테롱증과 심장질병 위험도를 높인다. 최근 미네소타에 있는 칼릭스 사의 식품 과학자는 유전자 편집 기술인 탈렐으로 콩 유전자 두 개를 변형해서, 건강에 해로운 지방산 함유량은 크게 감소하고 전체적인 지방 분포가 올리브유와 유사한 콩을 개발했다.
210) 나는 혁명적인 기술인 유전자 드라이브를 예로 들려고 한다. 생명공학자가 새로운 유전자를 그 유전자가 가진 특성과 함께 야생 생물집단에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돌이킬 수 업슨 방식의 순차적인 연쇄반응으로 '밀어 넣는' 방법을 유전자 드라이브라고 부른다.
226) 윤리적인 면에서 볼 때, 유전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체세포 편집은 환자의 후손에게 유전자 변형이 유전되지 않으므로 생식세포 편집보다 훨씬 간단한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질병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하나의 인간 생식세포에서 수정하는 쪽이, 똑같은 일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 50조 개에서 하는 편보다 훨씬 더 쉽기 때문이다.
228) 우리가 쓸 수 있는 전달 전략은 크게 생체 내 유전자 편집(in vivo)과 생체 외 유전자 편집(ex vivo) 두 가지로 나뉜다. 생체 내 유전자 편집은 크리스퍼를 직접 환자 몸으로 들여보내 몸속에서 편집한다. 생체 외 유전자 편집은 환자 세포를 몸 바깥에서 편집한 뒤 두ㅏ시 환자 몸속으로 집어 넣는다. 생체 외 치료법이 훨씬 더 간단하고, 과학자는 이미 실험실에서 세포를 편집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으므로, 생체 내 치료법보다는 생체 외 치료법에 한 발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35) 유전정보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인 벡터 중에는 생체 내 유전자 편집 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에게 특히나 중요한 자산도 있다. 바로 무해한 인간 바이러스인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 AAV다.
272) 과학자와 의사가 유전자를 편집해서 인간 게놈에 유전되는 변화를 일으키는 작업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확실히 하자면 여기에는 수많은 철학적인, 현실적인,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산재해 있으며, (중략)
275) 수소폭탄 개발에 대한 논쟁에서 오펜하이머는 "내 생각으로는, 기술적으로 달콤해 보이는 것을 보면 일단 먼저 해보고 기술적으로 성공한 후에나 그 기술로 무엇을 하지 논쟁을 벌이고들 있다. 원자폭탄을 개발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아무도 원자폭탄 개발을 반대하지 않았지만, 원자폭탄이 만들어진 후에는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논쟁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324) 올더스 헉슬리는 유전자 카스트가 존재하는 미래를 상상한 으스스하고 유명한 소설 <멋진 신세계>를 집필했다. 요즘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이라는 주제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이 소설이 직간접적으로 언급된다. 그러나 헉슬리의 디스토피아는 2540년이 배경이다. 생식세포 편집에서 유전적 불평등이 생겨난다면, 디스토피아가 구축되는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
독서습관161_크리스퍼가 온다_제니퍼 다우드나 & 새뮤얼 스턴버그_2018_프시케의 숲(190506)
■ 저자: 제니퍼 다우드나 Jennifer A. Doudna
1964년생으로 이른바 '유전자가위 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생물화학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화학 및 분자세포생물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하워드 휴즈의학연구소 연구원,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녀가 개발한 혁신적인 게놈 편집 기술은 생물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크리스퍼-캐스9 기술은 이전의 유전자 기술과는 달리, 목표한 유전자만을 정밀하게 조준해서 편집할 수 있으며 비용이 놀랄 만큼 저렴하다.
이 기술은 HIV와 암 등의 질병 치료와 글로벌 식량 부족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우드나는 이런 업적으로 수많은 영예로운 상을 휩쓸었으며, 2015년 <타임>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그녀는 무분별한 크리스퍼 사용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국제 인간 유전자편집 회의'를 이끄는 등 기술의 활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윤리적 논의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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