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출생률은 회복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해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는 정해진 미래가 되었다.
무엇인가 뚜렷한 대책이 있어야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원인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걸림돌이 된다.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
비관적인 미래 시나리오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시기에 이 책 《일할 사람이 사라진다》는 대안을 제시한다.
인구감소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되, 경제활동인구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보여준다.
2072년까지 2025년보다는 줄어들지만 경제활동인구와 생산성을 높여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공급하는 베트남 등 주요 국가들도 출산율 감소와 소득증가로 앞으로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은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저자가 직접 연구했던 결과물을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게 교양서로 만든 책이다.
많은 그래프 추이가 담겨 있어서 이해하기 쉽다.
평소에 인구 문제와 관련해서 단편적으로 듣던 내용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통찰을 준다.
아래는 책에서 남기고 싶은 문장과 간단한 소감을 포스팅했다.
더 이상 아기가 태어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이 서서히 늙어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영화 <칠드런 오브 맨>으로 유명한 P.D. 제임스의 소설 《사람의 아이들》은 그 단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소설은 불임이 확산하여 '오메가'로 불리는 인류의 마지막 세대가 태어난 지 20년이 넘은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15)
읽고 싶은 책 한 권이 추가되었다.
불임으로 인한 인류의 멸망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내용인데 기대된다.
반면 21세기 한국의 인구위기는 자녀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사회적 '만성질환' 때문에 출생아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흑사병 이후 유럽과 달리 오늘날 한국에서는 인구 규모만 급격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인구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31)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흑사병과 유사하다.
하지만 젊은 인구는 감소하면서 노인 인구 비율이 증가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더욱 대책을 어렵게 만든다.
교육혁신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젊은 노동인구가 급감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생에 걸친 건강관리와 교육 · 훈련을 통해 점차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건강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인다면,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 투입의 양적 · 질적 감소를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38)
구체적인 대책이다.
교육을 통한 창의적 인재 양성으로 생산성 향상, 건강하고 훈련된 노령층의 생산성 향상이다.
한국에서 인구 고령화가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전망할 때, 나이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나이 효과(age effect)뿐만 아니라 태어난 시기에 따라 사람이 달라지는 효과, 즉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미래의 고령자도 현재의 고령자와 같으리라는 통상적인 가정을 대입하면 인구 고령화의 부정적인 영향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 (57)
현재의 노인과 미래의 노인은 다르다.
자란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보다는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
1992년 개봉된 페니 마셜(Penny Marshall) 감독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A Leage of Their Own)>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프로야구선수들이 대거 입대하면서 미국 메이저리그가 중단되었던 시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 국가의 동원과 독려가 있었고 위기감과 애국심이 넘쳐났던 전시 만큼은 아니겠지만,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는 노동시장 밖에 있던 사람들을 생산 현장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65~66)
인구 감소에 따른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경제활동인구가 유지될 수 있다.
단, 여성의 경제활동이 용이하도록 하는 사회적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이루고 일터에서 여성이 직면하는 불리함을 없앨 수 있는 정책은 여성 고용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일 뿐만 아니라 여성이 가진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79)
이처럼 고령자의 생산성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요인들은 고령자를 계속 일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과 겹친다. 나이 들어도 건강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 훈련, 건강관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완화하고, 전직 및 재취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여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맞는 일자리 이동을 쉽게 만든다면, 고령자의 고용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다. (82)
50대 이상의 장년층이 은퇴나 퇴직 후 자신의 경험과 역량을 가지고 계속해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중장년층 개개인도 인생 후반기의 삶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 훈련 및 건강관리를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
적어도 경제활동과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 인구변화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장래의 노동력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해 보인다. (89)
경제활동 인구를 늘이는 노력, 전 연령층에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장래에 노동력 부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같은 직종에서는 이미 사람을 구하기 어렵게 되었다. (...) 2031년까지 약 12만 명의 노동력 부족이 추가로 발생하리가 예상되는 육상운송업의 구인난도 이미 진행 중이다. (119~120)
인구 구조가 역삼각형으로 되며, 고령층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인력이 부족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갈수록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다.
개개인의 건강관리와 국가적 인력양성이 필요하다.
고령자의 경우, 75세 혹은 85세 이상 초고령인구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신체 혹은 인지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노인을 돌보아야 하는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이다. 아동의 경우, 양질의 장시간 돌봄서비스를 얻기 위해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할 의사가 있는 가구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출생아 수가 빠르게 줄면 유아 대상 돌봄 인력이 영아 대상 돌봄 인력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도 발생할 것이다. (153)
고령층과 영유아에 대한 양질의 돌봄서비스는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특히 초고령인구의 증가와 함께 이들에 대한 돌봄서비스 인력 준비를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의사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조속하게 사회적 타협을 이루어 의대 정원을 적정한 수준으로 확대해야 하고, 의료취약지역이 늘어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공 의료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과목 간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 (155)
의료서비스에 대한 논의는 주기적으로 갈등으로 확대되는 경향이다.
인구 고령화에 다른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한 의대 정원 조정이 필요하다.
수도권과 지방간 의료 격차가 심화됨에 따라 취약지역에 대한 공공 의료 강화가 필요하다.
돈이 되는 분야에 집중되는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남아 있는 나날이 얼마나 되는지는 노동시장에서 이동성의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다른 일자리로 전직하는 행위는 일종의 인적자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 인적자본의 가치를 높여서 생애에 걸친 소득을 높이는 경제적 편익을 가져올 수 있다. 고위험과 고수익을 동반하는 기회가 주어질 때,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을 것으로 기대하는 젊은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에 나설 유인이 크겠지만, 남은 날수가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 그 기회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161)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중장년층도 인적자본 투자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대책으로 여성 인력과 함께 고령층도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과 기술의 변화로 인해 노동 수요가 구조적으로 변화할 때, 젊은 인력은 새로운 인적자원이 필요한 부문 혹은 지역에 탄력적으로 진입함으로써 부문 간, 지역 간 노동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집단이다. 그러므로 인구변화로 청년인구가 줄고 새로 취업하는 젊은 인력이 감소하면, 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적자본을 탄력적으로 공급하는 노동시장 기능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는 산업 경쟁력과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172~173)
젊은 인력이 중요한 이유를 잘 설명하는 문장이다.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로 현재의 노동시장에서는 표준화되어 있고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루틴 업무에 대한 수요가 많이 감소하였다. 생산 자동화와 AI 도입 확대는 이런 경향을 강화할 것이다. 그 결과, 현재의 노동시장에서는 창의력, 유연성, 적응력, 소통 능력 같은 인적자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역량 개발에는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능력이 요구된다. 비인지능력은 인지능력에 비해 더 이른 나이에 발달하며 인지능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180)
향후 노동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의 자녀를 어떻게 양육할 것인가 고민이 된다면 산업화 시대의 주입식, 사교육 의존형 교육은 버려야 한다.
청년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살펴보자. 청년인구 감소가 가져올 인력 수급 불균형은 부문과 인력 유형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부문 간, 직장 간 이동이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좀 더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줄어드는 청년인력이 이들을 가장 필요로 하는 일자리로 재배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182)
청년인구, 젊은 인구가 필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반복한다.
정년 연장은 점차 늘어나는 파워 시니어를 충분히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되기 어렵다. (...) 과거 60세 정년 연장을 시행하면서 도입된 임금피크제의 사례처럼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려면 아마도 60세부터 연장된 정년까지 해당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30% 삭감하는 조치가 불가피할 것이다. 생산성이 높고 나이에 따른 생산성 감소 속도가 느린 파워 시니어는 이와 같은 평균의 함정 때문에 자신의 생산성보다 낮은 임금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은퇴 준비가 비교적 잘되어 있는 파워 시니어의 상당수는 낮은 임금을 수용하며 일을 계속하기보다 조기퇴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214)
단순한 정년 연장의 리스크를 설명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 피크를 적용할 것이다.
능력 있는 파워 시니어는 더 이상 남지 않고 자발적 퇴직을 선택한다.
기업에 남아 있는 시니어들은 능력이 떨어지는 자들만 남게 된다는 리스크다.
많은 고령자가 생계를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한국의 실정은 선진국과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고령자의 경제적 여건과 은퇴 준비 상태가 나아지고 여가와 일의 만족도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 고령 친화적인 방향으로 일자리의 질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우수한 고령인력을 노동시장에 유인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고령 친화적인 작업환경은 고령인력의 생산성을 높게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고령 친화적인 일자리는 여성과 청년에게도 매력적일 수 있다. (219)
고령친화적인 일자리가 결국은 여성, 청년에게도 매력적이라는 말이 깊이 와닿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 노인이 없는 사회'는 고령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성을 가진 모든 사람이 잠재 능력을 활짝 펼칠 수 있는 터전이 되어준다. (...) 노인을 위한 사회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포용적인 사회이기도 하다. (225)
인구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 역시 과거에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줄곧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이 충분히 많을 것임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몇 가지 사정을 고려할 때 이러한 가정이 현실과 크게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
첫째, 한국과 주된 이민 송출국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유치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강화하면서 외국인력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강화되고 있다. (...) 특히 일본, 중국, 홍콩, 대만,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국가들은 가파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인력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다.
둘째, 한국에 인력을 보내고 있는 국가들이 경제발전을 경험하면서 장기적으로 인력 송출국에서 인력 수입국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 지금 한국에 많은 인력을 보내고 있는 베트남 같은 국가 역시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전환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송출국 임금이 유입국 임금의 약 절반 수준까지 높아지면 이민의 유인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58~259)
외국인 노동력으로 부족을 채운다는 것은 단견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한국으로 오고 싶어 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숫자가 기대하는 만큼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 책에서 주는 좋은 통찰이다.
의대 정원 확대 문제 말고 많은 사안에서도 유사한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데, 시간에 따른 인구변화의 영향 변화를 반영하여 정책 시행의 시기별 배분을 적절하게 조정한다면 타협점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80)
배구의 시간차 공격처럼 한 번에 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시대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것에 공감하고 대책에 대해서도 협의해서 국민 대다수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독서습관1034_일할 사람이 사라진다_이철희_2024_위즈덤하우스(250406)
■ 저자: 이철희
시카고대 경제학과에서 수학했고, 동 대학 인구경제학연구소 연구원, 뉴욕주립대(빙엄턴) 경제학과 조교수를 거쳐, 1998년부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년간 학부와 대학원에서 '인구와 경제' 과목을 강의하며 연구소와 대학에서 활약하는 많은 인구경제 연구자를 양성했다. 케임브리지대, UCLA, 옥스퍼드대 연구교수,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 방문학자,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프로젝트 책임자, 미국 국가경제연구소(NBER) 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외국인정책위원회, 양성평등위원회 등 정부위원회 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을 맡고 있다. 《Early-Life Determinants of Health and Human Capital Formation》 《한국의 고령노동》 등의 단독 저서와 다수의 공동 저서를 출간했고, 국내외 학술지에 인구, 건강, 노동, 경제사에 관한 약 9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7년에 학문적 업적이 탁월한 45세 미만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한국경제학회 청림학술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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