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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918]신의 가면 1부 원시 신화 ①_신화의 심리학과 원시 농경인의 신화

by bandiburi 2024. 8. 9.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조지프 캠벨의 4권짜리 책인 <신의 가면>에 도전하기로 하고 1권인 '원시 신화'편을 읽었습니다. <영웅의 여정> 보다 더 심도 있는 내용으로 따라가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래도 인식의 지평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됩니다. 책에서 인용하고 싶은 내용이 많아서 두 번으로 나눠서 포스팅합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453

 

[915]영웅의 여정 ①_신화와 예술 그리고 개인적 경험과 배움

"우리 모두는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각자 다른 이야기를 꿈꿉니다." 조지프 캠벨의 말처럼, 인류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신화를 만들고 공유해 왔습니다. 신화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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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전반부는 아래와 같이 세 꼭지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조지프 캠벨의 저서에서 다양한 문화의 신화는 각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삶의 동력과 방향성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여러 문화의 신화들은 의식적 차원이든 무의식적 차원이든 각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에너지를 분출시키고 삶의 동기와 방향을 제공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성적 차원에서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지만, 우리와 우리 조상의 삶을 이끌어온 신화들에 의해서 우리의 삶은 극한적인 대립 국면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16)

신화는 의식적·무의식적 차원에서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서로 다른 신화들이 때로는 대립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근대 학문 분야에서 건전한 비교 방법을 최초로 사용한 두 학문은 고전학과 성서학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기독교 전통의 근본적 특징 때문에 그리스 고전과 성서를 동일한 사유의 지평에 놓고 비교하는 것이 불경스러운 일로 간주되었다. 그리스 신화는 자연적 질서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졌고, 성서의 신화는 초자연적 질서에 속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고전적 영웅들 (헤라클레스, 테세우스, 페르세우스 등)의 경이로운 활동은 문학으로 연구되고, 히브리인(노아, 모세, 여호수아, 예수, 베드로 등)의 그것은 객관적인 역사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그 시기가 정확히 일치하는, 이 동지중해의 두 가지 전통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전설적 이야기들은 모두 그에 선행하는 메소포타미아의 청동기 문명에서 나온 것이다. 근대 고고학이 등장하기 전에는 이 사실을 아무도 알 수 없었다. (21)

근대 비교 학문에서 고전학과 성서학은 처음으로 신화들을 비교했으나, 그리스 신화와 성서 신화를 같은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시 불경스러운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두 신화 전통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공통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달나라행 로켓을 타게 될 어린이들에게 인류가 마력(馬力)을 사용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인간관과 사회관에 근거하여 도덕과 우주론을 가르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이제 이러한 오래된 '선민'(여호와, 알라, 보탄, 마누, 악마 가운데 그 어느 것에 속하든)의 게임 가운데에서 어느 것을 하기에는 세계가 너무 좁고 인간의 지위는 너무 위대하다. 사실 그러한 게임들은 뱀이 아직 말을 하던 시절에 부족사회의 구성원들을 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에 불과하다. (25)

저자는 고대 신화나 세계관이 현대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멜빌(Melville, 1819~1891)의 경우도 생각해 보자. 그는 실제로 남태평양의 누카히바 섬에서 식인종에게 잡혀 그들의 반찬이 될 뻔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 <모비 딕(Moby Dick)>(1851)과 <피에로(Pierre)>(1852)에서는 저자가 지닌 심오한 심리학적 통찰력이 상징 언어의 완벽한 사용을 통하여 잘 드러나고 있다. (31)

 

둘째, 신화와 인간의 무의식적 경험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개인의 무의식과 집단 무의식의 개념을 설명합니다

"놀이는 영원을 소유한 사람의 것이며, 영원은 노는 사람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7층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곳에 올라간 다음 아래층을 자유롭게 방문한다. (...) (41)

그 가운데 하나를 그는 개인 무의식(the personal unconsciousness)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개인의 경험(유아 시절의 인상, 충격, 좌절, 만족 등과 같은)에 기인하는 억압된 기억 이미지의 맥락에 근거하고 있다. 프로이트가 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인식하고 분석한 바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융은 다른 하나를 집단 무의식(the collective unconsciousness)이라고 부르는데, 병아리의 신경계 안에 있는 매의 이미지와 같은 것이 바로 그러한 것에 해당한다. (47)

프로이트는 개인의 경험에서 억압된 기억을 다루는 개인 무의식을 분석했으며, 융은 집단 무의식을 통해 더 깊은 인간의 본성을 탐구했습니다.

문학적 메타포는 지성과 관련되며 신화는 한 개인의 중추 흥분 기제(CEMs) 및 생득적 방출 기제(IRMs)와 주로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견해에 따르면, 신화는 문화적으로 유지되는 일련의 신호 자극으로 정의될 수 있는데, 이러한 신호 자극의 덩어리는 인간 삶의 특정한 유형 혹은 유형들의 배열(constellation)을 발달시키고 활성화한다. 더구나 의심의 여지없이 생득적으로 확립된 이미지는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의 IRMs는 고정불변의 기제가 아니라 열린 기제임이 밝혀졌다. 따라서 우리의 비교 연구에서 발견될 수 있는 "보편적인 것(universals)"은 그 어느 것이나 모두 천부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기보다는 공통 경험에 기인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65)

신화는 개인의 심리적 기제와 문화적 신호 자극을 통해 인간의 삶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며, 보편적 진리는 천부적인 것이 아니라 공통된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이 책에서 어려운 점은 용어의 생소함입니다.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A Portrait of the Artist)>에서 비극의 재료를 "인간의 고통 속에 있는 중대하고 불변하는 모든 것"으로 정의하였다. (67)

고통 그 자체는 '속임수(upadhi)'이다.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알맹이는, 깨달음의 특성(upadhi)인 환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고통으로 덮여 있는 환희의 각인은 우리의 연구에서 가장 "중대하고 불변하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몇몇 사람의 삶의 지혜 속에만 존재할 것이다. (75)

그러므로 인간의 신경 체계에 어떤 생득적 형식이 없다고 결국 증명되더라도, 우리는 이런 필연적 요소들의 기억 심상에서 유래된 신호 자극의 질서가 모든 신화 속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에 놀라서는 안 된다. (99)

그런즉 서로 분리되어 있는 우리들 각자는 한 인간의 할부(割符)입니다. 마치 넙치처럼 쪼개져서, 하나에서 둘이 생겨난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마다 자기의 다른 반쪽을 항상 찾는 것입니다. (128~129)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숨겨진 환희가 삶의 중요한 진리를 드러낸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농경 사회와 수렵 사회의 신화적 차이를 비교하며, 농경 사회는 더 깊은 종교적 감정을 통해 공동체적 삶을 강조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방대한 신화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여행하듯이 정리한 책의 내용에 놀라는 부분입니다. 

가장 원시적인 농경 부락의 의례 및 신화와 수렵 부족의 그것들을 비교해 보면, 농경인들이 훨씬 더 깊은 종교적 감정을 가지고 있고 공동체적 삶에도 훨씬 더 깊이 참여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수렵인들은 거칠고 억센 개인주의자들이다. 농경인은 그 집단의 신화와 의례를 통해서 혈족의 실체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획득할 뿐만 아니라 행복한 사자(死者)의 나라로 가는 도중에 생기는 위험들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운다. (155~156)

 

셋째,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할라프 문화와 그 상징들(황소, 여신, 비둘기, 양날 도끼 등)이 다양한 신화적 인물들, 예를 들어 이슈타르와 탐무즈, 이시스와 오시리스, 마리아와 예수 등과 연결된 최초의 신화적 형태를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우리는 황소와 여신, 비둘기, 양날 도끼와 같은 할라프의 상징들 속에서 이슈타르와 탐무즈, 베누스와 아도니스, 이시스와 오시리스, 마리아와 예수 등과 같은 위대한 이름들과 연계된 그 모든 신비롭고 영향력 있는 신화들의 최초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169)

이러한 신화들은 고대 천문학적 주기와 관련이 있으며, 360도 원주는 천상의 주기를 상징하고, 5일을 추가하여 365일의 1년 주기를 나타냈습니다. 그 중심에는 지구라트가 있으며, 천상과 지상이 만나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때처럼 지금도 360도는 원주 - 천상의 주기 - 를 나타내며, 360 더하기 5는 1년의 순환 주기를 표시한다. 365일이라는 합계를 만들기 위하여 덧붙인 5일은 영원의 무한(pleroma)으로부터 영적 에너지가 세상의 원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성스러운 열림의 시간을 나타냈으며, 따라서 이 기간은 신성한 제례와 축제의 기간으로 정해졌다. 이와 마찬가지로 성스럽고 둥근 우주의 중심에 있는 축이자 그곳에서 천상과 지상의 힘이 만나는 장소인 지구라트는 숫자 5로 표현되었다. 네 방향을 각각 향하고 있는 탑의 네 면은 다섯 번째 점인 정상에서 함께 만나며, 바로 거기에서 천상의 에너지가 땅과 만나는 것이었다. (174)

 천일야화는 8세기에서 14세기 사이에 형성되었으며, 이후 17세기에 일부 이야기가 추가되었습니다. 이 책은 아라비아, 이집트, 유럽, 페르시아에서 이야기 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핵심은 페르시아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천일야화의 줄거리가 짜여진 시기는 8세기에서 14세기 사이이지만, 몇몇 이야기는 17세기에 와서 덧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 시대(중세 시대)에 만들어졌다. 아라비아와 이집트는 물론 유럽과 인도 그리고 페르시아의 궁정에서 이야기를 하고 듣는 관행이 가장 고상하고 우아하게 번창한 것이 바로 이 몇 세기 동안이었다. (189)

아라비아의 <천일야화(Thousand Nights and One Night)>가 현재의 규모에 이른 데는 아라비아령 시리아와 이집트 그리고 이라크의 공헌이 크다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그렇지만 그 핵심 내용은 페르시아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190~191)

두 번째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483

 

[918]신의 가면 1 원시 신화 ②_원시 사냥꾼의 신화와 신화의 고고학

조지프 캠벨의 원시 신화 편 두 번째 포스팅입니다. 책에서 3부와 4부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제3부 원시 사냥꾼의 신화조지프 캠벨은 농업 사회의 신화와 의식 체계는 개인주의를 억제하기 위

bandiburi-life.tistory.com

 


독서습관 918_신의 가면 1 원시 신화_조지프 캠벨_2006_까치글방(240811)


■ 저자: 조지프 캠벨

조지프 캠벨은 어린 시절부터 신화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으며, 뉴욕 맨허튼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을 자주 방문하였다. 캠벨은 그 박물관의 한 코너에 있는 토템 기둥에 특히 매료되었다. 그는 1925년과 1927년에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파리 대학교와 뮌헨 대학교에서 중세 프랑스어와 산스크리트를 공부하였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에는 존 스타인백과 생물학자 에드 리켓츠와 교류하였다. 1934년에는 캔터베리 스쿨에서 가르쳤으며 사라 로렌스 대학교의 문학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는 와미 니킬라난다를 도와 우파니샤드와 <스리 라마크리슈나의 복음>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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