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의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후반부를 포스팅합니다. 후반부도 전반부와 동일하게 세 가지로 메시지를 구분하여 인용하고 싶은 문장과 함께 정리합니다.
한국 사람들에게 오늘은 없어요. 만날 미래만 있죠. 보다 나은 내년, 보다 풍요로운 3년 후, 보다 안정적인 5년 후, 그리고 또 내 아이의 10년 후, 늘 이런 것에 사로잡혀 있는 듯 보입니다. 그게 평생 동안이에요. 죽을 때까지 미래만 있고 오늘은 없어요. 인생이라는 게 오늘의 연속인데 말입니다. (...) 그렇게 아파트 평수를 늘이고, 통장 잔고를 늘이고, 아이 대학 준비시키고, 취직 준비시키고, 그렇게 살다가 늙고, 단 하루도 충만한 오늘을 보내지 못한 채 죽어가는 겁니다. (302~303)
'잘사는 게 뭐냐'는 질문을 잃어버리는 순간, 지배계급이나 부자들의 가치 기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그저 가련한 인생이 되는 겁니다. 못나고 루저 loser인 인생이 되는 거죠. 하지만 '잘 사는 게 뭐냐'는 질문을 잊지 않을 때, 그들이 불쌍해지는 거죠. 그들이야말로 못난 인생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겁니다. (317)
첫째, 가짜 진보와 자본주의 비판
김규항은 현대 사회에서 진보를 자처하는 정치인들이 실제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신봉하며, 진정한 진보가 아닌 가짜 진보를 추구한다고 비판합니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 같은 인물들이 정치적 민주화를 외치지만,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한 그들의 개혁은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가 부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체제 내에서의 합법성과 불법성은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김규항은 정당한 분배의 체제로 바꾸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라고 주장합니다. 또한, 마르크스가 종교가 인민들의 고통을 경감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인정했지만, 혁명만이 그런 현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 점을 강조합니다. 반공주의자들이 이를 왜곡하여 마르크스가 종교 자체를 반대한 것처럼 전파한 것을 비판합니다.
"이미지랄까 하는 것들이 절대 보수로 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동시에 보수와 갈등하고 싸우는 진보적인 모습도 필요하겠죠. 비로 민주화운동 세력입니다. 정치적 민주화를 좇는 사람들, 그러나 철저하게 자본주의 체제를 신봉하는 사람들, 김대중, 노무현, 유시민, 박원순 같은 분들이죠. 그리고 그들의 정치, 그들의 운동이 바로 가짜 진보인 개혁입니다." (p. 138)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부자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체제의 법을 근거로 합법인가 불법인가, 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그래서 정당한 분배의 체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입니다." (p. 228)
"말하자면 마르크스는 종교가 인민들의 고통을 경감하고 위로하는 역할을 한다는 걸 인정한 겁니다. 그런데 혁명만이 그런 현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한 거죠. 그런데 반공주의자들은 그걸 마치 마르크스가 종교라는 것 자체를 반대한 것처럼 살짝 비틀어서 전파한 겁니다." (p. 241)
이른바 NL(National Liberty, 민족해방) 세력 전부가 종북 세력은 아닙니다. 그중에서도 주사파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말하는 건데요. 사실 주사파는 주사파가 아니에요. 주사파라는 말은 주체사상파라는 말을 줄인 것인데, 실제 주사파는 남한 현실에 대해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사유하고 실천하는 게 아니라 북한 정권을 무조건 추종하는 세력입니다. (167)
둘째, 교육과 사회적 가치관 비판
김규항은 현대 사회에서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인생을 올인하지만, 그들의 가치관이 오히려 아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이명박 정권의 시장주의 교육을 비판하면서도, 부모들이 그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현실을 꼬집습니다.
또한, 한국의 대학 교육이 실질적인 교육이 아니라 상품을 키우는 과정으로 변질되었다고 비판합니다. 프랑스나 독일의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배우는 사회 지식을 한국에서는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배워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를 강조합니다.
김규항은 교육의 목표가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높은 가격을 가진 상품으로 키우는 것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합니다. 이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 올인하는 현실과 맞물려, 교육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아이들을 그렇게 생활하게 하는 건 이명박 정권이 아니라 바로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자신들의 인생을 올인한다는 부모들입니다. 이명박 정권을 반대하고 이명박 정권의 시장주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을 죽인다고 외치면서도, 그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우리들 말입니다." (p. 146)
"어떤 사람으로 키우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높은 가격을 가진 사람으로 키우는가가 교육의 목표가 되었어요. 실은 교육이라는 게 사라진 거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게 아니라 상품을 키우는 거죠. 그걸 교육이라고 부르면서 대한민국의 모든 부모들이 올인합니다." (p. 292)
"대학 졸업자가 몇 퍼센트인데 계몽이라는 말을 하느냐고 비난하는데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국의 대학이 정말 대학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물어보고 싶어요. 프랑스나 독일에서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배우는 사회 지식을 한국에선 대학생들이, 그것도 대학이 아니라 자기가 책을 사고 강연을 들어야 배운다는 걸 몰라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궁금해요." (p. 199)
셋째, 사회적 연대와 내면의 변혁
김규항은 사회의 상태가 그 사회 성원들의 내면의 반영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사회변혁과 내면의 변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사회적 연대와 개인의 내면적 성찰이 분리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30분이라도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내면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이 경쟁하는 인간을 키운다면, 우리는 연대하는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사회적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입니다. 김규항은 권 선생의 말을 인용하여, 32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하는 숙제 때문에 사람들이 바보가 된다고 지적하며, 욕망의 차이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는 신자유주의가 사람들의 영혼을 망가뜨렸다고 비판하며, 남보다 많이 갖거나 격차를 벌이는 사고방식이 이제는 탐욕스러운 지배계급만의 사고방식이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사실 한 사회의 상태는 그 사회성원들의 내면의 반영일 뿐, 그 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예요. 사회변혁과 내 안이 변혁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고, 우리가 둘을 분리해서 생각할 뿐이지 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거예요. 나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30분이라도 기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p. 156)
"이명박 정권이 경쟁하는 인간을 키운다면, 우리는 연대하는 인간으로 키워야 하는 거죠." (p. 180)
- **문장**: "그는 '내 밖의 적과 싸우는 일을 혁명이라 하고, 내 안의 적과 싸우는 일을 영성'이라 말하면서 '역사 속에서 혁명과 영성의 편향은 번갈아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p. 205)
권 선생께서 "32평짜리 아파트를 마련하는 숙제 때문에 사람들이 바보가 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그분은 어떤 사상이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금욕 생활을 한 게 아닙니다. 욕망이 달랐던 거죠. (219)
나는 신자유주의가 참 무섭다고 생각하는데요. 반세기 동안의 포악한 극우 독재가 사람들을 무릎 꿇게 했지만 정신이나 약호 영혼까지 망가트리진 못했어요. 그러니까 정치적 민주화도 되었다고 봐요. 그런데 이놈의 신자유주의는 불과 10년에서 20년 사이에 사람들의 영혼을 완전히 망가트렸어요. 남보다 많이 갖거나 보통사람들과 격차를 벌이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사고방식이 이제 더 이상 탐욕스러운 지배계급만의 사고방식은 아니잖아요. (222)
(...) 그런데 회개를 통해 즐거움의 기준이 바뀌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걱정스럽고 불안할 수 있지만 스스로는 즐거움으로 충만하죠. 경제적으로는 좀 더 불리하겠지만 이미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고요. 사실 한국은 절대빈곤 국가를 벗어난 지 오래고, 뭘 해도 먹고는 살아요. 경제적 불리함보다는 경제적 불리함에 대한 공포가 문제죠. 그걸 넘어서야 평생 갈 수 있습니다. 아이 또한 그런 가치관으로 키우는데, 그게 전혀 불안하지 않은 거죠. 그렇게 사는 게 좋다는 걸, 행복하다는 걸 진정으로 아니까요. (251)
한국 사회에서 아동문학의 흐름을 이오덕 선생이 바꿔놨다고 볼 수 있는데요. 환상적인, 비현실적인 동화에서 실제 삶을 기반으로 한 창작동화로 그 흐름이 바뀌었어요. 환상적이고 실제 현실에 없는 이야기, 꿈같은 이야기가 아이들한테 이롭다는 생각 자체가 사실은 파시즘의 교육 정책입니다. 권위와 폭력으로 누르면서 달콤한 이야기로 자신들만의 생각을 펼치지 못하게 만들고, 현실 문제에 관심이 없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는 거죠. 한국처럼 아이들에게 맑고 아름다운 것을 강조하는 강박을 가진 나라도 없을 겁니다. (281)
https://bandiburi-life.tistory.com/2378
독서습관 896_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_김규항&지승호_알마(240606)
■ 저자: 김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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