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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강의

[강의]응급의학 상식과 골든 타임의 중요성_응급의학과 전문의 남궁인 교수

by bandiburi 2024. 3. 8.

(출처: Rawpixel)

2024년 3월 10일 현재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계획에 대한 의료인력의 반대가 거세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남궁인 교수가 회사 조찬 강의에서 응급의학 상식에 대해 사례를 들어 설명해 줬다.

이미 알고 있는 상식도 있지만 실제 긴급한 환자들을 상대하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들을 보며 언제든지 내 주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사례일 수 있다는 경각심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강의를 들으며 먼저 나부터 평소에 건강한 생활습관과 안전한 업무 환경을 조성해서 자신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응급조치 대응 요령을 숙지해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긴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시민이 되야겠다. 준비된 시민이 많을수록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도와줄 수 있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다. 

남궁 교수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아래에 포스팅한다.


대한민국 응급의학 전공의 1999년 첫 배출

응급의학은 1995년 한국에서 처음 전공의를 선발하고, 1999년에 첫 전문의가 배출되었다. 그전에는 없었다는 의미다. 2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 2,400명의 전문의가 있다.

1993년 서해페리호 침몰 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났다.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없었다. 그래서 당시에는 사고가 나면 무조건 근처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래서 이후로 재난이나 국가적 상황에 전문적으로 대처할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선발했다.

 

권역응급의료센터 현황

현재 이대목동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5년째 권역을 벗어나지 못하며 일하고 있다. 권역센터는 한국에서 제일 심각한 환자들이 오는 곳이다. 하루에 100~150명의 응급환자를 대하고 있다. 레지던트가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파업으로 혼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강서 양천에서 가장 위독한 사람들의 vital sign을 모니터로 보고 있다. 심정지 신호에는 본능적으로 뛰어간다. 5~6초 걸리지만 걸어가면 환자가 4초 정도 더 죽음의 고통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난의료지원팀 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가 있다. 이태원 참사 때도 출동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KTAS(Korean Triage and Acuity Scale)

모든 환자는 환자분류소를 지나서 오게 된다. KTAS,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5단계로 구분한다. KTAS 순으로 환자를 진료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협업이 많이 이루어진다.

  • KTAS1 : 최우선순위, 하루에 1~2명 정도가 대상
  • KTAS2 : 골든타임이 의심되는 상태
  • KTAS3 : 1~2시간 이내 호흡곤란 등이 올 수 있는 상태
  • KTAS4 : 동네병원에 가도 되는 수준
  • KTAS5 :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되는 수준 

 

응급환자 사례들

다양한 종류의 환자가 온다. 

액체비누 (출처: pxhere)

액체비누를 드신 할아버지가 있었다. 비누는 약알칼리로 인체에 크게 해가 가지는 않는다. 말할 때마다 입에 거품이 나서 웃음을 참았던 기억이다. 

"피자를 먹었는데 빵이 목에 걸렸어요"라며 아주머니가 새벽에 왔다. 검사를 했지만 아무것도 안 나타났다. 혹시 몰라 내시경팀을 호출했다. 내시경을 보니 핫소스 포장지 일부가 목에 걸려 있었다. 피자빵 뒤에 붙어 있던 것을 피자와 함께 먹었던 거다.

어떤 환자는 여러 약을 모아서 모두 먹고 자살 시도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며 참 절박한 상태구나 싶었다. 

레지던트 때 70세 남자환자가 지하철에 뛰어들어 절단된 상태로 온 것을 봤다. 당시에는 지하철에 스크린도어가 없을 때다.  아침에 자살하려고 지하철에서 뛰어들었다. 구급대원이 다리 두 개를 들고 오고, 상반신이 뒤따라 왔다. 두 다리는 워낙 지저분하게 터져서 붙일 수가 없어 버렸다. 할아버지가 깨어나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다.

당시 신문에 난 기사를 봤다. 기사에는 출근길 시민들만 불편하지 사고 당사자나, 그의 가족, 사고로 충격을 받은 기관사 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이런 상황을 올바르게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천에서 주물이 폭발해서 전신 3도 화상을 입은 7명 중에 3명이 병원으로 왔다. 전신화상을 입은 환자들은 등만 닿은 채로 온다. 세신을 하고 연고를 발라 미라처럼 만든다. 살을 탄 검댕이를 제거하는데 이게 세신이다.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에 당장 죽여달라고 한다. 지옥을 묘사한다면 이런 상황이겠다 싶다. 결국 3명은 모두 사망했다.

화상은 일단 흐르는 물에 잘 씻어낸다. 물집이 너무 크면 터트린다. 화상연고가 좋지만 얼굴은 착색 때문에 안 쓴다. 알로에는 효과가 입증된 치료약이다.

오피스텔에서 집수정 점검하다 3명이 감전으로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집수정에 모터가 고장 나 작업자가 들어가 모터를 만져 감전됐다. 옆에서 작업반장이 순간 구하려고 뛰어들었다가 익사 상태가 되었고, 이를 본 관리인이 뛰어들었다가 감전되었다. 동료가 죽어가고 있으니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이다. 만약 감전자가 있다면 비전도체로 분리해야 한다.

인간의 힘은 전류를 이겨낼 수 없다. 몸을 움직이는데 미세한 전류가 사용된다. 그래서 전류가 몸에 흐르면 몸이 마비된다. 물안에서 전류가 흐르면 움직임이 불가능해 산 채로 익사한다.

최악의 안구 손상은 네일 건을 안구 검은자에 쏜 사례도 있었다. 안구 손상 시에는 흐르는 물에 씻어낸다. 쇳조각 등은 그대로 병원에 온다.

밀폐된 공간에서 아르곤 용접하다 질식사한 경우도 있었다. 아르곤 가스는 무색무취로 산소를 대체한다. 그래서 호흡기로 호흡하는 순간 피로 들어가서 즉사할 수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용접을 하면 위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악용해 아르곤을 자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질산나트륨 Sodium Nitrite (출처: Wikimedia Commons)

아질산나트륨은 100g만 먹으면 30분 내로 사망한다. 복용에 주의해야 한다. 아질산나트륨은 소시지 등에 방부제로 미량 사용한다. 그래서 조리시간에 잘못 쓰면 위험하다. Sodium Nitrite는 공업용으로 살 수 있다. 

절단사고도 접하게 된다. 사지 절단의 경우 얼음을 재운 물에 넣어 병원으로 이송한다. 다만 직접 얼음에 닿지 않게 한다. 조그만 부위라도 일단 꼭 챙겨서 가져간다. 봉합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다. 심장에 가까운 쪽은 봉합하기 어렵다. 깔끔한 절단사고가 아니면 생각보다 어렵다. 손가락이 가장 붙이지 쉽다.

(출처: Wikimedia Commons)

DMAT팀은 교통사고 출동이 많다. 트럭은 앞쪽 본넷이 없어 사고가 나면 주로 다리가 부러진다. 119에서 상반신만 들고 오는 경우가 많다. 안전벨트를 차지 않으면 사람이 머리부터 날아간다. 뒷좌석 안 메면 날아서 앞유리창으로 향한다.

재해사망 1위는 추락이다. 추락은 사람에게 큰 손상을 줄 수 있다. 추락하는 H빔 같은 중량물 맞으면 사람을 짓뭉갠다. 하루에 0.96건의 사고가 일어난다. A자 사다리에서 추락이 많다.

목동 빗물펌프장 근로자 사망 사건은 폭우로 근로자가 나오지 못한 사건이다.

여의도 싱크홀 사건이 기억난다. 50대 환자가 오셨는데 진흙을 뒤집어쓴 상태였다. 기도에서 흙탕물이 나온다. 싱크홀로 떨어지며 상수도 관이 터져서 익사했다. 물이 기도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 안에서 아직 살아있었다는 거다.

 

중증외상이란

중증외상 환자란 전신이 많이 다친 사람이다. 외상으로 죽었다면 머리나 심장이 다쳐 즉사했거나 과다출혈이 원인이다.

혈액량은 체중의 약 5%를 조금 넘는다. 대략 5리터 정도다. 750mL까지의 혈액 손실은 Class1이다. 2리터 이상을 쏟으면 Class4로 분류하며 위험하다. 이국종 교수는 혈액을 2리터만 쏟으면 죽는다고 했다.

뇌와 심장에 손상을 받으면 즉사한다. 나머지 장기손상은 과다출혈이 위험하므로 실혈을 막아야 한다. 폐나 복강 안에서 2리터 이상의 실혈이 가능하다. 병원 치료로만 지혈이 가능하다. 최대한 외부 지혈을 해서 혈액을 아끼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머리를 지키기 위해 안전모를 써야 한다. 대부분 머리로 즉사하기 때문이다. 안전모만 쓰면 죽지는 않는다.

 

골든타임

심정지, 기도 폐색, 뇌졸중. 골든타임과 관련된다.

심정지는 대부분 심근경색으로 이뤄진다. 심근경색은 혈관질환이다. 심혈관(관상동맥)은 심장근육을 먹여 살리는 혈관이다. 심혈관이 막히면 심장근육이 마비된다. 이게 심근경색이다. 심장근육은 전기신호로 뛰고 있는데 근육에 부정맥이 오게 되면, 심실세동이 된다.

심장이 뛰지 않아 3초 이상 뇌로 혈액이 가지 않으면 뇌 손상으로 이어진다. 뇌는 산소 공급 없이 3초 이상 버틸 수 없다.

심폐소생술은 물리적인 행위다. 깊이 눌러서 심장을 물리적으로 짜는 거다. 그러면 관상동맥과 뇌 쪽으로 피가 어느 정도 도는 거다. 뇌손상을 피하기 위해 최대한 빨리 대응해야 한다. 30분 넘으면 거의 죽는다.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과 시행으로 심정지 생존율이 높아졌다. 

심폐소생술 순서

  1. 발견하면 의식과 호흡을 확인한다.
  2. 의식이 있으면 심정지가 아니다.
  3. 호흡이 있으면 심정지가 아니다. 다만 불안정한 호흡은 심정지다.
  4. 가슴 압박을 한다.
  5. 심장충격기로 기계가 시키는 대로 한다. 

기도폐색

2004년에 성우 장정진 씨가 오락프로서 떡을 먹다가 질식해서 사망했다. 당시 현장에서 대응하는 사람이 없었다.

질식을 확인하는 좋은 방법은 물어보는 것이다. 질식이면 말을 못 하고 얼굴에 청색증이 생긴다. 이때 하임리히 법을 쓴다. 원리는 폐 두 개로 공기가 나올 수 있는 구멍은 기도밖에 없다. 복부에 팔을 대고 위로 친다. 일시적으로 해야 흉강에 압력을 줘서 빼낼 수 있다.

뇌졸중, 뇌경색도 골든타임이 있고 혈관질환이다. 심근경색과 같다. 뇌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딱 막혀서 공급되지 않는 순간 증상이 나타난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3시간, 넉넉히 6시간이다. 이 경우 주사를 써서 혈전을 녹여버린다. 3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뇌가 죽지 않은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증상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난다. 갑자기 말을 못 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젓가락을 떨어뜨린다.

뇌졸중 3대 증상은 안면마비, 어눌한 말, 편마비다. 이 중 하나만 있어도 뇌졸중이다.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드물게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어지럽고 중심이 안 잡히는 경우도 있다.

골든타임과 응급실 이용 관련 현대 의학의 골든타임은 아래와 같다.

  • 중증외상은 최대한 빨리
  • 심정지는 1초라도 빨리
  • 심근경색은 90분 이내로
  • 뇌경색은 3시간 이내로

E-gen이란 앱이 있어 응급실 이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안전을 알고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인권이다.

 

Q&A 중

의료진의 정신건강은 의료사각지대다. 응급의학과 지원하는 의대생이 전국에서 100명 정도다. 이 사람들은 대체로 멘탈이 강한 사람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와서 잘 견딘다.

지혈제로 가루를 뿌리는 사람이 있는데 주의하면 좋겠다.

심폐소생술은 법적으로 민사, 형사로 면제가 된다. 갈비뼈는 부러질 수 있지만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의식과 호흡을 잘 체크해서 죽어 있는 사람에게 하면 된다. 확실하지 않으면 시행하는 편이 좋다. 심폐소생술 하고 있는데 아프다고 하면 그만하면 된다.

이가 뽑혔을 때 이를 우유에 담그는 게 좋다. 그렇지 않으면 30분 이내에 세포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30분 이내에 우유에 담근다. 생체조직을 좀 더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물보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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