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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전장의 시_역사의 흐름 속 서강석과 김영채를 연결하는 글_원작 시라노 드 베르쥬라크와 비교

by bandiburi 2023. 6. 10.

딸과 함께 부부가 남양주 다산아트홀에서 <전장의 시> 연극을 봤다. 소개자료를 읽어보니 애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의 낭만 희곡 <시라노 드 베르쥬라크(Cyrano de Bergerac)>를 원작으로 해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재탄생한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작가도 희곡도 모두 생소하다. 하지만 구글링 해서 <시라노 드 베르쥬라크>에 대한 내용을 읽고 연출자가 <전장의 시>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비교하며 연극을 봤다. 1층 무대 바로 앞에서 관람하니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는 듯해 좋았다. 

1. 원작에서는 시라노가 기형적인 큰 코가 콤플렉스였고, <전장의 시>에서는 서강석이 일제 치하에서 받은 고문으로 얼굴에 흉터가 콤플렉스로 등장한다. 

2. 원작에서 시라노의 팔촌 여동생 록산느였고, 이 연극에서는 서강석이 좋아하는 이웃집 처녀 김영채로 나온다. 

3. 원작에서 록산느가 부대에 갓 부임한 크리스티앙을 연모하고, 이 연극에서는 김영채가 새로 부임한 하사 최준혁에게 첫눈에 반하는 것으로 각색되었다. 

4. 원작에서 크리스티앙을 대신해 시라노가 사랑의 글을 써주고, <전장의 시>에서는 서강석이 최준혁을 대신해 글을 써준다. 

5. 원작에서는 크리스티앙과 시라노가 스페인과의 전쟁에 참전하고 크리스티앙이 전사한다. 연극에서는 서강석과 최준혁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최준혁이 전사한다. 

이 외에는 크리스티앙과 최준혁이 결혼 직후에 전쟁터로 나가게 된 점부터 록산느와 김영채가 수녀원에 있는 동안 시라노와 서강석이 15년 동안 세상 소식을 전한다며 찾아가고 결국에는 사랑하는 연인에게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고 죽는 것까지 동일하다. 

연극에서 등장하는 서강석 중사의 인물됨은 부러지지 않는 강직함으로 살아가는 싸움 잘하는 시인이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 고문을 당해 얼굴에 심한 흉터가 있어 연애에 지장이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운 점이다. 

한반도 분단을 현실화한 이승만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한국전쟁 이후에도 독재정치가 이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모습은 故리영희 교수를 떠올리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온몸을 바쳐 진실을 고수하려는 인물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참혹했던 역사가 100년이 넘지 않은 가까운 시기에 있었다. 빠르게 압축된 발전한 우리에게 진실이 그만큼 빠르게 과거에 묻혀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가 변해도 정의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진실보다 당장의 이익을 추종하며 타인을 짓밟는 사람들이 과거의 친일파와 같은 무리들이다. 그런 무리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갈수록 태연하게 몰염치한 행위를 하는 시대에 서강석과 같은 인물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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