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계신 고향집은 언제 찾아도 포근하다.
중학교 2학년 1학기까지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짙은 안개가 한낮의 더위를 예고한다.
목소리 컸던 옆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은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
돼지가 살던 곳이다.
다시 소 네 마리가 살았다.
지금은 하지에 감자를 캐서 보관한다.
구형 화장실 가는 길이다.
왼쪽은 소가 먹을 볏짚을 썰어 보관했다.
지금은 잡동사니들 차지다.
대문옆을 지키고 있으면서 풍성한 가을을 왕성하게 뽐내던 감나무다.
이겨낸 세월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몇 번의 개조를 거듭하며 집은 조금씩 넓어졌다.
현대화되었지만 뼈대는 그대로다.
담배농사를 짓던 시절에 사용된 건조기다.
뜨거운 여름에 담뱃잎을 들에서 따서 말렸다.
대학생 시절에 기절할 듯한 더위에 맞서 밭고랑을 오갔다.
건조기에 담뱃잎을 넣으면 하루가 저문다.
몸은 녹초가 됐다.
지금은 어머니 전용 창고다.
과거에 지하수를 퍼올리던 수동펌프가 있었다.
마중물을 넣고 몇 번을 꺼덕거리면 물이 나왔다.
더운 여름에는 등목을 하던 곳이다.
수도에게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자녀들이 모두 떠나고, 키우던 소도 돼지도 모두 팔아버리고 덩그러니 비어버린 창고와 사랑방이다.
어두컴컴한 그림자로 자신의 존재를 가까스로 보여준다.
어머니가 조성해 놓은 화단은 몇 가지 꽃들이 번갈아가면서 꽃을 피운다.
손길을 주지 않아도 바람과 햇볕이 키워준다.
소죽을 끓이고, 두부를 만들던 아궁이는 가끔 쥐가 흙벽을 상하지 못하게 불을 지피는 곳이 되었다.
치열하게 땔감을 찾아 먼 산을 헤매던 시절이 있었다.
석유와 전기에게 자리를 내준 뒤로 숲은 우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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