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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691]젊은 예술가의 초상_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_가정 종교 국가의 정체성 속에서 예술가의 길을 찾다

by bandiburi 2023. 2. 11.

<밀란 쿤데라 커튼>에서 제임스 조이스와 카프카를 비교한 내용이 있다. 그래서 제임스 조이스와 카프카의 책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스티븐의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서 짜임새 있게 진행되지 않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영국의 영향을 받는 섬나라 아일랜드에서 자란 소년에게 가정, 종교, 국가를 지속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환경에서 자란다. 가톨릭이 지배적인 섬나라에서 종교의 영향력을 크다. 스티븐이 입학하는 학교도 예수회 소속으로 신부들이 가르치고 체벌도 가한다. 성모 마리아, 예수, 천국과 지옥 그리고 수많은 성서에 나오는 말들이 인용된다. 성경이나 성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더욱 어려운 소설이 될 수 있다. 

이 소설을 통해 19세기말 아일랜드에서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가정이 부유했다가 가난해지는 환경 속에서 가족들의 삶의 추락을 보게 된다. 종교개혁 이후에도 여전히 종교가 일상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을 보이는 모습도 드러난다. 또한 아일랜드가 영국의 지배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면도 조금씩 드러난다. 

마지막 '해설' 부분에서 역자가 정리한 아래 문장이 소설을 잘 요약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유년기에서 청년기에 이르는 주인공의 정치적 종교적 지적 편력을 다룰 뿐만 아니라, 가정과 종교와 국가를 초탈한 그가 예술가로서의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결국에는 자기 유배의 길을 떠나는 과정까지를 그리고 있다. 그러므로 작가의 서술은 주인공의 자아상 탐색과 정신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결국 이 과정을 살핀다는 것은 곧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이해하는 길이기도 하다.(392)  

이리하여 정치와 종교와 가정을 모두 떨쳐버린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을 근거로 한 자기의 예술가적 신념을 이론적으로 확립한 후 이를 실천하려는 결의를 다진다. (397)


단티는 식탁 위로 몸을 굽히며 케이시 씨에게 고함 질렀다. 「옳았다고요! 옳아! 그분들은 늘 옳았단 말예요! 하느님과 도덕과 종교가 늘 무엇보다도 앞서니까요 (61)

당시 단티와 같이 종교나 종교 지도자들에 대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늘 옳다. 그들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옳다. 이런 순수하면서도 의심하지 않는 믿음을 종교는 필요로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도 그런 맹목적인 믿음이 많이 보인다. 영화 <밀양>에서 아들을 잃어버린 신애(전도연 분)에게 맞은편 약국의 약사부부가 하는 말도 약간은 맹목적인 긍정처럼 보였다. 신앙이란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동시에 가질 필요가 있다. 

학감이 성직자이긴 하지만 그 처사만은 부당하고 잔인했다. 그의 회백색 얼굴이나 강철 테가 둘린 안경 너머의 그 빛깔 없는 눈은 온통 잔인해 보이기만 했다. 왜냐하면 그가 단단하고도 부드러운 손으로 스티븐의 떨리는 손을 폈던 것도 오직 더 아프게, 더 큰 소리가 나게 때리기 위해서였기 때문이었다. (81)

그의 영혼이 영신적 지식을 강화해 감에 따라 차츰 그는 온 세상이야말로 하느님의 권세와 사랑을 거대하고 균형 있게 표현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삶은 하느님께서 내리신 선물이므로 그 삶의 모든 순간 모든 감각에 대해서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잎사귀 하나를 보고 있을 경우까지도, 그의 영혼이 그것을 내리신 분에게 마땅히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했다. 세계는 그 견고한 실체와 복잡성에도 불구하고 이제 그의 영혼을 위해서는 오직 신성한 권세와 사라오가 보편의 원리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233)

유혹이 점점 빈번해지고 더욱 강렬해지자 성인들의 시련에 대해서 그가 들었던 이야기가 결국 그에게는 진실로 보였다. 빈번하고 강렬한 유혹이 있음은 곧 영혼의 성곽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으며 악마가 그것을 허물어뜨리기 위해 발악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었다. (237)

「우리 학교 같은 곳에서는 늘 한두 명의 아이들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고 종교 생활을 시작한단다」 교장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이런 아이는 깊은 신심과 다른 애들에게 보이는 모범으로 인해 특히 눈에 띄는 법이지. 그 아이는 학생들의 존경을 받게 되고 아마 동료 신심회원들에 의해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해. 그런데 스티븐, 우리 학교에서는 네가 바로 그런 학생이란다. 성모 신심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잖니. 어쩌면 하느님께서 당신께 불러들이려고 하시는 아이가 바로 너인지도 모르겠구나」 (244)

주인공 스티븐이 종교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자기 나름대로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왔다. 그것이 모범이 되었고 교장의 눈에는 경건한 종교인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였다.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경건한 척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수많은 죄성이 보인다. 결국은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길을 찾아가는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그 이유는 교회가 모든 옛 죄인들처럼 잔인하기 때문이야」 템플이 말했다. (363)

내가 그것보다도 더 두려워하는 것은 2천 년이라는 세월에 뭉쳐진 권위와 존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한 상징에 대해 내가 거짓된 경의를 표할 때 내 영혼 속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화학 작용이라고」(...) 「나는 신앙을 상실했다고 했어」 (374)

「너는 내게 내가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이냐만 물어왔어. 내가 무엇을 할 것이며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지를 말해 주마. 내가 믿지 않게 된 것은, 그것이 나의 가정이든 나의 조국이든 나의 교회든, 결코 섬기지 않겠어.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이나 예술 양식을 빌려 내 자신을 가능한 한 자유로이, 가능한 한 완전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할 것이며,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에게 허용할 수 있는 무기인 침묵, 유배 및 간계를 이용하도록 하겠어」(379)

조이스는 1904년에 노라 바나클이라는 여인과 만나 함께 더블린을 떠나 사실상의 자기 유배의 길에 나서면서 10년 후에는 기필코 화제가 될 만한 책을 쓰겠다고 선언했으며, 1914년에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에서 이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완성하여 잡지 연재를 시작했다. (390)


독서습관691_젊은 예술가의 초상_제임스 조이스_2019_민음사(230210)



■ 저자: 제임스 조이스 James Joyce

188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여섯 살에 예수회가 경영하는 클롱고스 우드 기숙학교에 입학했으나 가세가 기울어 서민적인 예수회 계통 학교인 더블린의 벨비디어 학교로 옮겼다. 열여섯 살 때부터 스무 살 때까지 더블린의 유니버시티 칼리지를 다녔고, 1902년에 현대어문학 전공으로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의학을 공부하러 파리로 갔다가 1904년 어머니의 병 때문에 일시 귀국했지만 노라 바나클이라는 여인과 함께 다시 유럽 대륙으로 떠났다. 이후 1909년 아일랜드를 두 번 방문한 것을 빼고는 트리에스테, 로마, 파리, 취리히 등 평생 유럽 대륙을 전전했다. 

1914년에 고향 더블린을 배경으로 타락한 아일랜드 사회의 모습을 그린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을 출간했고 1916년에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통해 '의식의 흐름'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문단에서 널리 인정받았다. 마흔 살이 되던 해인 1922년에는 기존 소설의 전통을 깨뜨리고 문학적 실험을 극한까지 몰고 간 대작 <율리시스>를 발표하여 작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39년에 마지막 소설 <피네건스 웨이크>를 출간한 후 알코올 중독과 백내장 등 여러 병에 시달리다 1941년 취리히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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