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6권의 시작은 여아와 남아를 성혼시키고 극진한 예를 갖춰서 안사돈끼리 주고받는 편지인 사돈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전통혼례에는 있을 법하지만 서양식 예식이 들어오면서 사라진 것인지 요즘은 언급되지 않는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옹구네는 춘복이를 위해 강실이가 강모 사이에 있었던 일을 여기저기에 소문을 내고 있다. 춘복이는 추운 보름밤 매암에 왔다 강실이가 쓰러진 것을 보고 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중 일을 내고 말았다. 옹구네는 이 사실마저 춘복이에게 듣고는 은근히 떠벌리며 다니고 그 노력의 결과로 웬만한 사람들은 반신반의 알고 있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기표의 노비 아들인 봉출이의 맹한 행동은 잠시나마 웃음을 자아낸다. 기채가 내일 오수에 다녀오라고 했더니 다음날 아침에 봉출이가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봉출이는 아침도 점심도 못 먹고 오수에 다녀온 것이다. 상전이 시킨 일이라고 왜 가는지 묻지도 않고 가서 뜨거운데 고생만 하고 온 것이다.
청암부인이 마지막에 효원과 나누는 대화가 의미심장하다. [122~123]
"내가 무슨 한 일이 있겠느냐.... 세월이 그렇게 해 준 것이지."
"무심한 세월이라고 어디 아무한테나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전에 제가 듣고 마음에 좋아서 접어 둔 말이 있는데요. 봄바람은 차별 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고 안허든가요."
"(중략) 목숨만큼 소중한 것은 세상에 없지. 껍데기만 살었다고 목숨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같이 잘 보존하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매암 양반댁에 장 담그는 날에 대한 묘사가 아름답다. 율촌댁, 효원, 오류골댁이 장독대에서 장을 담근다. 이 장소에서 강실이와 효원간의 소리 없는 팽팽한 긴장이 이어진다.
결국 강실이가 푸른 안색을 띠며 쓰러지고 이 상황에서 옹구네가 기다렸다는 듯이 등장해서 상황을 악화시킨다. 결국 강실이를 위해 진의원이 남원에서 왔는데 대경실색 태맥을 확인한다. 이 사실은 먼저 부모인 오류골댁과 기응에게 날벼락으로 떨어지고, 문밖을 나서는데 효원이 기다리고 있어 사실을 알리게 된다.
이제 강실의 임신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춘복이와 있었던 일도 알려졌다. 점차 효원이 집안의 며느리로서 상황을 수습하고자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7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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