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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40_우리의 전통문화 이해를 돕는 책_혼불5_최명희_2004_한길사_향약 덕석말이 액막이연 투장 정월대보름(180310)

by bandiburi 2018. 3. 10.

정월대보름에 밝은 달빛 아래 강실이는 멀리 만주 땅으로 떠난 강모를 애타게 기다린다. 발소리만이라도 들었으면 바라면서. 

5권에서는 춘복이가 강실이를 마음에 품고 떠오르는 달을 보며 흡월하는 장면이 나온다. 춘복이는 강실이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양반집 귀한 따님에 대한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다. 여기에 불을 놓듯 옹구네는 보름에 사람들이 모이는 틈을 타 강실에 대한 소문을 내기 시작한다. 

강모와 강태는 만주땅에서 서로의 역사관에 대해 토론을 한다. 

"일본놈들은 교활하고 잔혹하게도 조선 강토를 다 빼앗아 유린하면서.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조선 인민들을 모조리 몰아 삭방의 만주 황무지로 내쫓고는, 그 강토에 저희 내지 국민들을 옮겨 살게 하려는 수작 아닌가. 조선 사람 보고 자꾸만 만주가 낙토라고 부추겨 꼬이는 속셈이. 그러면서도 이름은 근사하지. 개척단. 그게 반 강제 아니냐"

그리고 정체가 의문인 집주인 김씨가 등장한다. 범상치 않아 보인다. 

향약이 소개되고 향약을 통해 사람들간의 질서, 신분간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고 만약 백성들 중 누군가 그 규칙을 어기면 덕석말이를 당하게 된다는 내용도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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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비록 나라에서 정한 법은 아니었으나, 향약은 엄중하였다. 

아득히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북송 말, 중국의 섬서성 남전현 고을 여씨 문중에서,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널리 이름을 떨친 대충, 대방, 대균, 대림 네 형제가

  • 착한 일은 서로 권하고 (德業相勸)
  • 잘못은 서로 바로잡고 (過失相規)
  • 예의와 풍속을 서로 교환하고 (禮俗相交)
  •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는 서로 돕자 (患難相恤)

는 내용으로 조항을 만들어, 집안간과 일가친척은 물론이요. 향리 전체를 잘 선도하여 바르게 이끌고자 했던 여씨향약. 이것이 바로 모든 향약의 모체였다. 

삼국유사의 서동설화에 대한 강모와 강태 종형제간의 담소를 통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드러난다. 공감한다. 

[194] "백제 무왕뿐만 아니라, 백제에 관련된 모든 부분이 그렇게 비하 편향돼 있지. 그 이유는 오로지 백제가 망하여 모든 사료는 멸실되고, 남은 기록이라는 것은 다시 말해 적국인 신라와, 신라를 바친 고려의 손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야. 왜곡 굴절된 것이지."

[195] "(중략) 왕실이 장난이며 공주가 인형이냐? 역사는 개인의 일기장이 아닌데. 이토록 왜곡되어 비판도 없이 수용된다. 정사는 아니지만 이것들은 백성의 의식에 침윤해서 가공의 영상을 만들어내니. 거짓말이 굳어져 사실로 믿어지는 것과 같지. 그러니까 백제 무왕을 희화시켜, 손상된 신라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은 편법이었다고나 할까. 결국, 거꾸로 읽으면 정답이 보여. 특히나 백제와 신라, 백제와 고려, 그리고 후백제와 고려의 관계는."

어린 시절 정월대보름이면 사람들이 음식도 챙겨 먹고, 달맞이도 하고, 연도 날리고 여러 가지 세시풍속을 따랐다. 하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요즘에는 그런 풍속을 따를 환경도 안되지만 우리의 마음에서 먼 과거의 일인 것처럼 정지되어 있다. 

[234] 오늘은 보름밤

지치게 날리고 놀던 연이나 금방 만든 새 연이나 가릴 것 없이, 이제 더는 가지고 있지 못한다. 

생솔가지와 생대나무로 푸르게 엮어 지은 달집이 뭉글뭉글 구름 덩이 같은 흰 연기를 토하며 타오르는 붉은 불길에 던져 넣은 연들은, 화르르 불너울을 일으키며 눈 깜짝할 사이에 스러져갔다. 

"모든 액은 다 타 버려라."

후반부에 청암부인이 살아계실 때 남모르게 베푼 선행의 사례가 소개된다. 감동이다. 

처자식이 굶주려 죽어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던 아랫몰 부서방이 감히 청안부인댁 광을 뒤지다 청암부인에게 들켰다. 죽었구나 생각했지만 당시 서민들의 굶주림을 알고 있던 청암부인은 흰쌀 가마니를 주며 '지고 갈 수 있겠느냐?'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하여 청암부인 사후에 부서방이 이기채에게 얘기하기까지 그 누구도 모르고 있었다. 부서방은 평생을 이 순간을 잊지 않고 살게 된다. 

마지막 부분은 굿판으로 먹고사는 만동이 부부가 아버지 홍술이의 유언을 실행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굿을 하는 당골네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 수 있다. 투장해 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실현하기 위해 양반댁 초상을 기다린다. 청암부인이 돌아가셨을 때 명당자리인 묘에 몰래 가서 그곳에 슬쩍 아버지의 뼈를 합장한다. 투장이다. 

만동이 어렸을 적 아버지 홍술이와 나누는 대화속에 당시 신분제에 대한 백성들의 생각이 담겨있다. 

[281] "그러먼 왜 누구는 이렇게 살고 누구는 저렇게 살고 헌디야? 지가 그러고 자퍼서 그렇게 살라고 골랐이까? 허고 자운 놈으로?"

"타고나제. 맘대로 골라 살 수 있다먼 어뜬 쎄 빠진 놈이 무당 서방을 허겄냐? 지집 덕에 먹고사는 지둥 서방 한 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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