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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531_5년간 생물 화석 지질 탐사 세계여행_비글호 여행기_찰스 다윈_2006_샘터사(220219)

by bandiburi 2022. 2. 19.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의 저자와 진화론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그가 왜 진화론의 아이디어를 얻었는지는 깊이 있게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 <비글호 항해기>는 비록 700페이지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그의 5년간의 여정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진화론에 대한 아이디어가 어떻게 도출됐는지 잘 알 수 있는 흥미진진한 탐험기입니다. 1831년 12월에 영국을 출발해서 남아메리카를 거쳐 뉴질랜드, 호주,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를 거쳐 다시 1836년 10월 영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인종, 문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지질에 대해 조사한 노력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날씨의 영향, 인디오 등 도착인에 의한 위험, 산을 오르고 지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의 위험 그리고 동식물을 조사하는 과정에서의 위험 등을 겪었습니다. 다행히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그의 뛰어난 학문적 성과를 접할 수 있는 것은 그 위험을 무사히 극복하고 안전하게 영국으로 귀환해서 5년간의 여정을 담은 <비글호 항해기>을 남겼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며 느낀 소감을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여행은 인간이 그 모든 신체적인 감각이 완전하게 충족된다 하여도 경험하게 되는 욕구와 갈망을 예리하게 만들기도 하고 또한 부분적으로 완화시키기도 한다. 새로운 사물을 만났을 때의 흥분과 성공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흥분 때문에 사람은 더더욱 활발히 움직이게 된다. 더구나 수많은 개별적인 사실에 대한 흥미는 금방 사라지므로, 비교하는 습관을 통해 일반화하게 된다. (682)

 

노예의 주인에게는 부드러운 눈길을 보내면서도 정작 노예들은 차가운 마음으로 대하는 사람들은 결코 노예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본 적이 없으리라. 더 나아질 것에 대한 희망조차 없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암담할까! 당신의 아내와 어린아이들 - 신은 노예들에게도 자신의 '가족'을 주셨다 - 을 당신에게서 빼앗아 짐승을 경매하듯 가장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순간이 당신에게 불쑥 다가온다고 상상해 보라! 이웃을 자신같이 사랑한다고 주장하며, 신을 믿고 그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 기도하는 사람들이 이런 행위를 저지르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행위에 대해 변명하고 있다니!(676)

 

첫째, 19세기 전반의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이란 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국을 출항해서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타히티, 뉴질랜드, 호주, 킬링 제도, 세인트 헬레나섬 등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여정에서 이미 영국의 식민지로서 정착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현지에서 선교사, 정부 관리, 장교 등으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로 영국 이외에도 스페인이나 프랑스령도 있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칠레 남쪽 지역은 한국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지역인데 다윈의 탐험을 따라가며 지리와 생물의 분포, 현지 인디오들의 척박한 삶의 환경을 간접경험했습니다. 남극에서 멀지 않은 지역은 수많은 섬으로 이뤄져 있고 추운 날씨로 사람이 살기에는 쉽지 않은 조건입니다. 

비글호 여행경로(출처: Wikimedia Commons)

 

이것이 내가 마구를 침대 삼아 야외에서 보낸 첫날 밤이었다. 가우초 생활이 지니는 독립성 속에는 언제든 말을 멈추고 "이곳에서 오늘 밤을 보내자"라고 말할 수 있는 크나큰 즐거움이 있다. 평원의 쥐 죽은 듯한 고요함, 보초를 세워 둔 개들, 집시처럼 모닥불을 에워싸고 잠자리에 든 가우초들. 첫날밤의 이러한 광경은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고, 앞으로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것이다. (114)

 

내가 이키케에서 잡았던 것은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이 벌레를 테이블 위에 놓고 손가락을 내밀면, 이 대담무쌍한 벌레는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도 개의치 않고 재깍 흡판을 뻗어 물어뜯을 태세를 취할 것이며, 여차하면 피를 빨려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상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462)

(출처: freesvg)

집들이 흩어져 있고, 울타리, 관개용 수로와 무덤이 보였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수와 생활환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들이 사용하던 토기, 양털 의류, 돌을 깍아 만든 도구, 구리로 만든 연장, 보석 장신구, 궁전, 수력을 이용한 기계 등을 보면 이곳에 살던 인디오들의 기술 문명 수준에 놀랄 뿐이다. (507)

 

 

둘째, 다윈의 자연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비글호에 자연사학자로서 탑승한 것이지만 각 지역에서 내려 아무도 가지 않은 산길을 개척하며 오르며 돌의 종류, 지층의 상태, 곤충과 새나 동물의 종류를 세고 표본을 채취하고 기록합니다. 본인의 왕성한 지적 호기심이 없다면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압도했을 것입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인간적 연민도 보입니다. 특히 파타고니아 지역의 인디오들의 옷도 거의 헐벗은 상태로 추운 날씨 속에 살아가는 모습, 노예로 주인에게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 거기에 적응되어 버려 인간적 존엄을 볼 수 없는 상태에 대한 감정을 글로 드러냅니다. 

 

평범하지 못한, 좀 아둔한 흑인 노예와 함께 나룻배를 타고 간 적이 있었다. 도중에 내 뜻을 전달하기 위해 큰 소리로 얘기하며 손짓을 하다가 그만 내 손이 그의 얼굴 가까운 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그는 내가 화가 나서 자신을 때리려는 것으로 생각했는지, 순간적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반쯤 감더니 손을 아래로 턱 늘어뜨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크고 힘센 남자가 자기 얼굴에 곧바로 날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주먹을 피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당시 내가 느낀 놀라움과 혐오감 그리고 부끄러움은 결코 잊을 수 없다.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동물인 노예보다도 더 낮은 퇴화 상태로 길들여진 것이다. (55)

 

기독교인들은 인디오란 인디오는 다 죽이고 인디오들 역시 기독교인들에게 똑같이 대응하는 식의 이런 교전은 오래 지속하기에는 너무 처참하다. 인디오들이 스페인 침략자들 앞에 어떻게 무릎 꿇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우울한 일이다. (159)

 

(출처: max pixel)

 

가정이 무엇인지 모르고 애정도 모른다. 남편과 부인은 포악한 주인과 부지런한 노예의 관계 같다. 바이런이 서쪽 해안에서 직접 목격했던 끔찍한 일인데, 바다에서 잡은 성게 바구니를 떨어뜨렸다면서 아버지가 아들을 바위에 내동댕이쳤다. 피 흘리며 죽어 가는 아기를 안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끔찍한 풍경이다. 본능보다 높이 있는 정신력이 이들에게는 없는 것인가. 상상력이나 판단력, 비교 능력이 발달될 수 없는가. (308)

 

왜냐하면 이 지역의 인디오 종족은, 한꺼번에 모두 기독교 신자로 만들거나 노예로 만들려는 기독교계의 욕심으로 인해 멸종당했기 때문이다. (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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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다윈의 과학적 추론 능력입니다. 지진을 경험했을 때 피해를 입은 모습을 통해 진원지의 방향을 추정하는 부분과 산에서 만난 지층에서 조개껍질이 분포된 것을 보고 땅의 침강과 융기의 과정을 생각하고, 산호초의 분포를 시험을 통해 깊이를 파악하고 수면밖에서는 생존하지 못하는 사실을 통해 산호섬의 단면도를 그려 해석합니다. 그가 단순히 진화론을 주창한 생물학자일 뿐만 아니라 지질학에 대한 전문성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윈과 함께 19세기 전반기에 세계 곳곳의 삶의 수준과 상태를 알 수 있고 계속 변하는 탐험기라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말도나도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라플라타 강 연안에서 라구나델포트레로 사이에는 넓은 모래 언덕 지역이 있다. 나는 이곳의 모래에서 유리로 된 규산질의 관들을 발견했다. 부석부석한 모래 속으로 번개가 들이쳐서 형성된 것이다. (99)

 

티에라델푸에고의 갈조류들은 그것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동물들보다 훨씬 넓게 분포해 있다. 남반구의 이런 거대한 수중 해초대는 열대 지역의 육상 밀림과 비교될 수 있겠다. 하지만, 만일 육상 밀림이 훼손된다 하더라도 이곳 켈프가 훼손됐을 때만큼이나 수많은 동물들의 멸종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338)

 

 

광석을 분쇄기에 넣어 미세한 가루로 부순 다음 물로 씻어 내어 가벼운 가루들을 제거한다. 마지막으로 아말감화에 의해 금가루를 모은다. 물로 씻어 낸다는 것은 말 그대로 보면 매우 간단한 과정인 것 같다. 그러나 금의 비중에 알맞게 물의 흐름을 정밀하게 조절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374)

 

사실 카나리아 제도 역시 당시로서는 좀처럼 가보기 어려운 오지였다. 그곳은 바로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곳이다. 코르시카에 유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탈출하여 파리에 재입성한 나폴레옹을 또다시 보내 놓고 파리 시민들이 두 다리 뻗고 잠들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카나리아 제도의 지형 때문이었다. (6)

 

칠레의 구아소guaso들은 팜파스의 가우초에 해당하지만 이들과는 매우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다. 팜파스 지역의 나라들보다 칠레가 더 문명화되어서인지 칠레 사람들은 개성 더 많이 잃어버렸다. 계급 간의 차이가 더 심해져서, 구아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자신을 보통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365)

 

몇 년에 걸쳐 수십만 파운드에 이르는 은이 발견된 차눈시요 광산은 한 남자가 짐 실은 당나귀를 향해 돌을 던지다가 발견했다. 왠지 돌이 무겁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 돌을 주워 보니, 온통 순은이었던 것이다. (448)

 

 

■ 저자: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 (1809.2.12 ~ 1882.4.19)

영국의 부유한 의사 집안에 태어난 다윈은 의학 공부를 중도 포기하고 신학을 공부했으나 신학보다는 곤충 채집 등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1831년 22세의 나이로 영국 해군성 측량선인 비글호에 무보수 자연사학자로 승선한다. 2년 예정으로 떠난 다윈은 거의 5년 동안 남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를 답사하면서 미지의 자연을 접하고 뛰어난 관찰력으로 많은 사실을 기록한다. 1836년 10월 2일 비글호와 함께 영국으로 돌아온 다윈의 손에는 그동안 보고 느낀 것을 꼼꼼하게 적은 18권의 공책이 들려 있었다. 이것에 근거해 1839년에 펴낸 책이 바로 <비글호 항해기>이다.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흥미로운 과학 여행기로 평가받는 <비글호 항해기>는 그가 쓴 많은 논문과 저서 가운데서 가장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출판된 지 170여 년 동안 한결같이 애독되고 있는 이유는 찰스 다윈이 오랫동안 비글호를 타고 다니면서 모은 생생한 항해 여행의 기록이라는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생물, 화석, 지질,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 등 방대한 분야를 다윈이 세심하게 관찰해 기록했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와 비교되지 않는다.

가시복이 상어를 죽인 이야기, 물새의 비린내를 없애는 방법, 거미와 벌의 목숨을 건 싸움, 개미의 먹이 사냥, 소리를 내는 물고기와 나비, 바닷물의 색깔이 변한 이야기, 콘도르 독수리의 비행 모양과 잡는 방법 등 다윈이 듣고 본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 끝없이 펼쳐진다. 

그 후 다윈은 자연계의 생존 경쟁에 착안하여, 적자생존이나 자연선택의 원리를 결론으로 얻었다. 1859년 다윈은 드디어 <종의 기원>을 출판하였는데, 초판은 그날 매진되었다고 한다. 다윈의 저서로 인하여 격렬한 대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진화론은 종교적, 사상적, 정치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전 세계에 미쳤으며,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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