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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505_품격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한 책_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_알렉산더 폰 쇤부르크_2021_청림출판(220104)

by bandiburi 2022. 1. 4.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이란 책 제목만 보고 '어른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이다'라는 좋은 말 모음집 정도로 생각했다. 회사에서 소개된 책이라서 가볍게 읽어야지 하고 페이지를 열었다.  흥미로운 점은 책날개에 저자가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된 부분이다. 마치 우리 사회에서 나는 양반 출신이야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어색했다. '들어가는 글'을 읽으며 저자의 박식함을 접하고 4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이 상당히 진지한 것이겠다는 느낌이 왔고 바로 적중했다.



저자는 독일인으로서 유럽 문학과 역사, 철학, 교육 등을 아우르는 정보를 바탕으로 어른으로 살기 위한 27가지 품격을 제시했다. 현명함으로 시작해 마지막 감사함까지 각 장마다 여러 사례들이 저자의 주장에 잘 뒤섞여 있어 독자로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세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을 정리한다.



첫째, 유머는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올레그 포포프란 인물이 소개된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릿광대였다고 한다. 죽음을 목도하고, 굶주림과 공포, 절망을 경험한 것이 그가 어릿광대로 성공하는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이다.

깊은 절망의 양분을 먹고 유머가 피어날 때 진정한 유머가 된다는 의미 같다. 유명 배우나 코미디언들도 무명시절에는 무척 고생했다는 사연을 종정 접한다. 우리의 삶에 유머가 필요하다. 유머를 즐길 수 있어야 하고, 유머 뒤편의 삶도 볼 수 있어야겠다.

둘째, <에밀>의 저자인 루소가 금수저이면서 민중을 '무시해도 좋은 소수'라고 깍아내렸다는 부분이다. 시대적인 배경과 가정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지만 루소가 그런 태도를 가졌다는 걸 처음 알게 되어 쇼킹했다. 국민을 '개 돼지'라고 했던 고위공무원이 있었고, 유사한 망언을 하는 국회의원, 그리고 돈과 권력을 가진 부모덕에 국민을 무시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루소와 겹쳐졌다. 시대와 관계없이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의 연약함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셋째, 타인의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사회혁명가 시몬 베유의 삶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군인의 고난, 공장 노동자의 고단함, 그리고 전쟁에 참여 등은 피하고 싶은 일인데 그는 그 속으로 들어갔다. 편해지고 싶고 고난에서 벗어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지만 고통을 겪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했다는 시몬 베유는 비범한 사람이다. 더구나 먹는 것을 끊고 34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짦은 삶에 놀랐다. 100세를 살던 34세를 살던 우리의 삶은 한정된 시간을 가지고 있다. 품격 있는 삶이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나 고민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
.



조금은 어렵지만 우리의 지식을 넓히고 품격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하 책에서 남기고 싶은 말을 인용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놀랍게도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며 우리 모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아들 니코마코스를 위해 쓴 <니코마코스 윤리학>에는 훗날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반드시 참고해야 했던 내용들이 담겨 있다. (34)

"묻지 않으면 영원히 멍청이가 된다." _아이들이 현명해지기를 바라며. <세서미 스트리트 Sesame Street>에서 (60)

유머는 젊은 시절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코미디언들은 대부분 슬픈 개인사를 갖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어릿광대인 올레그 포포프는 시계 수리공이었던 아버지가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KGB에 체포되어 감옥에서 세상을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1930년대 어머니와 단 둘이서 모스크바의 가장 빈곤한 교외 지역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굶주림과 공포, 절망을 체험했다. (67)

'유머가 덕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신학적인 접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움베르토 에코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이 출간된 이후로는 신앙이 유머에 적대적이라는 점이 기정사실화되었다. (69)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는 지식인층과 궁정사회가 엄격히 분리된 독일적 현실을 훌륭히 묘사한 장면이 나온다. 베르테르의 1772년 3월 15일 자 일기를 살펴보자. "이가 부드득 갈리네. 제기랄!... 나는 백작과 함께 식사를 했고, 커다란 홀에서 함께 이리저리 거닐었네.... 이윽고 연회 시간이 다가왔고, 나는 정말이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네."(119)

그러자 딸은 안전벨트를 풀더니 차문을 열고 달리는 차 밖으로 몸을 던진다. 이 대화는 그레타 거윅Greta Gerwig 감독의 데뷔작, <레이디 버드 Lady Bird>의 오프닝 신이다. 여기서도 주제는 겸허와 오만이다. 에레크의 경우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 그렇다. <레이디 버드>는 타율성이란 측면에서 에레크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인 소녀에 관한 영화다. (137)

텔로스 Telos는 '목표', '목적', '의도' 등을 뜻하는 그리스어다. 고전 철학에서는 무엇이 왜 존재하는지에 관한 날카로운 감각을 길러준다는 이유에서 목적론을 즐겨 사용했다. (171)

계몽주의 팬들 사이에서 성자처럼 추앙받는 루소가 1762년 출간된 <에밀 Emile>에서 보통사람들, 즉 '민중 le pouple'에 관해 언급하는 경우는 이들을 "무시해도 좋은 소수"라고 깎아내릴 때뿐이다. 루소는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아버지는 콘스탄티노플에 있는 오스만 제국 술탄의 궁정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제네바 출신 목사의 딸이었다. '민중'은 그에게 아무래도 상관없는 존재들이었다.(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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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명가 시몬 베이유Simone Weil는 스스로 타인의 고통을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그와 같은 재능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베이유는 성녀였을까? 그는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들에게 연대의식을 느껴 어린 나이에 사탕 먹기를 거부했다고도 한다. 20대 중반에는 르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자 교사직을 그만두기도 했다. 고된 공장일이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몸소 체험하고자 했던 것이다. 훗날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스페인 내전에서 카탈루냐인 편에 가담했다. 그의 신조는 "고통의 의무"였다. 결국 베이유는 아예 음식을 입에 넣기를 거부했고, 점점 쇠약해져 34세에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89)

'카리스타'란 타인의 행복을 고려할 줄 아는 능력, 즉 타인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타인이라는 존재가 필요하다. 너와 나의 경계가 희미해진다면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마음에 새겨 넣기가 쉽지는 않겠지만, 언제나 우리와 가장 닮지 않은 바로 그 사람이 타인이다. (193)

"누구에게나 친절하렴. 네가 만날 사람들은 모두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중이니까 Be kind to everyone, because everyone you'll ever meet is fighting a hard battle". 제대로 된 공감에 대한 최고의 조언이 밥 딜런의 자서전에 들어 있다. 그 책에서 밥 딜런은 자신의 할머니를 고상하고 친절하며 현명한 여인으로 그리고 있다. 위의 글은 밥 딜런의 할머니가 건넨 조언이다. (194)

트웬지는 책의 한 대목에서 i세대 구성원들이 종교에 관심이 적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청소년들이 기술상으로는 서로 긴밀히 '연결connected'되었을지 모르지만 초월적인 것과의 '연결 connection'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중략) 이들 세대는 더 이상 자신을 어딘가에 구속시킬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일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삶의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파고들고 '의미심장한 것을 찾아 나서는 on to something' 끈기를 이 세대로부터는 요구하기가 힘들어졌다. (203)


■ 저자: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Alexander von Schonburg


인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어리석고 오만한 시도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사람을 포기하지 않고 생의 비겁함까지 직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어른이 되고자 일상을 축적하는 글쟁이로 소개한다. 1969년에 유서 깊은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베를린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베를린판 편집자와 <쥐트도이체 자이퉁>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지금은 <빌트>에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들 가운데 <세계사라는 참을 수 없는 농담> <폰 쇤부르크 씨의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폰 쇤부르크 씨의 쓸데없는 것들의 사전> 등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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