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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92]게으름에 대한 찬양③_건축에 대한 몇 가지 생각

by bandiburi 2021. 12. 8.

(출처: pxhere.com)

3장은 건축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문장을 선별해서 포스팅에 인용하려는데 고르는 일이 고역이다. 대부분의 문장이 나름 의미 있게 다가와 어느 하나 버리기가 아깝다. 그래서 짧은 글인데도 인용된 문장이 많다.

 

중세에는 교회와 부를 이룬 무역상들이 거대한 건축물을 만들었다. 19세기에는 생산을 위한 공장과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사는 작은 주택이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이 작은 집들은 개별적으로 취사를 할 수 있게 되어 서로의 교류가 없는 단절된 삶이 되었다. 이로 인해 아이들의 건강과 여성의 고생이 더 심해졌다. 남자들은 자주 외출하니 영향이 적다. 현재도 대부분이 아파트 생활을 하면서 앞집 아래윗집 사이가 분리된 채 살고 있다. 그래서 각 가정의 고민은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저자는 개별 부엌이 아닌 공동 부엌과 넓은 식당을 만들고 함께 영화도 보고 모임도 가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현대 관점에서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쩌면 온라인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행위들이 러셀의 생각을 현재로 재해석한 진보된 모습이겠다.

 

중세 시대에 최고의 건축을 세운 것은 봉건주의가 아니라 교회와 상업이었다. 성당들은 신과 주교들의 영화를 과시했다. 영국과 북해 연안 저지대를 오가던 모직 무역상들은 영국의 왕들과 부르군디의 공장들을 돈으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휘황찬란한 천을 두른 연회장들과 플랑드르 시영 건물을 지어 오만함을 과시했고 수많은 영국의 도시에도 장대한 건물을 지었다. (56)

 

오늘날 영국의 수도원과 사원들은 대부분 관광객을 즐겁게 해주는 유적들로 남아 있지만 옥스퍼드와 캠브리지에 소재한 대학들은 오늘날까지도 국민 생활의 일부를 담당하면서 중세 공동생활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57)

 

19세기에는 두 가지 형태의 건축 양식이 대표적인데 각각 기계에 의한 생산과 민주주의적 개인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하나는 굴뚝 솟은 공장들이고 또 하나는 노동자 계급들이 사는 줄줄이 늘어선 자그만 집들이다.

공장이 산업주의가 야기한 경제 조직을 상징한다면, 작은 집들은 개인주의자들의 이상이었던, 사회로부터의 분리를 상징한다. 높은 지대로 인해 들어선 대형 건물들은 사회적 통일성이 아닌 건축학적 통일성만을 지닌다. 사무실 밀집 단지, 주거용 아파트, 호텔 따위가 대표적이다. 이런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수도원의 수도승들처럼 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능한 한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지내려고 애쓴다. (58)

 

이런 분위기 때문에 아내들은 각자의 좁은 집과 좁은 부엌, 고된 가사노동, 학교 갔다 온 아이들 돌보기 등을 견뎌내야만 할 뿐 아니라 심지어 그런 일을 좋아해야만 한다. 일은 고되고, 생활은 단조롭고, 여자는 집에 갇힌 죄수 꼴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그녀의 신경을 소모시킴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공동체적 생활 방식을 택하기보단 현재의 생활 방식을 더 선호한다. 고립된 상태가 그녀의 자존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59)

 

단독 주택이든 집단 건물에 세 들어 살든 노동 계급 가정의 가사가 독립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의 제도에서 파생되는 불필요한 손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제일 큰 해악은 아이들에게 미친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린아이들은 햇빛과 공기를 너무 적게 접한다. (중략)

어머니가 받는 해악도 대단히 심각하다. 여성은 보모, 요리사, 가정부의 일을 어느 것 하나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못했으면서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 (중략)

이에 비해 남자의 입장에선 불이익이 훨씬 적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다. (61~62)

 

이 모든 문제들을 일거에 치유하려면 건축물에 공동체적 요소를 도입하기만 하면 된다. 독립된 작은 주택들과 집집마다 자기 부엌이 있는 공동 주택 단지들은 철거되어야 한다. 대신 그 자리에 중앙의 뜰을 중심으로 몇 동의 건물을 높이 쌓아 올리되 단, 일조를 위해 남향 건물을 낮게 한다. 공동의 부엌과 널찍한 식당, 오락과 회합과 영화 감상을 위한 회관이 갖춰져야 한다. (62~63)
아이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엄청나다. 맑은 공기와 햇빛, 넉넉한 공간과 좋은 음식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맘껏 자유를 누리고 끊임없이 짜증 내며, 금지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어 성격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63)

 

산업주의 경향은 애초부터 생산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소비와 일상생활에는 별로 역점을 두지 않았다. 이것은 생산에 관계된 이윤을 강조한 결과다. 그리하여 공장에서는 과학화와 최대한의 노동 분업이 이루어지는 반면 가정은 여전히 비과학적인 채로 남겨져 다양하기 이를 데 없는 과중한 노동이 어머니에게 떠맡겨졌다. (65)

 

이윤 동기로 얻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그에 속하는 것으로 노동자 계급의 아내들과 아이들의 복지, 그리고 - 훨씬 더 공상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 주택가 미화 작업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주택가들의 추악함을 3월의 바람이나 11월의 안개 보듯 당연시하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그렇게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만일 개인 회사가 아닌 시당국에서 도로 계획을 하고 대학 교정 같은 주택가를 건설한다면 미관상 즐겁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근심 및 가난과 마찬가지로 추악함도 우리가 사적 이윤이란 동기의 노예가 되어 있음으로 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인 것이다. (67)

독서습관492_게으름에 대한 찬양③_버트란드 러셀_2016_사회평론(21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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