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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492]게으름에 대한 찬양②_지성과 사색을 돕는 지식이 필요

by bandiburi 2021. 12. 7.

(출처: Wikimedia commons)

2장의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Useless Knowledge'편을 읽었다. 작가가 역사와 인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글 속에 드러나 있다. 러셀이 기록한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지식일까. 무용한 지식 혹은 유용한 지식! 시대에 따라서 유용한 지식의 정의나 범위는 달라진다. 시험과 입학, 취업을 위한 지식은 대부분 미래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무용한 지식이 많다.

2006년에 앨빈 토플러가 우리 교육 현실을 꼬집어했던 말에 깊이 공감하는 이유다.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직업을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허비하고 있다"  

 

교실에서 사무실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생각의 깊이를 심화하는 과정을 제대로 밟지 못했다. 한 세대가 지났지만 수동적인 교육, 주입식 교육, 암기식 교육, 요령에 의한 문제풀이 교육이 지속되고 있다. 학원이 필요없는 교육, 아이들이 배운다는 것을 비교와 경쟁 없이 즐길 수 있는 교육으로 언제쯤 바뀔 수 있을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기다려본다.



고전 배우기는 루터보다 거의 1세기 앞서 이탈리아에서 이미 꽃피워졌던 운동이었다. 르네상스의 주요 동기는 무지와 미신이 지성의 눈을 가린 사이에 놓쳐 버렸던 예술과 사색에 깃든 풍요와 자유의 회복에서 오는 정신적 기쁨이었다. 그리스인들은 철학, 기하학, 천문학과 같은, 순수하게 문학적이거나 예술적이지 않은 문제들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이 학문들은 존중되었지만 다른 과학들은 그렇지 못했다. (39)

 

르네상스를 멋지게 정의한 글이다. 무지와 미신이 지성의 눈을 가린 시대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르네상스가 꽃 필 수 있었던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지성의 힘이 글과 말과 그림과 조각으로 전파되고 사람들의 사색으로 소화되어 새로운 지식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 시작됐다.

교육이 부재하던 시대, 모든 분야에서 발전이 지체된 시대, 소위 암흑기라고 할 수 있는 시대에서 종교와 미신을 벗어난 예술을 즐기고, 생각이 확대되는 시대로 변화되었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점점 더 수동적이고 집단적인 여흥, 즉 다른 사람들의 능란한 활동을 피동적으로 구경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물론 그런 여흥도 전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교육을 통해 일과 관계 없는 부분에서 폭넓은 지적 관심사들을 가지게 된 사람들의 여흥에 비하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45)

 

다양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지혜가 늘어간다.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닫힌 삶을 벗어나 폭넓은 지적 관심사를 가진 삶을 향유할 때 우리는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늘 강조하는 점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배움이란 호기심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이미 배운 지식은 지극히 단편적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적 호기심이 없는 사람은 성장하기 힘들다.

궁금함을 가질 때 사람과 어울릴 수 있고, 여행이 즐겁고, 도움을 주는 것도 큰 보람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스펙트럼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우리의 행복은 마음의 편안함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주변에 대한 걱정이 없을 때 완성에 다가갈 수 있다. 이는 지성과 사색을 통해 이뤄져 간다.
숙고하는 습관의 이점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가장 심오한 것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다. 우선 벼룩 때문에 괴롭다든지, 기차를 놓쳤다든지, 함께 사업을 하는데 걸핏하면 싸움이 일어난다든지 하는 작은 번민들부터 생각해 보자.

이런 고민거리들은 영웅적 행위의 뛰어남이나 모든 인간적 불행의 덧없음에 비하면 별로 생각할 가치도 없는 것들로 보이기 쉽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일들에서 생겨나는 짜증들이 많은 사람의 좋은 성격과 즐거운 인생을 망쳐 놓는 것이다. (48)

 

국제적 협조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초조해질 때는, 성인 대접을 받는 국왕 루이 9세를 떠올리면 초조감이 줄어들 것이다. 루이 9세가 십자군 성전에 들어가기 전, 세상 사악함의 절반을 대표하는 어두운 배경인물로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山 노인'과 제휴했던 일 말이다. (중략) 진기한 지식을 불쾌한 일을 덜 불쾌하게 만들 뿐 아니라 즐거운 일을 더 즐겁게 만들어 준다. (49)

 

삶을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다. 불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어떤 사람은 좌절하지만 당당하게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의지와 지성을 통해 불행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의지는 우리의 자세이고, 지성은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우리의 삶을 상황 속에서 연착륙시킬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만들어 간다.

유용한 지식과 무용한 지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나 프랑스어가 제2외국어 선택과목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중국어가 많다고 한다. 라틴어나 그리스어는 어떤가? 더 이상 인기가 없으면 무용한 지식일까? 개인의 사색을 돕고 지성을 고양시켜 주는 과목은 여전히 유용한 지식일 것이다. 우리의 삶은 지속적인 지적 자양분을 필요로 한다.

 

개인적인 불행이든 공적인 불행이든, 의지와 지성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극복될 수 있다. 의지에는 악을 피하고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자세가 포함된다. 지성에는 그 악을 이해하고, 치유가 가능하다면 치유책을 찾아내고, 만일 불가능하다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되 그것을 벗어난 다른 영역, 다른 시대, 행성 간의 공간에 놓인 심연들에는 무엇이 놓여 있나를 되돌아봄으로써 그 악을 참고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 포함된다. (52)

 


독서습관 492_게으름에 대한 찬양 _버트란드 러셀_2016_사회평론(21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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