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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습관

독서습관387_영화 드라마의 사례가 많은 심리학 책_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_지야드 마라_2020_현암사(210524)

by bandiburi 2021. 5. 24.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다 ‘평가받으며 사는 것의 의미’라는 제목에 현혹되어 즉흥적으로 빌린 책이다. 제목 앞에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라는 설명은 타인의 시선을 중시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관심을 끈다.

  “타인이 나에게 호의를 갖길 원하는 단순한 마음에 타인의 평가에 연연한다면 내 마음의 평화와 삶의 방식이 위태로워질 것이다.”(27 페이지)

물론 개개인의 실력, 자질과 동기에 따라 결정되는 면도 있지만 이들의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적다. 운과 타이밍이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하는 데다 이아고의 말대로 아무 근거 없이 주어지기도 하고 날아가기도 한다. 결국 평판이라는 것은 당신을 평가하는 관객들이 부여하는 것이고 이들 관객들에게는 각각의 편견과 오류가 존재한다. (137)

책을 읽어가며 내용과 제목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진지한 책이다. 제목에 낚였다.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것을 담고 있긴 하지만 내게는 어려운 심리학 책이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다. 그것도 피해자들이 보면 조금도 수긍할 수 없는 어조와 편향된 방식으로 쓰인 기록이다. 스티븐 핑거는 이 같은 도덕적 해석의 격차를 피해자와 가해자의 세계관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으로 묘사했다. (170)

사람들이 사회적 정체성을 더 기피 알게 된다면 평소 비합리적이라고 치부한 사람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초사회적 자아 역시 더 깊이 있게 알게 된다. (171)

저자는 이라크에서의 어린 시절 경험과 전쟁을 피해 부모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해서 받은 문화적 충격 등을 글의 주제에 맞춰 글에 녹여넣었다. 이론적인 내용을 설명하며 사례를 많이 드는 타입의 작가다.

실제 모습과 꾸며낸 모습을 구분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정직한 사람이라는 이아고의 이미지 역시 아무런 근거 없이 구축되었고 결국엔 오셀로가 부인의 부정을 의심하고 비극적 결과를 맞이하게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94-95)

영화 <Saving Mr Banks>의 주인공 파멜라 P.L 트래버스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부모님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108)

<브레이킹 배드> <귀여운 여인>이나 <인크레더블 헐크>처럼 만화 같은 이야기에 비하면 훨씬 복잡하고 현실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126)

자신이 봤던 드라마, 영화 그리고 책에서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작가는 역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사실이 명확하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부분 그대로 지나치는 데 저자는 어느 한순간의 상황을 능숙하게 책에 인용하고 있다. 이 부분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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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C.S 루이스는 위에서 소개한 프랭크의 충고에 대해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적게 하는 데서 오는 것이라며 완벽하게 요약했다.(86)

<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The Reputation Economy>의 저자이자 레퓨테이션닷컴이라는 기업의 설립자인 마이클 퍼틱은 최소 천 달러의 비용으로 의뢰인의 디지털 행적을 깨끗이 삭제해주는 건 물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디지털 정체성도 구축해준다(93)

결국 자신의 역사가 자신의 몸통을 조여오는 공격까지 감당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같은 자유를 향한 꿈이 없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246)

이런 생각은 버트런드 러셀 Bertrand의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Why I am Not a Christian>를 보고 바뀌었다. 이 책은 신에 대한 믿음을 유지할 모든 이유를 섬세하면서도 확실하게 물리쳐주고 지금까지 나의 무신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266)

이미 익숙한 사상가들의 말도 많이 차용했다. 늘 그러하듯 지식이 깊은 사상가들의 말은 난해하다. 일반 독자들을 위해 조금 더 평범한 언어로 표현해주면 좋겠다. 더구나 번역이라는 단계를 거치니 번역자의 실력에 따라 한글 번역본의 수준은 차이가 날 수 있다. 이 책은 나의 실력인지 번역의 수준인지 독자로서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감정이 사회적 평가를 내리는 데 기여하는 게 분명한데도 우리는 평가와 선택을 하는 데 감정은 방해될 뿐이라고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150)

좋든 나쁘든 타인을 평가할 때에는 각자의 사회적 정체성과 소속 집단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처럼 정체성을 공유하고 이들과 연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은 다양한 설득 전략에 이용되기도 한다. (165)

책에서 아쉬운 점은 가끔은 오타가 보인다는 점이다. ‘현암사’란 출판사는 낯이 익은데 편집 과정에 좀 더 공을 들였다면 독자에게 작은 감동을 줬을 것이다. 독자는 책에서 오점을 기대하지 않는다. 오타를 보면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마저 감소한다. 애꿎은 원저자의 실력이 훼손되는 것이다.

기술의 발달로 지구 반대편 사람들에게도 온갖 악의나 친절을 행할 수 있는 시대에 소규모 집단에만 대응할 수 있는 도덕적 체계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종류의 딜레마를 처리할 수 없다. (184)

저자가 소개한 영화 중에서 특히 <정글북>은 성인으로서 다시 한번 책으로 보고 영화도 보고 싶다. 어린 시절에 접한 정글북과 중년의 위치에서 접하는 정글북의 의미는 많이 다를 것이다.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에서 모글리의 삶을 분석하는 입장으로 바라볼 것 같다.

이 영화는 러디어드 키플링 Rudyard Kipling의 원작 <정글북>과 <정글북2>를 각색한 수많은 작품들 중 하나로 야생에서 거리낄 것 없이 자란 한 아이가 점차 의무와 책임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 가는 이야기다. (204)

오늘날 지나치게 따뜻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 한때 빈둥댄다고 표현했던,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고 아무도 지켜보지 않던 시간이 그들에게 더 많이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 (206)

회고록 <철학자와 늑대 The Philosopher and the Wolf>에는 그와 늑대가 얼마나 강력하게 결속되어 있었는지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209)

하지만 기어츠에 따르면 거의 모든 다른 동물들은 통제 체계가 생물학적으로 입력되어 있는 데 반해 인간은 모글리의 경우처럼 후천적으로 학습된 문화에 필사적으로 의존하며 특정한 사회 환경 내에서만 스스로를 완성할 수 있다. (216)

<휴먼 스테인 Human Stain>에서 필립 로스는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서도 평가 자체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망상적 욕구를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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