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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 취업 자녀와 사춘기 중학생 자녀를 둔 두 아버지의 넋두리(201117)

by bandiburi 2020. 11. 17.

2020년 11월 17일 화요일에는 우연히 두 명의 아버지들과 각각 담소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통된 주제는 자녀에 대한 것이었지만 상황은 좀 달랐습니다.

먼저 점심을 함께 한 선배의 이야기입니다. 일찍 결혼해서 50대 초반인데 벌써 두 아들이 모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큰 아들은 경기도에 있는 중소기업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금년 초에 졸업한 둘째 아들은 될 듯하면서도 취업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낙방을 여러 번 하고 있어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요즘은 기업들이 수시로 경력자를 뽑는 경우가 많아 대졸을 위한 일자리 자체가 적다고 합니다. 아직은 초연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존감이 낮아질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둘째 아들은 요즘 기업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전기기사 자격증과 어학에도 도전하고 있답니다. 자신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는 사회, 네모를 동그라미에 맞추듯이 준비해야 하는 험난한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선택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없으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나라에서 책임져야 할 기초생계비라도 넉넉해야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의 대다수 서민들은 개인이 스스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작은 기회라도 생기면 악착같이 챙기려고 합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이 대한민국을 얼마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농락했는지 조금씩 드러나는 세상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자녀는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많은 기회와 부를 세습받습니다. 불공평의 극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자라고 하면 듣기 좋지만 그들이 노력하라고 하면 코웃음이 나옵니다. 대다수의 서민들은 자식들이 직업을 가지고 앞가림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선배처럼 말입니다.
아들 보기가 안쓰러웠는지 귀농을 해서 농촌에서라도 길을 찾아보라고 넌지시 권해줬답니다. 최근에 읽었던 <마을 2>에서 소개된 충남 홍성의 '풀무학교'를 소개해줬습니다.

제 경우만 해도 직업의 세계로 뛰어들어야 할 대학교 1학년인 큰 아들이 있습니다. 많은 생각과 고민과 체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당 14만 원씩 용돈을 벌고 있습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그 경험을 통해 얻는 노동에 대한 건전한 사고입니다.


두 번째는 오후에 서울에서 출장을 내려온 후배와의 짧은 만남이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을 하나 뒀는데 사춘기의 통증을 겪고 있고 반항이 심하다고 합니다. 벌써 178센티미터의 키에 90킬로에 가까운 몸무게의 체격이라 힘으로 당해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수학을 힘들어해 학원을 찾던 중에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는 길동에 위치한 학원에 찾아서 보냈답니다. 선생님이 월요일에 핸드폰을 압수해서 금요일에 나눠주는 정도라고 하니 아이 입장에서는 스트레스 왕창 받았을 겁니다.. 그런데 일은 주말에 벌어졌습니다. 밤 11시가 가까운데 아이방에서 엄마와 아이가 다투는 소리가 나더니 아이의 막말이 들렸답니다. 아빠로서 화가 잔뜩 나서 방에 들어가려는 찰나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났답니다. 들어가 보니 유리 파편이 방바닥에 널려 있고 아이의 손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어 바로 119를 불러 조치하고 근처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답니다.

약간은 극단적으로까지 간 경우지만 모든 부모들이 비슷한 경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도 큰 아들이 6학년 때 사춘기가 오면서 갈등이 심했습니다. 육체적인 우격다짐까지 했습니다. 그 와중에 순간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이후 마음에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조부모 없이 2세대가 단출하게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 아이가 겪는 사춘기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접근하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원래 그런 것입니다. 호르몬이 장난하는 것입니다. 부모가 여기에 건건이 민감하게 반응하면 아이들은 숨막혀서 더욱 반항할 것입니다.

후배가 상황을 얘기하는 동안 과거 우리 가족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그런 시기가 왔구나라고 생각하라며 조언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가 사랑스러운 존재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과정으로 주변과 좌충우돌 부딪히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두 가정의 자녀들이 모두 어려운 과정을 극복해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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